현대HCN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방송통신사업부의 물적분할을 추진, 존속법인으로 '현대퓨처넷'과 신설법인 '현대HCN'으로 분할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HCN'과 현대퓨처넷의 자회사인 '현대미디어' 등 방송·미디어사업부분의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
현대HCN이 매물로 나오면서 유료방송 시장 구도 셈법이 다시 복잡해졌다. 현대HCN은 연간 영업이익 4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각 지역 유선망 사업에 그간 투자도 잘 해놓은 데다 현금보유량도 높은 '알짜' 기업이다. 이통3사중 유일하게 아직 케이블TV 업계와 결합하지 못한 KT는 물론, 점유율 확보에 욕심내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게도 매력적인 회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CJ헬로와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기존 유료방송 업계 주요 기업들의 M&A 선언이 이어지면서 케이블TV 업계와 이통3사간 결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HCN을 놓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통3사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 개편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모양새다. 현대HCN은 유료방송 점유율 4%대의 주요 5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중 하나며, 재무구조가 비교적 건실해 이통3사 모두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 뒤는 SK브로드밴드(SK텔레콤)와 LG유플러스가 잇는다. 두 기업은 지난차 추진한 M&A로 점유율이 더 늘어났다. LG유플러스는 원래 12.44%로 점유율 3위였지만, CJ헬로(현재 LG헬로비전)를 인수하면서 전체 점유율 총 24.72%를 확보했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통해 기존 14.7%의 점유율에서 티브로드 9.33%을 더해 24.0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두 24%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KT와의 점유율 격차를 한 자릿수 대로 좁혔다. 만약 두 기업 중 한 곳이 현대HCN을 인수하게 될 경우 KT와의 점유율은 2~3%대로 확 좁혀지게 된다.
현대HCN을 인수할 유력 후보로는 SK텔레콤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SK텔레콤은 대외적으로는 이에 대해 부인했던 상황이었지만, 미디어 사업 강화에 대해 회사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기업 인수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의 경우 이제 막 티브로드와의 기업 결합에 돌입한 만큼 아직 추가 M&A를 성사시키기 촉박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KT 역시 유력한 인수 후보자다. KT는 지난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면서 유료방송 합종연횡에 동참하려 했다. 그러나, 한 기업이 시장 점유율 33% 이상을 넘지 못하게 하는 '합산규제'의 후족 조치가 아직 부재하다는 국회의 제동에 걸려 시간을 소진하면서, 사실상 두 기업간 결합은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이에 매물로 나온 현대HCN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올수도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점유율 1위 타이틀이 뺏길 수도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KT가 M&A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KT와 딜라이브의 향방이 유료방송 시장 판도 변화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요 SO 사업자들이 연이어 인수합병되면서, 현대백화점 측 역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영향도 있고, 매각(인수) 가격을 두고도 사업자간 눈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여 올해 안으로 M&A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