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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왕짜증 ‘코로나 문자’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4-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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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골 사람이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았다. 마치 숨이 막히듯, 휘파람을 부는 듯, 탄식을 하는 듯, 한숨을 쉬는 듯, 불을 부는 듯, 물이 끓는 듯, 빈 수레가 덜컥거리는 듯했다. 들이쉴 때는 톱을 켜는 듯했고 내쉴 때는 돼지가 씨근거리는 듯했다. 같이 자던 사람이 흔들어 깨우자 ‘내가 언제 골았단 말인가!’ 하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조선 때 선비 연암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글이다. 박지원은 코고는 소리를 이렇게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었다.

코고는 소리가 거의 ‘공해’ 수준인데도,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견디다 못해서 깨운 사람에게 되레 역정을 내고 있었다.

지금 닮은꼴인 ‘공해’가 귀를 고달프게 하고 있다. 견디기 껄끄러운 이를테면 ‘코로나 소음’이다.

서울 강동구 주민 김모씨는 ‘왕짜증’이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날아오는 ‘문자메시지’ 때문이다.

메시지의 내용은 거의 ‘코로나 19’와 관련된 것이다. ‘거리두기’, 확진 환자 발생, 마스크 구입 안내 등등이다. ‘코로나’와 관련되지 않은 것은 ‘강풍주의보’도 정도였다.

이 문자메시지가 김씨를 고달프게 만들고 있다. ‘강동구’ 주민인 만큼, ‘강동구청’에서 보내오는 것으로 충분할 만했다. 강동구 주민이면서 ‘서울시민’이니까, ‘서울시청’에서 보내오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

그렇지만 다른 기관에서 보내오는 게 훨씬 많았다. ‘하남시청’, ‘남양주시청’, ‘구리시청’, ‘광진구청’에서도 친절하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

‘강동구’와 가까운 지역이니까 참을 만했다. 하지만 ‘강동구’ 주민과는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양천구청’, ‘마포구청’, ‘경기도청’도 문자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

여기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안전부’도 친절을 베풀고 있다.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강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청’이 ‘강풍주의보’를 보내왔는데, 곧 이어서 ‘하남시청’과 ‘행정안전부’도 비슷한 문자메시지를 보내오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출근시간’인 ‘아침 7시 30분’에 문자메시지 소리가 울리더니, 불과 1분 후인 ‘7시 31분’에 또 삑삑거리고 있었다. ‘같은 기관’에서 ‘재탕’한 메시지였다.

일단 소리가 울리면 스마트폰을 열어보지 않을 수는 없다. 혹시 중요한 메시지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나’ 해서 열어보면 또 ‘역시나’였다. 그것도 바쁜 출근시간에.


김씨는 메시지를 일일이 지워버리기도 지겨워서 내버려두고 있다. 그랬더니 수북하게 쌓이고 있다. 남아 있는 메시지를 헤아려봤더니 모두 ‘13개 기관’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여기에 추가되는 메시지도 생기고 있다. ‘4∙15 총선’ 출마자가 보내오는 문자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음성 녹음 전화’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예민한 사람들은 그 스트레스가 쉬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내오는 기관들은 ‘공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듯싶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내오는 게 그렇다.

‘코로나 메시지’가 넘치면 그 효과가 반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이 메시지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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