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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박근혜의 ‘불어터진 국수’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4-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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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 자료사진=뉴시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론’ 때문에 정치판이 시끄러운 적 있었다. 2015년 2월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 경제가 참 불쌍하다. 그런 ‘불어터진 국수’를 먹고도 힘을 차리는구나”하고 밝히고 있었다. 또 “지난번 부동산 3법도 어렵게 통과가 됐는데 비유를 하자면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며 “앞으로 제때 그런 거 먹일 수 있도록 중요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도 좀 통과시키고 우리가 더욱 노력하고 그러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야당 탓’을 한 것이다.

야당은 당연히 발끈하고 있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야당과 국회만 탓하는 대통령 모습에 국민은 더 절망한다”며 “문제는 불어터진 국수가 아니라 애초부터 잘못된 불량국수”라고 비판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불어터진 국수 발언으로 국민의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며 “부동산 3법의 경우 심도 있는 토론을 거친 것이니, ‘불린 쌀’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불어터진 국수 한 가닥조차 못 먹고 국수값만 지불하는 우리 서민이야말로 불쌍하지 않은가” 반문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퉁퉁 불어터진 국수? 처음부터 내놓아선 안 될 음식”이라는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국수가 불어터지면 아무리 귀하고 맛있는 국수라고 해도 제 맛이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젓가락을 대기도 껄끄러울 것이다.

지금 이 ‘불어터진 국수론’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코로나 19와 관련된 최근의 정책이 불어터질 듯싶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이 ‘왕짜증’이 되어 발길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상담 인력이 부족한데다 대출 심사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출 창구마다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른바 ‘병목현상’을 막는다고 ‘출생연도 홀짝제’라는 기발한 방법까지 동원했지만 이러다가는 국수를 먹기도 전에 불어터질 것 같아서 서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는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며 “각별하게 챙겨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도 부처 간의 의견이 엇갈리다가 지급 기준을 ‘본인 부담 건강보험료’로 정했지만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누구는 받을 수 있고 누구는 받지 못할 것이라는 논란이다. 그나마 지급 시기도 총선이 끝나고 국회에서 2차 추경을 통과시킨 다음 5월 중순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랬다가, 또 바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을 지급대상으로 하자고 나선 것이다. 그 사이에 국수는 어쩌면 불어터질 것이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도 다르지 않았다. 시행되기도 전에 ‘보완방안’이 나오고, 곳곳에서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남의 이름을 도용해서 마스크를 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마스크 스트레스’가 간단치 않았다.

마스크를 사려는 국민이 장사진을 이루니까 ‘요일별 5부제’였다. 그 바람에 마스크도 불어터진 국수와 닮은꼴이 되고 있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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