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도에 곳곳 ‘암초’

코로나19, 항공업계 '초불황'에 아시아나 부실 가속화
에어부산 ‘라임 손실’ 이어 ‘셀프 자금조달’ 논란까지
HDC현산, ‘인수포기냐? 조건 변경이냐?’ 중대 기로

민철 기자

기사입력 : 2020-04-08 17:40

center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앤드컴퍼니가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HDC현산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는 모습이다.[사진=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진행이 여러 가지 걸림돌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의 초불황과 동시에 아시아나항공 적자 확대, 에어부산의 라임펀드 손실까지 드러나는 등 곳곳에서 암초와 맞닥뜨리고 있어서다.

연이은 악재에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선 인수 포기보다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추가 조건을 이끌어내 인수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가중되는 아시아나항공 실적 악화…HDC현산의 고민은?

최근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일정이 연기되면서 HDC현산의 ‘인수 포기설’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를 유증 연기 이유로 들고 있지만, 업황 악화 장기화 전망에다 아시아나항공의 열악한 재무상황이 직접적으로 HDC현산 인수 의지를 상쇄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칫 인수 이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해졌다는 상황 인식에서다.

특히 지난해 말 2조5000억 원가량에 인수 계약한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이 최근 7000억 원대로 자산 가치가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HDC현산 입장에서 기업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사는 데다 업황 악화에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금 또한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HDC현산의 주력 사업인 건설업의 미래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는 시기에 무리한 인수로 동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1386.7%로 전년(649.3%)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4437억 원의 영업손실, 8179억 원의 당기순손실까지 낸 상황이다.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돼 추가 자금조달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업황 부진 속에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영업흑자를 기록한 대한항공마저도 국내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작스런 인수 환경 변화에 따라 매각 주체인 산은과 HDC현산 간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애물단지 ‘에어부산’ , 라임임 손실 이어 셀프 자금조달 논란으로 확대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또 다른 복병은 에어부산이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통매각’된 에어부산이 지난해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라임펀드에 투자한 200억 원 중 약 146억 원가량 손실을 보게 됐다. 에어부산은 지난 2018년 7월 라임펀드에 200억 원을 투자해 2019년 6월 수익을 올리고 환매했다. 이후 재투자한 200억 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에어부산의 라임펀드 투자 시기도 지적받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2018년 98.7%에서 지난해 811.8%로 급증했다. 또 2018년 205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78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729억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경영난 심화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 등 절차가 진행되는 시기에 무리하게 200억 원의 자금을 투자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게다가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지난해 3월 라임펀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300억 원을 우회 투자해준 것으로 드러나, 불법 논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행 상법은 상장회사가 주요주주나 그의 특수관계인에 대해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라임펀드 손실과 아시아나항공의 셀프 자금조달 등이 인수 절차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HDC현산이 협상 대상자였던 금호 측의 불투명한 정보 제공과 추가 부실 가능성에 강하게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금호 측의 계약불이행 귀책사유를 인수 포기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HDC현산이 납부한 계약금 2500억 원 회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금호 측은 ”인수 과정에서 HDC현산이 에어부산의 라임 손실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에어부산 인수에 애초부터 부담스러워했다. 에어부산의 재무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인수 완료 이후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이다. 인수 초기부터 에어부산 분리 매각설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던 배경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인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증손회사가 되는 에어부산의 지분을 2년 안에 100% 확보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은 44.2%에 불과하다. 부산시와 넥센, 부산은행 등 지역 주주들이 45.6%, 소액주주가 10.2%를 갖고 있어 전량 매입을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적자를 메워줘야 하는 상황에서 인수로 HDC현산으로선 이중 삼중의 재정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HDC현산, ‘인수포기’에서 ‘인수 조건 변경’ 선회?

업계 안팎에선 HDC현산이 인수 포기보다는 인수 조건 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산은에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출자 전환 등을 요구하며 여전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또한 ‘HDC그룹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정몽규 회장의 강한 의지도 이를 뒷받침한다.

권순호 HCD현산 사장도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미래성장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며 “지난해 추진한 과감한 투자를 신속하게 안정화해 시장의 우려를 신뢰로 바꾸는 한 해가 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련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인수 포기보다는 인수 조건 변경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HDC현산과 컨소시엄 파트너인 미래에셋대우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는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무적 투자자로 4899억 원을 투자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약 15%를 보유하기로 했다. HDC현산은 2조101억 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61.5%를 인수할 계획이다.

HDC현산 한 관계자는 “최근 맥킨지 ‘인수 포기’ 권고 보고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기존 일정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고 일각의 인수 포기설을 일축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앤드컴퍼니가 HDC현산에 ‘동반 위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권고했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C그룹 정 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에어부산 손실 분이 2조5000억 원의 인수를 뒤집을 만한 규모가 아니다”라며 “인수 포기보다는 코로나19로 여러 상황이 변한 만큼 그에 비례한 인수 조건 변경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