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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톰 소여의 ‘이름 없는 검둥이’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4-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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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죽은 고양이로 사마귀를 제거하는 방법을 놓고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사마귀를 뗄 수 있다, 없다고 서로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면, 네가 사마귀를 뗀 적 있어?”

“나는 없지만, 밥이 해봤대.”

“밥이 해봤다고 누가 그랬는데?”

“밥이 제프에게 얘기하고, 제프가 자니에게, 자니는 짐에게, 짐은 벤에게 얘기했어. 그리고 벤이 어떤 검둥이에게 얘기한 것을 그 검둥이가 나에게 들려준 거야. 그러니까 틀림없는 사실이야.”

“아니야. 거짓말이야. 거짓말하지 않는 검둥이는 없어!”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은 이렇게 다투고 있었다.

톰 소여의 친구들에게는 모두 이름이 있었다. 밥, 제프, 자니, 벤 등이었다.

하지만 검둥이는 그냥 ‘어떤 검둥이’였다. 이름조차 없었다. 미국의 ‘뛰어난’ 작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은 검둥이의 이름을 생략하고 있었다.

검둥이는 게다가 거짓말쟁이였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검둥이라고는 없었다.

‘톰 소여의 모험’은 아마도 독자층이 주로 아이들이다.

‘백인’ 아이들은 이처럼 흑인을 내려다보는 책을 읽으며 자랐다. ‘백인’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백인우월주의’를 느끼며 성장했을 것이다.

‘흑인’ 아이들도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다면, 열등감을 느끼며 자랐을 만했다. 미국의 ‘백인’ 아이들은 지금도 ‘톰 소여의 모험’을 재미있게 읽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70%가 흑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흑인의 인구 비중이 14.6%에 불과한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경우 사망자가 전체의 72%에 달했다고 했다. 루이지애나의 경우도 흑인 인구는 32%뿐인데, 사망자 가운데 약 70%가 흑인이라고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밝혔다고 했다. 미시간 주도 흑인 비율은 14% 안팎이지만 코로나19 사망자의 40%가 흑인이었다고 했다. 뉴욕시도 흑인 인구가 22%에 불과한데도 사망자는 28%라고 했다.

미국 사회의 구조적 분리와 불평등이 흑인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바이러스 노출 빈도를 높였기 때문이라는 보도였다. 또 다수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더욱 심각한 피해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뒤집어서 따지자면 백인은 코로나 19에 덜 감염된다는 얘기가 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의료 전문가들이 방송 토론에서 “아프리카에서 코로나 19 백신을 시험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 바람에 여론이 끓기도 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는 사건도 늘어나고 있다. 주먹질을 하거나, 돌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 19가 아니라 ‘우한 폐렴’이라고 공공연하게 우기기도 했다.

백인들은 어디까지나 ‘피해자’라는 ‘질병 우월의식’이 아닐 수 없다. 덜 떨어진 전염병은 모두 ‘유색인종’ 탓인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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