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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깬 서구우월주의…한국인 장단점 제대로 바라볼 때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83회)] 저물어가는 서구 우월주의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20-04-22 09:25

동양과 서양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 서양에서는 개인주의 중심으로 대처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집단주의 중심으로 대처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동양과 서양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 서양에서는 개인주의 중심으로 대처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집단주의 중심으로 대처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로이터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라는 동일한 과제를 받고 각 나라가 고심어린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해결책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풀 수 없는 공동체의 과제인 성격이 더욱 강하다. 사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법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코로나19는 이미 해답을 알고 있지만 그 해답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는지에 대한 각 국가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검증을 하고 있다. 이 과제에 비교적 순조롭고 효율적인 대응을 하는 나라도 있지만, 동시에 예상외로 고전하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큰 재앙에 처해 있는 나라도 있다.

이 테스트에서는 예상외의 결과가 나와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당연히 쉽게 해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라들이 의외로 큰 고전을 하는 반면, 예상외로 선전(善戰)하는 나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크게 대별해보면 우리나라를 위시한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의 동아시아에 속해 있는 나라들이 효율적으로 대처하여 피해를 크게 줄이면서 슬기로운 대처를 하지만 미국을 위시하여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서구의 나라들은 예상을 깨고 크게 고전하며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던 의료체계가 거의 붕괴되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통념상 가지고 있던 '서구우월주의(西歐優越主義)'가 깨지는 세계사적 전기(轉機)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서구는 세계의 다른 지역 국가들보다 제일 발달한 문명을 향유하고 있다고 믿고, 암암리에 자랑하고 있었다. 또한 서구 이외의 국가들도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산업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 예술 그리고 의료서비스의 질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제일 발달된 문화적 생활을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전 세계 효과적 대응 동일한 과제 받고
각국 고심 후 뚜렷한 해결책 내놓아야

물론 이런 생각은 전혀 근거가 없는 허황한 자기도취만은 아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놓고 보아도 서구의 교육의 질과 양은 여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앞서 있는 것이 여러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 학술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노벨 과학상의 수상자는 압도적으로 서구에서 많이 배출되고 있다. 문화계를 보더라도 전 세계를 주름잡는 예술가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서구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배출하고 있다. 그리고 실생활에 널리 쓰이는 기술도 대부분 서구에서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일거에 이런 서구우월주의가 단지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 국가의 문화 수준은 학술적이고 기술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서구가 동양보다 더 우월한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왜 코로나19라는 동일한 질병에 동양의 나라들보다 더 효율적인 대응을 못 해 수많은 사상자를 양산해내고 의료체계가 거의 붕괴되는 수준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가? 이는 단순히 의학적 기술이나 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의학적 기술과 체계를 어떤 자세와 정신을 가지고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으로 귀결된다.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체계를 운용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은 당연히 기술뿐만 아니라 가치에 의해 움직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어떤 가치를 구현하는데 사용할 것인지는 결국 사용하는 사람에 달려 있다. 가치는 문화를 통해 내재화된다. 결국 어떤 문화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구우월주의는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서구우월주의의 기저에는 놀랍게도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론(進化論)'이 자리 잡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물론 생물학적인 이론이다. 하지만 진화론은 생물학을 넘어 사회과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문화적 진화론이다.

​당연히 쉽게 해결할 것이라 예상한 나라
예상외로 고전하며 효과적 대응 못해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계에만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그의 간결하면서도 충격적인 진화론의 정신은 생물학을 뛰어넘어 인문 사회학계에도 엄청난 영향과 파문을 미쳤다. 진화론적 설명이 도입한 새로운 개념이 '진보(進步)'라는 개념이었다. 문화가 다양한 것이 점차로 밝혀지면서 서구인들은 문화가 진보, 즉 발달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즉 다양한 문화는 발달의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자신들이 제일 진화된, 즉 제일 발달된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달의 정도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제일 진화가 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삶이었다. 그리고 자신들과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 정도가 곧 한 종족의 진화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문화 진화론(文化進化論)'이라고 부른다.

제일 진화된 삶을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서구인들은 덜 진화된 다른 인간들을 교육하고 계도할 '신성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까지 생각했다. 진화론적 사고를 문화의 이해에 적용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이론이 '단선적 진화'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문화가 단일한 방향으로 발달이 된다는 것이다. 각 문화의 발달단계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직 가족이라는 제도가 정착하지 못한 '혼음(混淫)' 사회가 발달하면 '모계(母系)' 사회가 되고, 더 발달하면 예외 없이 '부계(父系)'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문화의 핵심은 인간관계를 맺는 양식이다. 인간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가 기본이다. 나와 너가 만나면 '우리'가 된다. 따라서 인간관계는 크게 '나와 우리'의 관계양식이다. 이 관계양식에 따라 서구 문화와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문화가 나뉜다. 거칠게 나누어보자면, 서구는 한마디로 개인(個人)을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발달한 문화이다. 이에 비해 동양은 우리를 중시하는 '집단주의'가 발달한 문화이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우리보다 내가 더 우선한다. 반면에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나보다 집단이 더 우선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권리'가 중요하지만, 동양에서는 우리 속에서 내가 할 몫, 즉 분수(分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동양에서는 권리를 내세우기 전에 먼저 자신이 할 몫을 제대로 하는 '도리(道理)'를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韓·대만 등 효율적 대처 피해 크게 줄여
프랑스
·獨·英 등 의료체계 붕괴 대혼란

코로나19와 같은 국란(國亂)의 시기에는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유보하고 집단을 중심으로 뭉치는 성향이 강하다. 그리고 집단을 위해 개인적인 이익이나 편리함을 자제하고 집단을 살리기 위해 모두 발 벗고 나서는 '두레의식'이 표출된다. 평상시에는 사익(私益)을 위해 지나친 분쟁을 일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위기위식이 발동하면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쳐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동체 우선(優先)의식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어느 것이 더 발전된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 진화론적 사고에 젖어있는 서구와 서구적 사고를 중요시하는 쪽에서 본다면 당연히 개인주의가 집단주의보다 더 발전된 형태이다. 하지만 이런 구별은 세상과 삶을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려는 서양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틀에서 서구우월주의가 싹튼다.

통합적 인식의 틀을 가지고 생활하는 동양인에게는 처음부터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두 '주의(主義)'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어느 측면을 더 우선시 해야 하는지는 효율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임기웅변'의 능력은 다름 아닌 현실에 알맞게 대처하는 유연성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반만년 역사 가운데 수많은 국난을 극복하며 생존을 유지해오면서 터득한 '국란극복매뉴얼'은 한국인만이 소유하고 있는 더없이 소중한 '무형문화재'이다. 이제는 맹목적인 서구우월주의에서 벗어나 우리가 가진 장단점을 제대로 바라보고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코로나19가 던져주고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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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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