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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품기업의 CSR과 지역축제의 연계

김석신 기자

기사입력 : 2020-05-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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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을 잘하기 위한 요소로 로고스(이성), 파토스(감성), 에토스(도덕성)를 꼽았다. 이 세 요소는 각각 이야기에 대한 나의 논리,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 그리고 이야기하는 나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와 관계된다. 음식도 먹는 우리를 잘 설득하려면 맛, 영양, 안전성의 세 요소로, 우리의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만족시켜야 한다. 즉 음식은, 영양이나 기능성으로 우리의 로고스를 논리적으로 이해시켜야 하고, 맛으로 우리의 파토스를 공감으로 이끌어내야 하며, 안전성으로 우리의 에토스를 만족하게 해 신뢰를 주어야 한다.


식품기업도 소비자를 잘 설득하려면, 식품의 맛, 영양, 안전성의 세 요소로, 소비자의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식품의 안전성, 식품기업의 에토스, 소비자의 신뢰다. 아무리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식품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식품의 안전성이 의심스럽거나, 식품기업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소비자들은 신뢰를 거두어들이고 외면할 것이고,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다.

그래서 식품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문화재단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물론 CSR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핵심목표는 본질적으로 이윤 추구에 있다. 따라서 식품기업의 행위가 아무리 도덕적이라도 이윤이 없으면 의미가 없게 된다. 다시 말해 식품기업의 외적인 도덕적 행위와 내적인 이윤추구 행위는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많은 다른 기업들처럼, 식품기업도 요즘은 CSR로부터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로 진화하고 있다. CSR은 기업의 이익 일부를 시혜적으로 사회에 환원하기 때문에, 흔히 영업외비용으로 간주한다. 반면에 CSV는 기업이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윤을 주기 때문에, 경영활동 비용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CSR이 공정무역커피를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라면, CSV는 커피재배 지역의 기술혁신을 지원하여, 품질이 향상된 커피를 구매함으로써, 지역사회도 살리고 기업의 이익도 창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식품기업의 CSV는 도덕과 이윤의 균형을 이루고, 소비자의 신뢰도 얻는 바람직한 기업행위로서, 판에 박은 듯한 CSR보다 창조적이고 재미있는 활동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개인적이면서, 자율성을 중시하는 한편, 창조성과 유희도 즐긴다고 한다. 경영자가 이들에게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CSV 활동을 믿고 맡긴다면, 틀림없이 능동적으로 잘할 거라고 믿는다.

그러면 어디에 판을 깔아주는 것이 좋을까? 요즘 날씨가 무덥고 설상가상 ‘코로나19’까지 겹쳐 지역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지역축제에 판을 깔아주면 어떨까? 그렇다. 지역축제와 먹을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만큼, 지역축제와 식품기업은 공유할 것이 많고 서로 ‘윈-윈’이 될 가능성도 높다. 지역축제는 창조적인 문화축제이면서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의 밑천이다. 더욱이 식품기업의 입장에서, 제품의 우수성 홍보는 물론, 기업의 도덕성도 알릴 수 있고, 소비자의 신뢰도 얻을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오늘날 지역축제의 문제점으로는, 지자체 중심의 진행으로 민간이나 전문가의 참여 부족, 홍보회사들의 엇비슷한 진행으로 인한 창조성 부족, 정부예산에 주로 의존한 운영에 따른 경제성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지역축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이면서, 놀이문화이자 경제적 잠재성도 높기 때문에, 식품기업의 CSV활동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놀이판이 될 수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면… 어떤가? 식품기업이 젊은 인재들의 창의성에 투자하여, 지역의 문화적 가치도 창출하고 긴 안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기업의 이윤추구도 도모하는 것이? 소확행을 즐기고, 문화적 안목도 높은 현대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면 적어도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투자는 긴 안목이어야 한다. 어떤 기업은 ‘기생충’ 영화로 쾌거를 이룰 때까지 25년 동안 투자했다고 하지 않던가?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폴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