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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때문에 개인의 기회 박탈하거나 소외시키는 행위 있어선 안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85회)] 현재의 노인은 젊은이의 미래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20-05-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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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에서 연령파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나이든 선수들을 밀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실력과 상관없이 연령차별에 의해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최근 중의 하나인 남자 배구 대한항공 팀의 P감독이 교체됐다. 이 교체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감독의 교체 이유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한 에서 팀 성적이 나빠서 감독이 교체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기 때문에 별로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심지어는 시중 중에도 감독이 '자진사퇴'의 형식으로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교체된 P감독은 계약기간이 만료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배구인과 팬들이 유임되리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P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기간에 대한항공 배구팀의 성적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P감독 본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재계약하는 줄 알고 구단에 갔더니 안 한다고 하더라"며 "이유가 뭔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먼저 물어보는 건 자존심 상해 악수하고 깨끗이 헤어졌다"고 밝혔다. 당사자도 재계약되는 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배구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P감독의 재계약 불발 이유를 그의 나이탓으로 돌렸다. 1951년생인 그는 올해에 69세이고, 만약 재계약됐다면 계에서는 매우 드문 70대 감독이 될 예정이었다. 성적부진을 이유로 감독을 바꾼 다른 배구팀의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된 K감독이 40세인 것을 비교해보면 "안전보다 변화"라는 구단의 구차한 설명보다는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재계약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배구계에 정통한 많은 분과 열성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왜냐하면 P감독은 고령에도 언제나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고, 선수들에게 자율을 부여하면서도 프로의식을 강조하는 그의 리더십이 뛰어난 감독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리더십의 결과는 좋은 성적으로 나타났고, 대한항공을 리그 최고의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남자 배구 대한항공 P감독 교체 의아
계약 만료됐지만 팀성적 나쁘지 않아

유사 이래 세 가지 중요한 차별이 존재해 왔다. 인종차별(racism), 성차별(sexism), 그리고 연령차별(ageism)이다. 물론 시대와 지역에 따라 크고 작은 차별이 존재하지만 이 세 가지 차별은 인류가 공통으로 겪는 차별이다. 이 중에서도 최근에 와서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연령차별이다. 연령차별의 사전적 의미는 "연령을 이유로 개인의 기회를 박탈하거나 소외시키는 사회적 이념 및 행위"를 뜻한다. '연령차벌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정신과 의사 로버트 버틀러(Robert N. Butler)에 의하면 연령차별이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으며, 반복되는 고정관념, 신화, 혐오적 발언을 통한 직접적 표출, 접촉과 교류의 거부를 통한 간접적 표출 그리고 고용과 서비스 등 사회활동에 있어서의 각종 차별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는 '연령차별'은 고령을 이유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연령차별은 연장자들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자신들이 기득권을 가지는 것이었다. 좋은 대우나 상위 지위는 모두 나이가 든 사람들이 차지하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능력과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단지 젊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받아야할 대접을 해주지 않았다.


​대부분 배구인들과 팬들은 유임 예상
배구계 재계약 불발 나이탓으로 돌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전통적으로 '서열(序列)'을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나이가 '위계(位階)'를 구별하는 일차적인 기준이었다. 지금도 시비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나이가 몇이냐?"를 묻는 관행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을 보면 "나이가 벼슬"이라는 관습이 뿌리깊이 박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적 서열의식에 제일 잘 드러나는 것이 언어습관이다. 우리나라처럼 존댓말과 반말이 발달한 나라도 없다. 부모님이 드시면 '진지'이고 자식이 먹으면 '밥'이 된다. 동물이 먹으면 '먹이'가 된다. 연령을 기준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존댓말을 써야 하고, 나이가 어리면 반말을 써야 한다.

하지만 현대의 연령차별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령자에 대한 차별은 고령자 개인이 건강하고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참여를 제한하거나 고위직에 임명되는 것을 제한하기도 한다. 변화가 적거나 완만한 사회에서는 오랜 경험을 축적한 노인들이 존경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변화가 급속하고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 속도가 빠른 사회에서는 변화에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노인들이 소외되는 것도 또한 보편적 현상이다.

P감독을 제외한 다른 프로배구팀 감독의 평균연령이 40대이고 제일 젊은 감독이 40세인 것을 보면 젊은 감독들의 시대가 열린 것은 사실이다. 비록 배구뿐만 아니라 야구 등 팀의 신임감독들의 나이도 20년 전과 비교해보면 훨씬 젊어졌다. 그만큼 젊다는 것이 높이 평가받는 시대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적을 출중하게 내는 고령의 감독이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현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비록 숫자는 적더라도 자신의 능력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지도자는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

만 100세가 되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올해에 『백세일기』라는 책을 집필하셨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100세에 책을 내시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일 것이다. 능력이 있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노년에도 각자의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그런 분들을 존경하고 그 지혜와 연륜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일 것이다.

오랫동안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연령차별'을 받았던 젊은이들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받았던 차별의 반작용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꼰대'니 '노땅'으로 취급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일 안하는 고령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도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감독 고령에도 열정적으로 선수 지도
연령 차별 노인들 대상 발생 일반적

'연령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연장자와 연소자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 먼저 연장자들은 연령에 따른 권위주의적 사고와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새로운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교사(敎師)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위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노욕(老慾)'으로 치부될 것이다. 노욕은 '노추(老醜)'로 가는 지름길이다.


젊은이들은 연장자를 모두 '퇴물(退物)' 치부하고 새로운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의 짐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연장자에게는 학교나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가 있다. 이것들을 겸허한 마음으로 배우는 자세를 통해 자신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어야 한다. "노인은 젊은이의 미래"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연령차별이 없기 위해서는 나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직업윤리와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더구나 직위를 자신의 가치와 파워의 척도로 이용하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전 SK 야구팀 트레이 힐먼(Trey Hillman) 감독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는 니혼햄 파이터스-캔자스시티 로열스-SK 와이번스 감독을 맡으면서 프로야구 강국인 미국, 일본, 한국 3개국의 감독을 맡은 최초의 야구인이자 재팬시리즈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우승한 유일한 감독이다.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경력이다.

현재 60세인 그는 작년에는 미국 프로야구팀 마이애미 말린스 팀의 1루 주루코치를 맡았고, 올해에는 같은 팀의 3루 주루코치를 맡고 있다. 그의 화려한 감독 경력을 감안해보면 현재 3루 주루코치를 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그가 자신의 경력에 걸맞은 자리를 원했다면 아마도 현재 실업자의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고, 현직을 떠난 아쉬운 마음으로 과거의 화려한 경력을 회상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전정 좋아하는 야구를 한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면서 자신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세를 견지하는 한 그는 오랫동안 현역일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 모두 전직(前職)이 아니라 각자가 원할 때까지 현직으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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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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