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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 백신 개발 앞당기려 임상단계 축소 ‘휴먼 챌린지 시험’ 위험성은?

김경수 편집위원

기사입력 : 2020-05-24 00:00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서두르기 위해 임상시험 단계를 축소한 ‘휴먼 챌린지 시험’ 도입 움직임을 보이면서 ‘생명경시’란 윤리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서두르기 위해 임상시험 단계를 축소한 ‘휴먼 챌린지 시험’ 도입 움직임을 보이면서 ‘생명경시’란 윤리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시급한 가운데 임상시험의 최종 단계인 ‘단계 3’에서 통상과는 다른 수법의 도입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바이러스를 주입한 뒤 약효를 점검하는 ‘휴먼 챌린지 시험(human challenge trial)’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전의 방식보다 임상시험 프로세스를 신속화할 수 있는 한편 피험자의 몇 퍼센트 정도가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있어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 개인 리스크와 사회의 이점 사이 ‘저울질’

백신 개발에는 수십 년씩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는 우리에게 그럴 여유가 없다. 내년 여름까지 백신을 완성하려면 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경험 없는 지름길을 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백신 임상시험을 둘러싸고 그동안 학술적 논란으로 여겨졌던 문제들이 갑자기 주목받고 있다.

현행 임상시험 규칙에서는 피험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다. 하지만 백신 개발을 가속화 하기 위해 이 ‘룰’을 깨뜨려 건강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위험한 바이러스에 폭로시키는 방식은 인정할 수 없는가 하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런 위험을 동반한 임상시험 방법은 ‘휴먼 챌린지 시험]이라 불리며 이를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가 늘고 있다.

종래의 방식으로 실시할 경우, 수만 명의 피험자에게 백신을 투여해 그들이 일상생활을 보내는 가운데 감염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한다. 피험자들을 장기간에 걸쳐 경과를 관찰할 필요가 있는 이 방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휴먼 챌린지 시험‘에서는 백신을 투여한 피험자들을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방법이 취해진다. 임상시험의 프로세스를 신속화하기 위해 일부 연구자들은 이미 이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생물의학 윤리센터 데이비드 매그너스 소장은 “개인의 위험과 이점에 대해 사회 전체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얼마나 될지 양자를 저울질해 비교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이를 설명한다.

■ 임상단계 축소 가이드라인 변경 움직임

이러한 윤리상의 딜레마는 바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임상시험에 들어간 백신 후보는 8종류가 있다(5월 15일 시점). 중국에서 4종류, 영국과 EU에서 1종류씩, 미국에서 2종류다. 이 중 백신을 많은 피험자에게 투여해 효과와 안전성, 부작용을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인 ’단계 3‘에 이른 것은 아직 없다. 통상적으로 이 ’단계 3‘가 시행되는 것은 몇 년이 걸리지만, 이번에는 올해 안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개발 기간을 최소 8개월 단축하는 ’워프 스피드‘ 작전을 시작했다. 또 규제 당국인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임상시험 스케줄을 대폭 단축하면서 생기는 과학적 윤리적, 실행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FDA의 마이클 펠버바움 대변인은 “휴먼 챌린지 시험에 관한 정식 결정은 그 시점에서 입수할 수 있는 모든 정보에 비추어 FDA가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챌린지 시험‘의 구체적인 실시 시기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의 변경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러한 스케줄에 맞추려고 하면 앞으로의 임상시험은 이례의 방법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 임상시험 수만 명 피험자가 필요한 이유

통상 백신이 완성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개발 기간이 사상 최단기였던 유행성 이하선염 백신조차 4년이 걸렸다. 에볼라 출혈열 백신은 5년 걸렸다. 백신 개발 과정은 복잡하다. 과학자들은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생성을 촉진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배양세포와 실험동물로 테스트해야 한다. 이를 ’전 임상 단계‘라고 부른다.

그다음이 사람 시험, 즉 임상시험으로 총 3단계로 진행되게 된다. ’단계 1‘은 백신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한 것으로 피험자는 100명 미만인 경우가 많다. ’단계 2‘는 수백 명을 대상으로 백신에 대한 면역시스템의 반응, 안전성과 부작용을 조사한다.

중요한 게 ’단계 3‘다. 수만 명의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백신을, 다른 쪽에는 위약을 투여해 양자를 장기에 걸쳐 경과를 관찰해 비교한다. 흔히 일어나는 부작용뿐 아니라 희귀한 부작용을 찾아내려면 대규모 집단시험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예일대 공중위생대학원에서 백신 정책을 연구하는 제이슨 슈워츠 교수는 “단계 3 시험 데이터는 개발 중인 백신을 넓은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인간 파필로마 바이러스 백신 임상시험에는 3만 명의 피험자가 참가했다. 아이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일반적인 질병을 예방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임상시험에는 7만 명의 피험자가 참가했다고 밝혔다. 제약회사는 ’단계 3‘가 완료돼야 백신을 사람용으로 시판하기 위한 승인 신청을 할 수 있다.

■ ’챌린지 임상시험‘은 소수 참여 단기결전

과학자들은 각 국면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 프로세스를 신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각 국면을 종료마다 신중한 분석이 이뤄진 이후에 다음 국면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안정성 때문이지만 가망이 없는 후보를 단념해 비용을 아끼겠다는 측면도 있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해서는 기업이나 비영리단체가 백신 개발에 거액을 투입하고 있는 것 외에도 임상시험의 룰도 완화되고 있다. FDA는 개발 프로세스를 최대한 합리화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기업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그런 임상시험의 마지막인 ‘단계 3’는 난관이다. 종래의 방식으로는 백신 또는 플라시보를 투여받은 수만 명의 피험자를 관찰해 그들이 일상생활을 보내는 가운데 감염되는지 어떤지 확인한다.

이번에도 이 방법을 답습했을 경우, 피험자들은 보통 사람들과 같이 소셜 디스턴스(사회적 거리 두기)를 취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는 꽤 한정될 것이다. 이것 역시, 많은 피험자가 필요하게 되는 이유다.

한편, 챌린지 시험에서는 백신을 투여한 피험자들을 바이러스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킨다. 이것이라면 확실히 바이러스에 노출한 다음 백신의 효과를 판별할 수 있기 때문에, 피험자의 수는 훨씬 적게 된다. 코로나19 감염증은 2주 이내에 발병하므로 시험 기간도 짧아진다.

■ 100% 유효하지 않아 사망자 나올 가능성

그러나 이 방법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피험자의 몇 퍼센트 정도는 아무리 젊고 건강해도 사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도전시험은 100%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는 질병에서만 실시되고 있다고 펜실베이니아대 의학대학원에서 생물통계학과 의료윤리, 보건정책을 연구하는 수전 엘렌버그 교수는 말한다.

치료법이 있는 경우에도 피험자로 참여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말라리아나 콜레라에서의 챌린지 시험에서는 피험자들은 상당한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다. 스탠퍼드대의 마그너스 교수는 “설사나 구토를 반복해, 심한 상태였다”라며 “그래도 정맥 수액과 항생제가 항상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항구적인 건강 피해나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은 매우 낮았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증은 사망률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또 현시점에서의 치료약 후보 중 하나인 렘데시비르에는 회복을 앞당기는 효과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 대의를 위한 위험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나?

2016년에는 지카열 백신 ’휴먼 챌린지 시험‘이 제안됐으나 미국 국립위생연구소는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서는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도전시험의 윤리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벌써 3월부터 시작됐다. 이달 ’저널 오브 인펙셔스 디지즈‘에 발표된 논문에서, 피험자에의 리스크는 백신이 없는 경우의 매주 사망자 수와 비교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러트거스대에서 생명윤리학을 전공하는 닐 에얄 교수는 매우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도전시험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증에 의한 사망 리스크가 낮은 젊고 건강한 피험자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또 그러한 참가자는 어쨌든 이환할 리스크가 높은 감염율이 높은 지역에서 선택할 필요가 있어, 감염되어 있는 기간은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일이 없게 격리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의를 위한 위험이라면 용서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 ‘챌린지 시험’ 전 세계에서 2만 명 이상 지원

결국 ’단계 3‘ 시험을 어떠한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인가. 규제당국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적어도 공표는 되지 않았다), 신속한 시험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4월 20일에는 미국 연방의회 의원 35명으로 구성된 초당파 그룹이 보건복지부와 FDA 지도자들에게 임상시험과 승인 프로세스의 신속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지구상 70억 명에 대한 백신 공급이 일주일 늦어지면 수천 명의 생명이 희생된다. 정당화할 수 있는 리스크는 감수해도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기록되었다. ’휴먼 챌린지 시험‘을 지지하는 단체 ’1 Day Sooner‘(하루라도 빨리)는 이 시험에 참가하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웹사이트를 여어 이미 102개국에서 2만4,000명 이상(5월 22일 현재)이 모여있다.

밴더빌트대 백신 연구 프로그램의 과학 디렉터 캐서린 에드워즈 박사는 “이 감염증이 심각한 질병이며 사망자와 환자 수, 사회적 영향은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단순히 치료하는 게 아니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이건 균형이 잡혀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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