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중국 통신장비업체) 제재 검토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입법 시도로 불붙은 미·중 갈등이 또 다시 ‘글로벌 환율전쟁’의 먹구름을 불러 모으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6일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12% 오른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27일 이후 12년여 만에 최고치다. 전날에도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38% 오른 7.1209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환율은 G2 갈등이 표출되는 대표적인 경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2018년부터 불거진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중국은 환율로 맞대응해왔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13% 떨어뜨리며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를 키우는 일종의 보복을 감행한 것이다. 지난해 8월에는 '1달러=7위안' 선을 돌파, '破七(포치)' 시대를 열었다.
중국이 그간 막아왔던 위안화 가치 절하를 사실상 용인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쇼크에서 막 벗어나는 시점에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자 아예 작정하고 역공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중국 경제가 전대미문의 상황에 처했다”며 그간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통화완화 정책에 적극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위안화 약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정정영·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기업 제재와 함께 홍콩, 대만 등과 관련된 이슈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어 중국은 위안화 환율 절하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장원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tru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