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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코로나19, 그리고 잘 먹고 잘 살기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0-06-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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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낚시를 좋아하는 아들이 바다에서 잡은 커다란 참돔 인증샷을 카톡에 올렸다. 그 큰 참돔을 두툼하게 회를 떠 집으로 가져왔는데, 그야말로 자연산인데다가 오는 동안 숙성까지 잘 되어 맛이 기가 막혔다. 회를 먹으면서 참돔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가 아님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참돔은 여태까지 먹어본 경험으로도 안전하고, 성경에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신명기 14장 9절).


그런데 박쥐는? 필자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박쥐, 날아다니는 박쥐를 성경에서는 ‘새(bird)’로 분류하면서,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명기했다(신명기 14장 18절). 왜 그럴까? 성경에서는 박쥐가 곤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곤충으로 인한 재앙이 닥칠 위험을 막아준다고 보아, 먹어서는 안 될 새, 생태적으로 보호해야 할 새로 간주한 것이다(휘터만, 성서 속의 생태학, p.91).

한 번 가정해보자. 필자는 박쥐 고기를 좋아하고, 필자의 아들은 참돔이 아니라 박쥐를 잡으러 갔다고… 서너 마리의 박쥐를 잡아 온 아들은, 박쥐를 도살해주는 사람처럼,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무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집에서 그 고기를 요리해 먹는 부모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위험해지기 쉽다. 더욱이 무증상인 만큼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을 쉽게 감염시키고, 감염 범위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과학을 아는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를 1차 숙주로 삼는다는 업그레이드 된 정보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에 공통으로 감염되는 1급 법정감염병의 원인으로서, 박쥐의 식용과정에서 사람에게 감염된 다음, 비말 감염을 통해 사람 사이에 빠르게 전파된다. 코로나19의 막강한 감염력으로 인해, 전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쥐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미 박쥐를 떠난 셈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처럼, 엄청난 인구의 인류라는 새로운 숙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비행기를 타고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온 세상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수그러들 것이고, 우리는 코로나19도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인류의 역사는 감염병과의 싸움의 연속이었고, 많은 경우 그 싸움에서 이겨왔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런 싸움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전망하면서, 동물식용과 관련된 인수공통감염병이 핵심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바이러스는 쉽게 변종을 만들어 기존의 백신과 치료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것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힘겨운 가장 큰 이유다. 현미경으로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도 문제지만, 지구의 기상변화,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과 같은 거대한 변화도 인류생존에 어려움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는 과연 ‘만물의 영장’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인류의 문제는 전 지구적 경제가 유지되는 생존에 있다. 코로나19로 죽을 때 죽더라도 우선 먹고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류의 생존은 지구와의 공존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코로 숨 쉬고 입으로 먹고 마시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데, 지구와의 공존 없이는 공기도, 물도, 먹을거리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코와 입을 통해 바이러스도 들어오고, 독성물질도 들어온다. 인류는 지구와의 공존을 위해 이익(benefit)과 위해(risk)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냥 ‘생존’보다 ‘기쁨’과 ‘나눔’의 생존이 좋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친구나 동료들과 마스크 없이 웃으면서, 밥 한 끼도 잘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러려면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떻게 해야 다른 존재(beings)들과 함께, 잘 존재(well-being)하면서, 잘 먹고 잘 살(well-eating and well-living) 수 있을까?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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