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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유명 선수 삼진아웃 마땅…팬들 "솜방망이 처벌" 분노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86회)] 지나친 자모(慈母)의 영향과 온정주의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20-06-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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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볼파크 야구장 밖에 세워진 피트 로즈의 동상. 그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금지하고 있는 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명예의전당에 헌액되지 못했다. 반면에 한국은 엄격한 처벌보다는 온정주의에 치우쳐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그러다 보니 다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K선수에 대한 수위를 놓고 장시간 논의한 결과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하기로 했다. 팬들과 일반 여론은 마라톤 회의 끝에 내린 결론치고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고 KBO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고 엄격해지면서 K선수가 다시는 야구계에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상벌위원회가 심의와 검토를 마치는데 시간이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12월 서울 삼성역 부근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K선수는 앞서 2009년, 2011년 두 차례 음주운전 적발까지 발각되면서 ‘삼진 아웃제’가 적용, 법원으로부터는 이미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던 야수 출신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중에서는 제일 성공적으로 적응했다고 평가되던 K선수는 음주운전 이후 야구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으로 평가됐다. 세 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됐을 당시에는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었다. 2018시즌부터 복귀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8월 방출됐고,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해 더 이상 메이저리그에서는 활동할 수 없는 처지다.

​음주운전 인식은 이전과 크게 달라져
상벌위, 심의와 검토 완료에 난상토론

그는 아직 귀국하지 않았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반성문을 제출하였다. 보도에 의하면, 반성문에는 "큰 잘못을 했고,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고 반성한다. 상벌위의 결정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지난 일에 대한 반성을 하고, 그에 따른 봉사활동 등도 당연히 수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KBO리그에 복귀하게 되면 연봉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도 반성문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걸 알지만,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 야구장 밖에서도 잘못을 갚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고 전해진다. 이 징계 내용과 비교하기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선수 징계를 살펴보자. 누구나 다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의 꿈인 '명예의전당'에 헌액될 것을 의심치 않았던 피트 로즈(Pete Rose)는 메이저지그에서 금지하고 있던 도박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영구제명'의 처벌을 받았다. 물론 '명예의전당'의 헌액도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피터 로즈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안타, 최다 출장, 최다 타석, 최다 타수 등의 화려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메이저리그의 '레전드'이다. 그 외에도 월드 시리즈 3회 우승에 3번의 타격왕, MVP 1회, 골드글러브 2회, 신인왕, 17회 올스타 출장 경력, 한 시즌 200안타 10회 기록까지 보유했다. 그 중에서도 최다 안타 3256개는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불멸의 기록'이다. 올해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치는 박용택 선수의 한국 프로야구 최다 안타수가 2020년 4월 13일 현재 2439개인 점을 고려하면 로즈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더구나 그는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그 팀의 감독을 맡았던 경력까지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 중 성공적 적응
음주운전 이후 야구선수 생명 끝 평가

하지만 화려한 이 모든 기록이 '영구제명'과 함께 메이저리그 기록에서 지워졌다. 그는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줄 우려 때문에 현역선수나 감독은 도박을 금하고 있는 규정을 어긴 것이 발각이 되어 '명예의전당' 헌액을 앞두고 모든 것이 말소가 되었다. 그는 감독으로서 자신의 팀이 이길 것이라는 쪽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에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여러 차례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영구제명'이라는 최고의 처벌을 받았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그의 명예를 살려야 한다며 거들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있다. 공식적인 규정 앞에서는 무명선수이건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건 똑같은 규정이 적용되고 처벌될 뿐이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한국은 문화적으로 온정적인 처벌을 한다. 또 처벌을 한 후에도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다시 한 번 만회할 기회를 준다"는 등의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마저도 다 지키지 못하고 다시 복귀시키는 일이 다반사다. 한국이 이런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데는 그럴만한 문화적 이유가 있다. 한국은 형식적으로는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안에서 아버지의 권위와 통솔력이 세다. 그래서 아버지는 '엄부(嚴父)'로서 가족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데 엄격하고 단호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은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친밀한 정서적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다. 아버지와는 거리가 있고, 공(公)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반면에, 어머니는 '자모(慈母)'로서 자녀를 사랑하고 잘못을 용서하는 포용적 특성을 가진다. 특히 전통적인 가족에서는 아버지는 사랑채에 거주한다. 오늘날에도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항상 바깥일로 분주한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끔 대면하는 아버지와는 친밀한 사(私)적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자녀들은 안채에서 어머니와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오늘날에도 자녀의 양육이나 정서적 발달은 어머니의 몫이다. 이 때문에 어머니와는 의존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 문화는 공식적인 틀은 가부장제이고 아버지의 권위와 영향력이 강하지만, 동시에 그 틀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정서적인 면에서는 어머니의 영향력이 강한 복합적인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부장제 문화는 '부자(父子)'를 중심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시집온 여자는 아들을 낳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들을 낳는다는 것은 조상과 자손을 이어가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代)'가 끊기는 것을 제일 중요시한 문화에서 아들을 낳지 못한 여자는 '죄인'의 심정으로 시집에서 제일 낮은 지위의 대접을 받아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니 아들을 낳지 못 하는 것은 '칠거지악(七去之惡)'의 두 번째 항목에 해당할 만큼 잘못이 되는 일이다. 이는 아내는 단순히 남편 개인의 처로 맞이한 것이 아니라 조상의 뒤를 이을 가문 자체가 맞이하였다는 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아들을 생산한 이후에야 며느리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고 '아들의 어머니'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아들은 단지 자녀가 아니라, 어머니에게는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견고하게 해주는 은인(恩人)이기도 한 것이다.

​2018시즌 복귀 후 부상 등 주전 밀려
"큰 잘못 했다"…결국 지난해 방출

남편과의 관계가 단지 대를 잇는 것에 한정되고 부부간의 친밀한 정서적 관계가 금지된 부인에게 집안에서 그나마 자연스럽게 기댈 수 있는 남성이 바로 아들이다. 어렸을 때는 아들이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동시에 어머니도 아들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여성들에게 강요되던 '삼종지도(三從之道)'를 지키려면 늙어서는 아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젊었을 때 남편에게서 충분히 이성(異性)으로서의 보호와 애정을 받지 못한 부인의 관심이 아들을 편애(偏愛)하게 되고, 아들은 어머니의 지나친 과보호와 전폭적 지지 속에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자기애적' 생각을 가지게 될 위험성이 커진다.

이런 문화에서 성장하면 항상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줄 대상이 존재하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 감싸주고 용서해주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수를 해도 모든 것을 용서해주고 감싸주는 어머니의 품으로 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일을 추진할 수 있고, 심리적 유연성(柔軟性)을 발달시킬 수 있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이런 문화에서는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철저하게 예상해보고 행동을 자제할 수 있는 절제력을 기르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 실수를 해도 언제나 용서해주는 어머니가 마음속에 늘 존재하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게 된다.

'엄부자모(嚴父慈母)'의 양육 방침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두 측면이 동시에 상호보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법을 강조하고 철저한 처벌을 시행하는 '엄부'만의 환경에서는 따듯한 정서적 표현이나 대인관계가 억제되어 삭막한 환경이 될 수 있다. 대조적으로 정서적인 안정과 용서가 강조되면 자기애적 성격이 형성되고, 자율성과 책임의식이 결여될 수 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이 '엄부'와 '자모'는 어느 한 쪽만이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 "엄부와 자모는 항상 있습니다. 그 중에 제일은 통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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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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