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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국민에게 고기값 보태주는 정부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6-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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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한 세기 전 독립신문은 국민에게 빵과 고기를 권장하고 있었다.


“김치와 밥을 버리고 우육과 브레드를 먹게 되며, 말총으로 얽은 그물을 머리에 동이지 아니하고, 남에게 잡혀 끄들리기 쉬운 상투를 없애고….”

독립신문은 밥보다 빵이 좋은 이유를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서양 화학박사들이 각색 곡식을 분석해본 즉, 사람의 몸에 가장 유익하기는 밀가루요, 그 다음은 옥수수요, 쌀은 보액(補液)이 적은 물건이라 하니, 서양 사람의 건장한 것과 쌀 먹는 동양 사람의 잔약한 것만 보아도 두 가지에 우열을 알겠다.…”

한 세기가 흐른 오늘날, 우리는 독립신문의 캠페인을 ‘초과달성’하고 있다. 심지어는 먹을거리의 이름마저 ‘세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닭고기다. 우리는 이제 닭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있다. 치킨을 먹고 있다. 온 나라에 치킨집이다. 해마다 수억 마리다.

‘닭날개’를 버리고 ‘윙’을 먹고 있다. 늙은이들은 헷갈리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윙’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쌀 소비량은 계속 줄이고 있다. 그 대신 빵이다. 국수가 아닌 ‘파스타’도 즐기고 있다. 피자도 빠질 수 없다.

고기를 먹는 날까지 생기고 있다.

4일은 ‘육포데이’다. 고기의 포를 떠서 먹는 날이다. 5일은 ‘육우데이’다. ‘육우’니까 소고기를 의미하는 날일 것이다.

‘현충일’인 6일은 ‘육육데이’다. ‘고기 육(肉)’이 두 번 겹치는 날이니 먹지 않을 수 없다. 경건하게 보냈으면 싶은 ‘현충일’도 아랑곳없다. 우리는 이렇게 6월초가 되면 사흘 동안 계속 고기다.

돼지고기를 먹는 ‘삼겹살데이’도 있다. 3월 3일은 ‘3’이 두 번 겹치는 날이라 ‘삼겹살데이’라며 너도나도 삼겹살이다. 5월 5일은 오겹살 먹는 ‘오겹살데이’다. 7월 8일은 고기를 구워먹는 ‘철판데이’다. 9월 2일은 돼지고기를 ‘구이(92)’로 만들어서 먹는 날이다.

오리고기도 대상이다. 5월 2일은 오리고기 먹는 ‘오리데이’다. 또는 오이 먹고 예뻐지는 ‘오이데이’다.

닭고기도 예외가 아니다. 닭을 불러 모을 때 ‘구구’라고 한다면서 ‘9월 9일’을 ‘구구데이’로 삼았다.

이 ‘구구’는 또 한 번 이용되고 있다. 1월 1일부터 99일째 되는 날인 4월 9일을 백일(白日)로 삼아 ‘화이트데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하얀 닭고기를 먹는 날이다. 백색 고기(白色肉)인 닭고기를 먹어야 백수를 누릴 수 있다는 날이다.

물고기도 고기가 아닐 수 없다. ‘3월 7일’은 등 푸른 생선을 먹는 ‘참치데이, 삼치데이’다.

그런데, 그런 국민에게 정부가 고기값까지 보태주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우와 삼겹살 매출이 급증했다고 한다”며 “경제 위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국민의 마음이 와 닿아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다”고 밝히고 있었다.

국민은 대통령의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고기를 찾고 있다. 다이어트 따위는 까먹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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