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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권 무력화”…‘정면돌파’ 이재용에 ‘맞대응’ 나선 檢

이 부회장, 수사심의위 신청 이틀 만에 검찰 ‘구속영장’ 청구
‘기소권 견제받겠다’던 檢, 수사심의위 건너뛴 영장 청구 강행
검찰개혁 스스로 ‘무력화’ 지적…재계 “누가 검찰 신뢰하겠나”

민철 기자

기사입력 : 2020-06-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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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사진=삼성전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검찰의 기소 타당성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지 이틀 만에 검찰의 전격적인 영장 청구다.

지난 2018년 검찰개혁위원회가 도입한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독점적 기소권을 견제·감독함으로써 수사의 중립성 확보와 권한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기구다. 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 150명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의견 수렴을 통해 수사의 개시·진행, 구속영장 청구·재청구 및 기소 등을 제한하도록 한 제도적 장치로, 검찰 스스로 마련한 개혁방안의 일환이다.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은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수사의 적정성과 기소 타당성을 수사심의위 외부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당초 법조계와 재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만큼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쉽지 않아 보였다. 기소 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한 수사심의위 가동을 앞둔 시점에서 자칫 검찰 스스로 검찰개혁을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간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에 수사심의위로 ‘정면 돌파’에 나선 이 부회장에 검찰이 맞대응 격인 ‘구속영장 청구’ 카드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수사심의위 도입 이후 심의위 신청이 진행 중인 와중에 검찰이 기소 등 수사 일정을 밀어붙인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강행으로 ‘검찰 개혁’ 논란이 재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사심의위 판단을 피하기 위한 전격적인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라는 지적이 나오는 와중에 검찰이 약속한 검찰개혁을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018년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로 인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는 대신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트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합병 직전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20% 이상을 확보한 최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보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1년 8개월간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명에 대한 소환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왔지만 이렇다 할 수사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하고, 각종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활동 위축에 재계 안팎에선 ‘조속한 수사 마무리’ 등의 요구 목소리가 확산됐었다. 결국 검찰은 이 부회장을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불러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직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국민의 시각에서 수사의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신청을 접수하였던 것”이라며 검찰의 구속영장 창구에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통해 사건 관계인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처분하였더라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도 검찰을 보는 시선이 날카롭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도입 취지가 공정한 수사를 통한 국민 신뢰 제고에 있다”면서 “제도에 아랑곳하지 않은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의 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검찰의 무소불위식 영장 청구는 검찰개혁 방안으로 만들어진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에 의문을 들게 한다”며 “검찰이 오히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객관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차단하는 모습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경제 주체가 버팀목이 돼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국가 경제의 한 축인 삼성 수장의 부재 가능성에 경제인으로서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날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오는 8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심사를 진행,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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