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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로또분양' 무순위청약 서민에겐 '넘사벽'

김하수 기자

기사입력 : 2020-06-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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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김하수 차장.
정부가 아파트 청약시장에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최근 신규분양 시장의 청약 열기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넘어 지방에서도 세자릿 수 경쟁률이 잇따르는가 하면 일명 ‘줍줍’이라 일컫는 무순위청약도 광풍에 가까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무순위 청약에 당첨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경기 수원의 영통구 망포5지구에 들어서는 ‘영통자이’의 청약 부적격 당첨 3가구에 무순위 청약을 접수한 결과, 무려 10만 1590명이 신청해 3만 3863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에서도 역시 3가구 모집에 약 26만 명이 몰려들어 역대 무순위 청약 접수자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람들이 아파트 미계약분 ‘줍줍’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청약 규제에서 자유롭고, 당첨만 되면 로또복권만큼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무순위 청약시장이 ‘현금부자들만의 리그’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16 종합부동산대책을 내놓고 9억 원 이상 주택에 ‘LTV(주택담보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을 고강도로 조정하는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줍줍’ 단지들은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기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 기준에서 대출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12.16 대출규제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여유자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현금부자’에게 ‘로또 당첨’의 기회를 열어준 꼴이 되고 말았다.

주택대출 조건의 강화는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서민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준다면서 실상은 그 기회마저 앗아가는 ‘불평등 또는 양극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주거안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제와 함께 실수요자를 배려하는 촘촘하고 정밀한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집값 거품’의 빈대를 잡기 위한 정책이 ‘내집 마련의 꿈’의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우(愚)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등 명분이 아닌 실익 중심의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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