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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종차별 반대시위 핵심요소는 '편향된 시각'에 대한 분노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87회)] 집단 간 편견이 불러오는 비극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20-06-1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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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흑인에 대한 편견에서 촉발된 시위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현재 미국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는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촉발되었다. 플로이드 사건은 편의점에서 위조된 20달러 지폐가 사용됐다는 신고에서 시작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현장 인근에서 술에 취해 자신의 차에 앉아 있던 플로이드를 체포했다. 다음 날인 5월 26일, 한 행인에 의해 촬영된 플로이드의 체포 당시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왼쪽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르고 있고, 플로이드는 밑에 깔려 "숨을 쉴 수 없어요, 날 죽이지 마세요."라고 호소하고 있다. 행인들은 경찰을 향해 목을 누르지 말라고 외쳤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옆의 다른 경찰은 행인의 접근을 막기까지 했다. 결국, 그는 사망했다. 이 동영상이 공개되자 그동안 다양한 차별에 시달리던 흑인들과 히스패닉 등 소수민족의 분노가 폭발되어 폭력적 양상을 띠는 시위로 발전하였다.


집단 간 반목(反目)에는 서로 구별되지만, 긴밀히 연결된 세 요소가 있다. 첫째는 인지적 요소인 '고정관념(固定觀念)'이다. 이는 특정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개인적 속성에 대한 신념이다.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전형적인 고정관념은 '흑인들은 선천적으로 열등하다' '흑인들은 게으르다' '흑인들은 야망이 없다' '흑인들은 반사회적이다' 등이 있다.

둘째는 평가적 요소인 '편견(偏見, prejudice)'이다. 편견은 어느 특정한 집단이나 한 개인을 그가 속한 집단에 근거해서 내리는 평가이다. 대개는 부정적 평가이지만, 드물기는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편견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 '호(好)-불호(不好)'의 감정을 갖게 된다.

셋째는 행동적 요소인 '차별(差別)'이다. 차별은 그들이 속한 집단에 근거해서 개인들에게 행하는 부정적 행동들이다. 미국에서 자행된 차별은 흑인들에게는 백인들이 사용하는 식당이나 종교시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다. 더욱 비극적이게도 20세기 초반 수천 명의 흑인이 허무맹랑한 이유로 백인 폭도들에 의해 린치(lynch, 私刑)을 당했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제일 핵심적인 것은 편견이다. 편견은 한자로는 '치우칠 편(偏)과 '볼 견(見)'이다. 다시 말하면, 편견은 상대를 그가 속한 집단에 근거해서 '호-불호'의 한 편으로 치우친 평가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어의 'prejudice(편견)'는 '미리'를 뜻하는 'pre'와 '편향된 생각'을 뜻하는 'judice'의 합성어이다. 영어에서는 한 개인이나 집단을 직접 만나 경험해보기 전에 '미리 편향된 판단을 한다'는 의미이다. 편견을 갖게 되면, 다른 사람을 한 개인으로서의 정보나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하기보다 그의 사회적 또는 인종적 범주에 근거해서 미리 판단하게 된다. 편견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사회행동 중에서 제일 파괴적인 성향이다. 왜냐하면 편견은 종종 폭력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경찰 과잉진압 비무장 상태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하면서 시위 촉발


미국에서 흑인들이 편견의 희생물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 사실상 모든 사회적 집단은 최소한 한두 번씩은 편견의 희생자가 된다. 하지만 제일 극심한 것은 흑인에 대한 백인의 편견이다. 흑인 남성에게 불필요한 폭력을 가한 백인 경찰도 평소 흑인에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의해 편견이 생겼고, 이 편견은 백인과는 다른 차별적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불행하게도, 편견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편견이 없었던 사회는 없었다. 유럽에 거주하던 600만 명의 유대인들이 유럽 인종을 '정화(淨化)'한다는 미명 아래 나치(Nazi)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처럼 편견은 한 국가 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다만 나와 너, 내집단(內集團)과 외집단(外集團)을 구별하는 기준이 다른 것뿐이다. 역사적으로 편견의 기준으로 많이 사용된 것은 인종(人種), 성(性), 연령(年齡), 종교, 이념(理念) 그리고 지역(地域) 등이다. 미국의 경우, 인종이 주요한 편견의 기준이고, 캐나다의 경우에는 지역과 언어가 편견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역이 편견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느 기준으로 집단이 나누어지든, 일단 나누어진 후에는 공통된 편견의 특징과 부정적 측면이 나타난다. 그만큼 편견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다.

편견을 줄이는 것은 생각하기보다는 훨씬 어렵다. 적어도 편견이 인종(racial) 간이거나 민족(ethnic) 간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편견은 개인과 집단에 큰 해를 끼치기 때문에 편견을 해소하는 방안을 사회심리학에서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제시해주는 방안들을 소개하면 무엇보다 먼저 직접적인 접촉을 늘리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직접적인 접촉의 빈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편견이 줄어들지 않고, 몇 가지 특수한 조건 하에서의 직접적 접촉이 효과를 가져온다.

​경찰이 플로이드의 체포 당시 목눌러
"숨 쉴 수 없다. 죽이지 마세요" 호소

직접적 접촉을 통해 편견을 감소시킬 수 있는 조건을 연구한 '접촉이론(Contact Theory)'에 따르면, 첫 번째 조건은 지속적인 친밀한 접촉이다. 서로 반목하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단지 같은 공간이나 지역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들이 긴밀하게 그리고 자주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서로 협력적인 상호의존성이 또한 있어야 한다. 두 집단의 멤버들이 부족한 자원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서 일해야 하고, 따라서 상대방의 노력에 의존하는 관계이어야 한다. 집단 간 관계에서 경쟁의 파괴적 효과에 관한 고전적 연구에 속하는 셰리프(Sherif)와 그의 동료들이 1961년 Robber's Cave 오클라호마 주립공원의 여름캠프에서 진행한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입증되면서 유명해졌다. 'Robber's Cave 연구'라고 명명된 이 실험에 의하면, 여름캠프에 도착한 소년들을 무선적으로 두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첫 단계에서는 두 집단끼리 경쟁을 하도록 조장하였다. 그러나 이 상황이 두 집단 간에 너무나 격렬한 분노와 적대감을 유발하였기 때문에 TV로 영화를 시청하는 것과 같은 비경쟁적 상황에서도 심한 적대관계가 지속하였다. 후에 이 적대감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조적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야 겨우 진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 협력적인 상호의존성의 조건은 공동의 노력이 성공으로 끝날 경우에 효과가 있다. 만약 공동의 노력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에는 오히려 상대 집단 때문에 실패했다고 비난하고 분개할 확률이 높아지고 기존의 편견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접촉이 동등한 지위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불평등한 지위에서 이루어지는 접촉은 오히려 분한 마음을 증가시킨다. 미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예를 들면, 부자 백인여성의 시중을 드는 히스패닉 계통이나 흑인 여성 가정부의 관계는 아무리 밀접한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된다고 해도 편견을 감소시켜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불평등한 관계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더 공고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넷째로, 평등한 관계를 선호하는 사회적 규범이 책임 있는 당국과 공동체 전체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집단 간 접촉이 내집단원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강제로 이루어진다면 두 집단 간의 편견이 줄어들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도 지역적 편견과 차별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성, 연령, 이념 등 다양한 기준에 의해 집단 간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 내부에 있는 편견의 실체를 빨리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집단과 직접적 접촉을 늘려야 한다. 상대를 그가 속한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가해야 한다. 내가 가진 편견의 피해자는 결국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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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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