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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경제를 정치로 풀면 빨라질까?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6-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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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영국의 어떤 정당 대표가 자신의 아내와 함께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뉴욕에서는 마침 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아내는 박람회에 가서 제너럴모터스사가 꾸며놓은 ‘미래의 파노라마’를 구경하고 싶다고 졸랐다. 관람권을 구해달라는 얘기였다.

이 대표는 거물 정치인답게 ‘정치역량’을 발휘했다. 아내 앞에서 보란 듯 영국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관람권이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영사관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계 거물’의 부탁이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워싱턴에 있는 영국 대사관으로 연락했다. 대사관은 런던의 영국 외무부로 급히 타전했다.

전보를 받은 외무부는 주영 미국대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관람권 2장’ 문제가 난데없이 ‘외교 현안’으로 떠올라버린 것이다.

미국대사는 다시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뉴욕으로 연락했다. 세계박람회장에 나와 있는 제너럴모터스사에 직접 전보를 친 것이다.


“현재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영국 정당의 당수 부부가 귀사의 ‘미래의 파노라마’를 관람하고자 하오니 선처바랍니다.”

전문을 받은 제너럴모터스사는 대표 부부가 묵고 있는 호텔로 전화했다.

“우리 회사의 전시관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셨지요. 정말로 영광입니다. 꼭 구경하러 오시기 바랍니다.”

‘외교현안’은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대단치도 않은 문제를 ‘정치’로 해결하려다 보니 전보가 대서양을 왕복하고, 두 나라 정부가 바쁘게 움직였던 것이다.

정당 대표가 아내에게 ‘정치역량’을 과시하지 않고 곧바로 박람회장에 나와 있는 제너럴모터스사에 연락했더라면 관람권을 구하고도 남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경제’로 풀어야 할 사항에 ‘정치’가 나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본소득’이 우선 그렇다. ‘정치’에서 시작된 기본소득론이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결국 “현재 복지 예산이 180조 원 가량인데, 전 국민에게 30만 원씩만 줘도 200조 원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었다. “지구상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는 없다”고도 했다.

‘등록금 반환 문제’도 다르지 않다. 홍 부총리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이고 그런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서 정부가 지원 대책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가 압박이다. 3차 추경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는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정부가 이 문제를 개별 대학과 개별 학생 간에 ‘알아서 하라’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를 불러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랏빚이 걱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회에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 총량 효과 및 관리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제출, 3차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내년 935조3000억 원,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1030조5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임기 중에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정치’가 압박하면 ‘경제’로 풀겠다는 홍 부총리의 주름살은 거기에 ‘정비례’할 것이다. 홍 부총리는 추경 규모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거취 압박’을 받기도 했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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