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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헌신을 이끄는 리더의 진정성

윤혜진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기사입력 : 2020-07-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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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10년 차 직장인 J는 오늘도 상사의 뜬금없는 불호령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파티션 너머로 직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얼마 전, 전체 회의에서 상사가 제안한 신사업에 대해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한 이후로 상사의 히스테리가 더 심해졌다. 항상 의견이 무시당하는 것도 참기 힘들지만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회의감이 든다. 다른 직원들은 회의 시간에 침묵을 지키고 있은 지 이미 오래다.


자신의 권위에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것은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가 나르시시즘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극단적인 자기애의 이면에는 자신의 ‘불완전성’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어렵게 구축해 놓은 ‘완벽한 상태’가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때 구성원들은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 두려워 침묵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리더가 관계를 경쟁으로 인식할 때, 구성원의 건설적인 피드백은 리더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거나 그들의 능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심지어 경쟁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공로를 가로채거나, 업무를 지시하면서 결정적인 정보를 숨겨 구성원이 성장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보잉 737맥스의 잇따른 추락사고로 인하여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해당 항공기의 운항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최근 생산이 점진적으로 재개되었으나 최종 운항 승인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가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가 담긴 보고서 일부가 공개되었는데, 직원들은 경영진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아 보잉은 잇단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이는 피드백이 수용되지 않는 조직이 가진 한계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구성원의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위의 사례와 같이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환경에서 리더는 오히려 조직을 이끄는 수단으로 두려움을 악용한다. 구성원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지적하더라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저 불만이 많은 조직원으로 낙인찍는다. 이는 조직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경로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량 있는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려면 리더는 그들이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 소신대로 행동해도 비난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을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이러한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피드백에 열린 태도를 갖는 것은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어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구성원들에게는 리더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약점을 노출하여 경쟁에서 위태로워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능한 사람이 실수했을 때 오히려 호감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실수효과(Pratfall effect)라고 한다. 2019 Global Business Ethics Survey에서는 실수를 성장의 토대로 인정하는 리더가 조직원으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얻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진정한 리더는 불필요한 경쟁심리나 불안감에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구성원을 리더로 성장시키고 그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리더의 완벽함이 리더십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의 헌신을 이끄는 것은 리더의 진정성이다.


윤혜진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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