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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공직자 아파트 처분과 마키아벨리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7-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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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자료사진

‘권모술수의 대가’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란 자기 아버지가 죽어도 곧 망각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재산상의 손실만큼은 결코 잊지 못하는 동물이다.”

백성을 다스리면서 재물을 축나게 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백성은 재물이 축나면 춥고 배고플 수밖에 없고 결국 한을 품게 된다고 했다. 백성이 한을 품으면 정권 유지에 보탬이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부하들에게도 넉넉한 재물을 내려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더 이상 재산을 바라지 않을 만큼 충분한 재물을 지급해야 좋다고 했다. 먹고살 걱정이 없도록 해줘야 정권을 배반하지 않고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직책도 과분하게 내려서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그 자리에 안주하면서 풍족하게 지급한 재물이나 쓰며 만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키아벨리의 이 주장을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적용해 보자.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 12월 31일 현재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재산이 공개된 중앙부처 재직자 750명 가운데 248명이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정확하게 3분의 1이 다주택자였다.

그 248명 중에서 2주택자가 196명이었고, 3주택자 36명, 4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는 16명이라고 했다. 역대 정부가 ‘넉넉한 재물’을 내려준 덕분인지 다주택자가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에게 1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권고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솔선수범’을 당부했다.

그렇지만 집을 처분할 경우 재산상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온갖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권고’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처분을 권고한 노 실장의 경우도 서울 반포 아파트만큼은 남겨두려고 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팔겠다고 밝히고 있다.

서민들은 어떤가. 춥고 배고픈 상황이다.

고위공직자들처럼 다주택은커녕, ‘1주택’조차 포기하고 있는 현실이다. 잊을 만하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몇 년 치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조사자료 때문에 기가 죽고 있다.

‘내 집’은 벌써 포기했고, 전셋값 걱정이다. 지난 5월 ‘직방’이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전세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년 동안 3272만 원 올랐다고 했다.

3272만 원이면 서민 월급쟁이의 얼추 1년 봉급이다. 1년 동안은 손가락만 빨아야 전세를 옮기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만한 금액이다. 아파트의 임차 거래기간이 통상 2년인 점을 따지면 그렇다.

그래서인지, 직장인 가운데 82.4%가 ‘하우스․렌트 푸어족’이라는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도 있었다. 집 때문에 여유가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매달 지출되는 주거비가 ‘부담되는 편’이라는 응답이 47.7%, ‘매우 부담스럽다’는 한숨도 32.8%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실업 문제 따위는 제쳐놓고 ‘주거’만 따져도 이런 정도다. 그 때문인지, 승승장구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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