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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국토교통부 장관의 ‘남 탓’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7-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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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옛날 진(晉)나라 때 이리(李離)라는 관리가 있었다. 일을 처리하는데 공정하고 빈틈없기로 소문난 관리였다. 이리는 억울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지 않았다. 못된 사람을 풀어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란 실수가 있는 법이라고 했다. 어느 날 부하의 잘못된 보고를 그대로 믿고 어떤 사람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이리는 뒤늦게 자신이 잘못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리는 즉시 자기 자신을 구속시켰다. 결박을 짓게 하더니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갔다. 마침내 자기 자신에게 사형언도까지 내렸다.

임금 문공(文公)이 깜짝 놀랐다.

“관직에는 귀천이 있고 죄에는 경중이 있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아랫사람의 잘못이다. 결코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그대에게는 죄가 없다.”

그러나 이리는 단호했다.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한 부서의 우두머리지만 부하에게 자리를 내준 적이 없습니다. 많은 녹봉을 받았지만 부하에게 나누어준 적도 없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하에게 죄를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문공이 다시 말했다.

“그대가 죄를 인정한다면 나 역시 죄가 없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신하가 ‘내 탓’을 하자, 임금 역시 ‘내 탓’을 한 것이다. 문공은 그러면서 이리에게 사면령을 내렸다.

이리는 그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스로 칼 위에 엎드려 목숨을 끊고 말았다. 여기에서 ‘서사불이(誓死不二)’라는 말이 나왔다. 죽어도 결심을 바꾸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며칠 전 SBS 8시 뉴스에 출연,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김 장관은 “세계적으로 과잉 유동성이고 최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이 주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 이후 후속적으로 입법으로 뒷받침 돼야 하는데 입법화가 되지 않아서 효과를 내는데 한계가 있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집값이 폭등한 이유는 ‘과잉 유동성과 최저금리 탓’이었다. 입법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회 탓’이기도 했다.

김 장관은 ‘언론 탓’을 하기도 했다. “22번째 부동산 대책은 언론이 온갖 것들을 다 붙인 것”이라며 대책은 4번뿐이었다고 국회에서 반박한 것이다.

따라서 김 장관은 정책을 잘하고 있었다. 본인 말처럼 “투기수요를 차단하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경질론’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의 경우는 “야구에서 어떤 타자가 내리 2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 4번 타자라도 대타를 내는 것이 기본”이라며 정곡을 찌르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김 장관의 3년 전 부동산 대책을 알리는 영상이 화제라고 한다.

임금도, 신하도 ‘내 탓’을 한 진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라가 잘 굴러갈 수밖에 없었다.

임금 문공은 이른바 ‘춘추 5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춘추시대에 패권을 잡은 다섯 임금 가운데 한 임금이 된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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