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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생애 평가, 功은 기리고 過는 반성하는 성숙한 태도 필요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89회)] 공과(功過), 분리와 통합으로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0-07-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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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복서 마이크 타이슨은 소년원을 들락거리고 여성을 성폭행해 교도소에 수감되었으나 지금은 과거의 삶을 반성하고 불우한 환경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50대 중반에 권투시합을 준비 중이다.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공과 과를 모두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진=AP/뉴시스
최근 ‘핵주먹’이라는 공포의 애칭으로 불리던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이 복싱 훈련 영상을 공개하며 복귀를 시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영상에서 타이슨은 5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주먹을 휘두르며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06년 공식 은퇴한 타이슨은 올해 안으로 4라운드 이내의 자선 경기 출전을 희망하고 있다. 타이슨은 “대전료를 노숙자들을 돕는 데 쓸 것이다. 그리고 중독된 형제들을 도울 것이다. 내가 노숙자였고 중독자였기에 힘든 것을 안다”라고 했다. 그처럼 정상과 나락을 경험하며 영욕의 세월을 보낸 복서도 드물 것이다.


1966년에 태어난 타이슨이 두 살 때 아버지는 가정을 버렸기 때문에 그는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생활을 꾸려가야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분노를 어린 타이슨에게 분풀이하며 빈번히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타이슨은 어눌하고 또래 아이들에게 왕따 당하는 소심한 소년으로 성장했다. 이후 12세 때 다른 사람의 지갑을 소매치기하다 붙잡혀 소년원에 수감된 타이슨은 그곳에서 은퇴한 복서로써 많은 권투선수를 길러낸 트레이너 커스 다마토를 만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그에게 권투를 배우면서 그는 속으로 쌓인 분노를 뒷골목에서 범죄를 저지르며 푸는 것이 아니라, 운동으로 승화시켜 뛰어난 스포츠맨으로 거듭 났다.

1985년 프로복싱에 입문한 타이슨은 19연속 KO승을 거두는 등 핵주먹의 위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다가 결국 그 다음 해 헤비급 사상 최연소 기록인 약관 20세의 나이로 ‘세계권투평의회(WBC) 헤비급 타이틀을 획득하였다. 그리고 이로부터 불과 10개월 뒤에 세계복싱협회(WBA) 타이틀을 그리고 그해 8월 국제복싱연맹(IBF) 타이틀까지 차지하면서 헤비급의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갑자기 부와 명예를 거머쥔 타이슨의 삶은 급반전하여 또다시 나락의 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얻게 된 부와 명예를 관리할 능력이 없었다. 그는 방탕한 생활로 빠져들어 운동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독(毒)인 마약과 성에 대한 탐닉했다. 절제되지 않은 욕망의 삶을 살던 그는 결국 미스블랙아메리카 후보를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대가로 그는 다시 교도소에서 3년간 복역하였다.

이후 재기를 위한 몇 번의 시합에서 연이은 패배를 하고 은퇴한 후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가던 그는 2013년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의 삶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며 어렸을 때 불운한 사고로 사망한 하늘에 있는 딸에게 약속을 하기도 하였다. 거칠고, 문제아로만 기억했던 사람들에게 타이슨의 이 이야기는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타이슨은 재기를 위한 첫 도전으로 전국 투어 강연을 다녔다. 강연은 성공적이었고, 사람들은 타이슨의 진실한 모습에 열광하였다.

​영욕의 새월 보낸 세기의 핵주먹 타이슨
젊은 시절 비행만으로 평가할 수 있나


그는 결국 권투가 아니라 과거의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삶의 태도를 통해 재기(再起)하였다. 각종 다큐멘터리와 예능에 출연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영화에까지 출연하였다. 또한 복싱 프로모션 회사까지 설립하면서 다시 제2의 전성기를 얻었다. 타이슨은 대마초 사업까지 뛰어들었다. 과거 자신의 분노조절 장애 치료를 위해 대마초를 피운 적이 있었는데, 실제 심리 치료에 효과를 보면서 아예 직접 대마초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대마초 리조트는 무려 48만 평이나 달한다. 그리고 대마초가 합법화된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대마초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성공하고 있다.

조금 길게 마이크 타이슨이라는 한 권투 선수의 삶의 여정을 소개한 이유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거의 동시에 일어난 두 분의 저명인사의 죽음을 두고 또다시 두 진영(陣營)으로 갈려 서로 비난과 조롱을 하고 있다. 한 분은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막강한 권력의 자리에서 여비서 성추행의 혐의로 고발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한 분은 100세의 천수를 누리고 타계한 한국전의 영웅이다. 하지만 이 분에게는 친일파라는 낙인이 붙어 국립현충원 안장(安葬) 시비부터 분분하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은 비록 주관적인 판단이고 사실로 확증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공과(功過)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는 이분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 문제는 사실 이 분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별로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한평생을 살아가는 갑남을녀(甲男乙女)들 모두 공과가 점철된 삶을 살아갔거나 살아가고 있다.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100% 공(功)만 있는 완전무결한 삶을 산 사람은 없고, 동시에 100% 악한 삶을 살아간 사람도 없다. 그러면 우리의 평범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100% 공과만 있는 사람 어디 있겠는가
삶은 씨줄과 날줄처럼 종횡 동시 포함

우리의 삶은 ‘씨줄’과 ‘날줄’로 직조(織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인간의 삶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종(縱)적인 시각과 횡(橫)적인 시각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종적인 시각은 한 인간의 삶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전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가능성까지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 타이슨의 삶은 이 시각의 필요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간단히 말해, 마이크 타이슨은 좋은 사람인가 아니면 나쁜 사람인가? 소년원에 들락거리고, 여성을 성폭행하고 교도소에 수감되고, 마약과 무절제한 생활을 하다 파산까지 한 그를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나쁜 사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뉘우치고 성공적인 사업가로 재기(再起)하여 현재는 자신과 같은 불우한 환경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50대 중반에 권투시합을 하려고 다시 훈련하는 타이슨은 좋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이고, 우리는 그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타이슨의 어느 시기를 평가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두 번째는 횡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현재의 삶도 다양한 측면이 있다. 남들 앞에 공개할 수 있는 공(公)적 측면도 있지만 공개되기를 꺼리는 사(私)적 측면도 있다. 한 개인의 삶을 평가할 때 이 두 측면은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두 측면을 다 합한 것이 바로 한 인간의 진정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시장으로서의 업적을 앞세워 여비서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는 덮어두어야 하는가? 혹은 과거에 친일의 혐의가 있다고 장군으로서 백척간두의 조국을 지킨 전공을 무시해야 하는가?

공(功)을 앞세워 과(過)를 덮을 것인가? 아니면 과를 앞세워 공을 폄하할 것인가? 하지만 그 어느 쪽도 한평생을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공과(功過) 모두 그의 삶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삶에 대해 예의를 지킨다는 것은 그 삶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완전무결한 사람 없다는 것 인정하고
스스로 겸손하고 솔직할 때 판단 가능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겸손하고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는 자신의 판단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내 자신의 가치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한 사람의 삶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오만(傲慢)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공과 과를 분리(分離)하여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공은 기리고, 과는 반성하는 성숙한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동시에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고 다른 쪽을 비난하거나 은폐(隱閉)하는 과오를 방지할 수 있다. 분리와 더불어 통합(統合)도 해야 한다. 즉, 공과가 결국 한 사람의 두 측면이라는 사실을 가슴 아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신(神)이 아니기 때문에 100% 완전무결할 수 없다. 숨기고 싶은 과거와 과오(過誤)도 결국 그이기도 하고, 동시에 나이기도 하다. 그럴 때야 비로소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성급하고 천박한 주관적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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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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