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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 네 편 가른 진영논리에 매몰…타협과 조화 처음부터 불가능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90회)] 사회의 기강과 균형이론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20-07-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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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둘러싸고 편가르기 양상이 심각하다. 내편끼리는 서로 감싸주고 도와주지만 남의 편은 적폐로 몰면서 비난과 비방을 일삼는 행위는 사회의 기강과 균형이론에 맞지 않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최근 더욱 극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 '편가르기'이다.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고 내 편끼리는 서로 감싸주고 도와주지만 남의 편은 적폐로 몰면서 비난과 비방을 일삼는다. 모든 사건이나 안건을 모두 진영(陣營) 논리로 해결하려고 하니 타협과 조화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또한 진영논리는 태도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성추행 피소 후 자살 사건에 보이는 뭇사람들의 태도이다. 이 사건은 일단 매우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그가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면서 여성 인권변호사로서 그 명성을 날린 덕분에 결국 서울특별시장이라는 막강한 권좌(權座)를 누릴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박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이 된 후 '여성안심특별시 정책'으로 2015년 유엔 공공행정상 대상을 받았다. 그 후에도 서울시 조직에 여성인권과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직제까지 만들었다. 또 성희롱 예방교육에선 "부지불식간에 나오는 언사나 행동이 상대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여성의 인권과 안전한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남달리 애쓰던 그가 여비서를 은밀한 내실(內室)에서 지속해서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피소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혐의의 진위를 떠나 세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더군다나 피소된 지 하루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내 편은 감싸주지만 남의 편은 적폐 몰아
박원순 시장 성추행 피소 진위떠나 충격

이 글의 의도는 그의 행동에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성추행 피소와 죽음을 접하고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우선 이 사건으로 제일 곤혹스러운 사람들은 평소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부정적 측면은 애써 감추거나 무시하면서 그의 업적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그들에게는 그가 성추행으로 피소당한 후 하루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 자체가 없었던 듯 '영웅만들기'에 온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반응이 나왔다. 평소 다른 진영의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 비리에 대해서는 지나치다고 할 정도의 비난과 독설을 쏟아내던 여성 인사들조차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없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폄하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미투(MeToo) 운동의 물꼬를 텄던 용감한 여검사는 '공항장애'를 이유로 입을 닫았다. 더욱 해괴한 것은 그와 친분이 있던 한 여검사는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나도 성추행을 했다"고 나서기까지 하면서 "여자가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하면 성추행이 된다"고 안타까워하기까지 했다. 여성들까지 피해자를 '꽃뱀'이니 '음흉한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듯이 몰아가기까지 한다.


왜 이런 이중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물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태도를 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까지도 뚜렷한 목적 없이 자신이 속하거나 지지하는 진영에 따라 너무 쉽게 태도를 결정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평소 페미니스트 자처 인권변호사로 명성
'여성안심정책'으로 유엔 공공행정상 대상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해주는 사회심리학 이론에 '균형이론(均衡理論, balance theory)'이 있다. 균형이론은 태도의 형성과 변화를 설명하는 데 좋은 이론이다. 이 이론은 '한 특정한 사람이 한 사안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단순한 인지체계 안에 있는 정서들 사이에는 일관성을 향한 압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지체계는 전형적으로 한 사람(person:p) 또 다른 사람(other person:o) 그리고 태도대상(attitude object:x)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체계에는 최소한 세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첫 번째 사람(p)의 다른 사람(o)에 대한 평가, 둘째는 다른 사람(o)의 태도 대상(x)에 대한 평가, 그리고 셋째는 첫 번째 사람(p)의 태도 대상(x)에 대한 평가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평가들이 일관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영희(p)와 철수(o) 그리고 야구게임(x)을 생각해보자. 평소에 야구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영희와 야구를 좋아하는 철수가 있다. 이 경우 영희의 야구에 대한 태도는 어떻게 형성될까? 그것은 영희의 철수에 대한 호오(好惡)에 영향을 받는다. 만약 영희가 철수를 좋아하게 되면 당연히 영희는 야구를 좋아하게 된다. 반면에 철수를 싫어하게 되면 야구도 싫어하게 된다. 즉, 야구에 대한 영희의 태도는 철수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평소 특정인물에 대해 별다른 태도가 없었지만 자신이 속한 진영이나 친구들이 그 인물에 대해 긍정적이면 자신도 그 인물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갖게 된다. 그 반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단 특정 인물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면 그가 하는 모든 행동 또는 그가 행하는 모든 조치들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게 된다. 이렇게 태도가 형성된다.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태도에 반하는 사건을 접하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예를 들면, 이미 야구를 좋아하는 영희가 야구를 싫어하는 철수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에는 어떨까? 이 경우에는 영희는 혼란에 빠진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때 마음이 편하다. 반대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에는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런 현상을 '일관성(一貫性)의 원리'라고 한다. 이럴 경우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심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것이 태도 변경의 기반이 된다.

영희의 경우 불편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철수에게 야구의 좋은 점을 열심히 설명하여 철수의 마음을 돌리려는 설득을 하게 된다. 만약 철수가 설득이 되어 야구에 대해 호감을 가진다면 갈등은 해결되고 마음이 편해진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철수를 택할 것인지 야구를 택할 것인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경우 어느 것을 택하는지는 '최소노력의 원리'를 따른다. 즉 두 가지 중 노력이 덜 드는 쪽을 택하게 된다. 즉, 철수를 택하든지 야구를 택하는지는 태도 변화에 따른 노력의 크기에 달려있다. 만약 철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면 야구를 택할 것이고, 철수를 많이 좋아한다면 야구를 포기할 것이다.

​호감 느낀 사람들 시장 업적 홍보에 '눈살'
목적없이 진영 따라 쉽게 태도 결정 의아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박 시장과 친분이 두터운 경우 그가 저지른 성추행과는 서로 일관되지 않는다. 이 경우 박 시장을 포기하거나 성추행 사안을 포기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만약 전자를 택한 경우에는 성추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피해자를 폄하하는 방식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어느 경우를 택하든 자신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해야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정치인이나 저명인사들의 태도는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합리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합리(合理)적이고 이성(理性)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판단하면 이성적일 때보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도를 형성하거나 판단할 때 이성이 더 영향을 미치는지 감정이 더 영향을 미치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선택의 결과가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면 가능한 한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계산하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리는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은 많은 경우 이미 감정적으로 판단을 하고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도덕관 발달을 연구한 콜버그(Lawrence Kohlberg)에 의하면, 제일 성숙한 도덕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보편(普遍)적이어야 한다. 즉 특정행동을 누가 행했는지에 관계없이 동일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자기 진영에 속한 사람이나 존경하고 좋아했던 사람이나 또는 다른 진영에 속했거나 미워했던 사람이 저지른 동일한 과오는 누가 저질렀든지 관계없이 그 과오에 합당한 질책을 해야 하고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의 기강(紀綱)이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모범을 보인 제갈량(諸葛亮)이 존경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저명인사들의 언행이 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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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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