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속으로 꿍얼거렸다. “먹을 것이 아닌, 입을 옷에는 장난쳐도 되나?” 아마 옷에 장난치는 것도 안 되겠지만, 먹을거리는 특별히 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금지했으리라. “그러면 장난이 아닌 놀이, 반죽놀이는 괜찮잖아?” 불행히도 그 시절은 먹을 것이 참 귀했다. 그래서 어머닌 “먹는 것으로는 놀이도 장난도 안 돼!”라고 엄명을 내렸다.
몇 해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을 엄격하게 처벌하라”라는 글이 올라왔다. 수십 년 전의 어머니 대신 오늘은 국가가 혼내달라는 청원이다. 대형마트에서 산 쿠키를 재포장해서 유기농 수제품으로 속여 판 업주를 처벌해달라는 요구였다.
이처럼 역사 깊은, 먹을 것 가지고 치는 장난에는 어떤 유형이 있을까? 큰 틀에서 보면 두 가지가 있는데, 말 그대로 장난치는 것, 그리고 교묘하게 속이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말 그대로 장난치는 것의 예로는 ‘먹을거리에 침 뱉기’가 있다. 아이들이 더 먹기 위해 남이 못 먹도록 미리 찜하는 것이라면, 피해범위는 나로 국한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 음식배달원이 늦게 온다는 독촉에 화가 나서 음식에 침을 뱉어 배달했고, 그 음식을 소비자가 먹었다고 하자. 이럴 때는 피해범위가 불특정 다수로 확대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위는 코로나 바이러스-19로 침방울에 예민한 요즘은 법적 처벌이 무거울 수 있다. 그 밖의 사례로 조리하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그대로 제공한다든가, 심지어 반죽을 엉덩이로 깔고 앉는 등, 드물지만 간혹 있는 사례들은 절대 금지다.
우리 어머니들은 “먹는 거로 장난치지 마라!”고 가르쳤다. 그런데도 여전히 반복되는 “먹을거리 장난” 때문에 훌륭한 음식이나 식품마저 도매금으로 평가 절하된다. 이와 더불어 개인의 인격은 몰론 국가의 품격도 무너져 내린다. 이제 먹는 거로 장난은 좀 그만 치자. 우리도 선진국의 문턱 좀 넘어보자.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