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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빈껍데기' 베트남 기업들, 현실과 이상 구분 못해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기사입력 : 2020-08-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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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스마트폰 업체 비카브의 응우엔 투 꽝(Nguyen Tu Quang) 대표.
'주제 파악이 안 되는 걸까?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걸까?' 가끔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점이 헷갈리게 느껴진다는 게 현지 외국 사업자들의 공통된 생각 중 하나다.


베트남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과도하게 자신들의 성과를 포장하는 것이다. 그게 비록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일지라도 일단 자신들이 이룬 것으로 생각한다. 빈그룹이 그렇다. 빈그룹의 자동차나 스마트폰 중 자신들의 기술이나 부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해외 사업자들이 계약 협상을 위해 빈그룹의 자동차 자회사인 빈패스트를 방문하면 독일 기술자들이 나온다. 현지 사무소에 공학박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현지인 엔지니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동차에 대해 거의 지식과 경험이 전무해 도무지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과 달리 스스로가 평가하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최근 베트남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논란도 이런 특징에서 나왔다. 베트남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카브(Bkav)의 B폰(Bphone) B86의 수중 카메라 촬영 성능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비카브는 지난 5월 출시한 'B86'이 '세계 최초의 수중 사진 촬영 가능 스마트폰'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기술 불모지인 베트남에서 최신 스마트폰에 대해 '세계 최초'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부터가 다소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특히나 사용자들은 비카브가 그런 주장을 하려면, 물에 빠진 B86의 이상을 보증하고 무상 AS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응우엔 투 꽝(Nguyen Tu Quang) 비카브 대표가 "지난 5월 출시한 B폰 B86가 수중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세계 최초 스마트폰"이라고 발표했다.

고객들은 애플, 삼성, 소니, 화웨이 등이 이미 수중 촬영 가능한 모델을 여러 개 출시했다며 응우웬 대표의 발언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심지어 비카브가 2017년에 출시한 B폰도 이러한 성능을 갖췄다고 밝혔다.

응우엔 회장은 “수중 사진을 찍는 성능이 충분한 스마트폰이 아직 없다”며 “타사 스마트폰은 물속에서 꺼내 조작을 한 다음 여러 복잡한 과정 끝에 사진 또는 동영상 촬영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B86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카메라를 손쉽게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카브가 물에 빠진 'B86'을 보증할 수 있어야 응우엔 대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고 지적했다. 방수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도 물에 빠지면 방수 테이프나 개스킷이 손상된다.

그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들은 물에 빠진 스마트폰을 무상으로 AS하지 않는다. 비카브 역시 그런 스마트폰은 무상으로 AS를 해주지 않는다.


업계 전문가는 "사람들은 보통 수중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은 물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속에서 사진을 찍다가 고장 난 스마트폰을 무상으로 수리해 준다면 비카브의 주장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스마트폰 관련 현지 주재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소식에 그냥 웃고 넘기는 모양새다. 다만 베트남인들의 이러한 특징이 스스로 발전을 퇴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노이에서 한-베 ODA사업을 지원하는 전기전자부품 연구소 관계자는 "사실은 자기 기술도 아니면서 마치 자신들 것처럼 이용하는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 요즘은 글로벌 벨류체인이 다양하게 엮여져 있다보니 종종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결국 쉽게 쉽게 수입해서 쓰는 이런 방식이 많아지면 자체적인 기술력 개발에 무신경해지면서 결과적으로 기업이 발전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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