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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구맹주산… 술 안 팔리는 이유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8-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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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한비자에 나오는 ‘술 얘기’다.


송나라 때 술을 빚어서 파는 장사꾼이 있었다. 장사꾼의 술은 맛이 기막혔고, 물을 섞어서 함량을 속이지도 않았다. 손님에게는 친절했다. ‘간판’인 깃발도 높이 세워서 잘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도 술은 통 팔리지 않았다. 정성껏 빚은 술은 번번이 쉬고 말았다(酒酸).

이상했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양천이라는 사람에게 이유를 물었다. 양천은 한마디로 말했다.

“너의 집에서 키우는 개가 너무 사납기 때문이다(狗猛).”


엉뚱한 대답이었다. 장사꾼은 알쏭달쏭했다. 도대체 개와 술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손님들이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사나운 개가 손님에게 달려들고, 심부름하는 아이를 무는데 어떻게 술이 팔릴 수 있겠는가. 그러니 술이 상해서 버릴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여기에서 나온 말이 ‘구맹주산(狗猛酒酸)’이다. ‘개가 사나워서 술이 시어지도록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나운 개가 손님에게 으르렁댄 것은 주인을 위해서였다. 개는 충실했다.

그러나 주인은 그 충실한 개 때문에 장사를 망쳐야 했다. 주인은 술이 상해서 손해, 손님 떨어져서 적자였다. 개는 짖지 않았어야 좋았다.

‘천하의 사상가’ 한비자가 쓸데없이 ‘멍멍이 얘기’를 했을 리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사나운 개’가 정부의 ‘고위 공직자’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나라에 폐를 끼칠 수 있다.

‘고위 공직자’의 ‘고자세’ 때문에 언로가 끊기면 ‘소통’이 막힐 수 있다. 그러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기는 아마도 쉽지 않아질 것이다.

국정뿐 아니다. ‘지지율’도 깎아먹을 수 있다. 국민이 회의감을 가질 수도 있다. 지도자가 인사를 잘못했다는 여론이 생길 수도 있다. 여론이 나빠져서 ‘고위 공직자’의 해임을 촉구할 수도 있다.

‘고위 공직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소설 쓴다”고 반박하면 곤란할 수 있다. 당장 소설가협회가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시를 잘라먹었다”는 발언도 ‘거시기’했다. ‘관음증’이라는 표현도 많이 거칠었다.

그래서 한비자는 지적하고 있다. “작은 충성은 큰 충성의 적이다(小忠則大忠之敵也).”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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