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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형마트 울월스의 선언 'Zero-waste'

기사입력 : 2020-09-02 00:00

- 코로나 확산에도 계속되는 호주의 재활용을 위한 노력 -
-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주도하는 재활용, 울월스 x 루프(Loop) 프로젝트 -

어제 마신 콜라병, 오늘 가족들과 먹은 아이스크림 통, 다 쓴 치약, 샴푸통.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아 루프의 토트백에 넣는다. 재활용 쓰레기통에 일일이 분류해 버릴 필요도, 따로 세척을 할 필요도 없다. 토트백에 모인 빈 용기들은 깨끗이 씻겨져 내 이웃이, 다른 누군가가 다시 사용한다. 2021년 6월, 호주 대표 슈퍼마켓 체인인 울월스(Woolworths)가 루프(Loop) 프로젝트를 본격 론칭하게 되면 일어날 평범한 호주인의 일상이다. 이 모든 일상의 끝에 버려지는 포장용기는 없다. 재활용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쓰레기를 많이 버린다는 죄책감 또한 없다.

루프의 토트백과 재사용 용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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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루프

2020년7월, 호주 연방정부가 재활용 인프라 구축에 1억9000만 호주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호주 정부협의회(COAG, The Council of Australian Goverments)에서 지난 5월 발표한 ‘폐기물 수출금지’정책과 맞물리는 것으로, 매년 약 440만 톤의 폐기물을 해외에 수출하던 호주의 ‘폐기물 로드’가 막히면서 폐기물 수집, 처리,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진정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호주 재활용협회(ACOR, Australian Council of Recycling)가 재활용 라벨 표기 보편화를 위한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해당 업계가 본격적으로 ‘폐기물 선순환’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허나 재활용에 아무리 힘을 쓴다 한들, 결국 버려지는 쓰레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업사이클링(upcycling),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은 또다른 지출을 낳기 마련이다.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갖가지 소재의 포장재를 일일이 분류해 버려야 하는 소비자의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다양한 친환경 전략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울월스가 2019년 10월, 루프 프로젝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코로나 사태로 갖가지 일회용 소비재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에서 ‘재사용’ 용기 사용이 핵심인 프로젝트를 도입하는 것이다. 환경친화적 기업이라는 대의를 위해 당장의 수익을 희생하는 조금은 과감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따라서 그 이면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생활 필수품인 치약, 샴푸, 세정제, 각종 식재료를 재사용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울월스의 루프 프로젝트, 성공할 수 있을까?

울월스의 ‘안티 플라스틱’ 발자취

울월스는 콜스(Coles)와 더불어 단연 호주 최대 규모의 슈퍼마켓 체인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절감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8년 6월, 업계 최초로 일회용 플라스틱 쇼핑백 판매를 중단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종이로 만들어진 쇼핑백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신선제품(과일, 야채)의 플라스틱 포장재 과다사용 지적에 따라 관련 제품 패키징을 대거 종이 포장재로 교체하기도 했다.

울월스의 쇼핑백들과 종이 포장재로의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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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울월스

레드사이클(REDcycle)과 같은 재활용 전문 업체들과 협업해 업사이클링을 하는 등 플라스틱 재활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플라스틱 봉지(Soft plastics) 재활용 쓰레기통을 전 매장에 비치하고 모인 플라스틱을 모아 주차장 범퍼, 공원 벤치와 같은 공공 구조물뿐만 아니라 울월스 매장에 필요한 각종 기물을 제작해 사용한다. 울월스의 쇼핑 트롤리는 폐 플라스틱 우유통으로 만든다. 또한 소비자의 재활용을 돕기 위해 2018년 호주 슈퍼마켓 최초로 ARL(Australasian Recycling Label)을 도입, 제품 포장재를 각각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플라스틱 봉지 쓰레기통과 트롤리, ARL 부착제품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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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울월스

울월스, 재활용 혁신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의 루프와 만나다

루프는 미국의 재활용 기업인 테라사이클을 모회사로 둔, ‘Zero-waste shopping platform’을 표방하는 업체다. 루프는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직접 디자인, 제작한 재사용 용기에 담아 배송하고 사용이 끝나면 회수해 세척, 재사용한다. 루프는 2019년 5월 분사한 이후 재활용 트렌드에 발맞춰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인 유니레버, 펩시, 마스, 프록터 앤 갬블, 네슬레, 클로락스, 코카콜라, 하겐다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는 온라인 판매 중이다. 현재까지 루프가 제작한 용기는 400여 개에 달한다. 울월스도 발빠르게 움직여 같은 해 10월, 루프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울월스와 루프의 파트너십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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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왼쪽부터, 테라사이클 창립자 Anthony Rossi, 호주 산업과학기술부 장관 Karen Andres, 울월스 친환경 총괄 매니저 Alex Holt
자료: 울월스

이에 KOTRA 시드니 무역관에서는 보다 정확한 정보 확인를 위해 루프의 호주 지사 마케팅 담당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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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 루프(Loop Australia) 소개
    - 설립연도: 2019년
    - 본사 소재지: 미국 뉴저지
    - 대표품목: 재사용 용기
    - 지사: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벨기에, 호주
    - 인터뷰 대상: Ms. Hannah Blencowe (Senior Business Development Associate)


루프 마케팅 담당자 한나 블렌코위와 시드니 무역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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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OTRA 시드니 무역관 촬영

재활용, 이제 소비자가 아닌 기업들이 나서야

Q1. 루프는 어떤 프로젝트인가? 호주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되었나?

A1. 루프는 미국 재활용 기업인 테라사이클의 자회사입니다. 테라사이클은 2001년에 설립된 친환경 혁신 기업입니다. 루프는 2019년 5월에 론칭한 이후 하나의 독립체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테라사이클이 ‘재활용’에 초점을 두는 반면 루프는 ‘재사용’을 중점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재활용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사용 후 시간과 노력을 들여 패키징을 분류해 버려야 했습니다. 루프는 이러한 소비자의 부담을 없애고 재활용의 주체를 ‘제조사’에 둡니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 일회용 용기, 포장재를 없애 소비자의 재활용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입니다. 현재 활발히 루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이고 캐나다, 일본은 도입 초읽기에 있습니다. 호주는 작년 울월스와 파트너쉽 체결 후 2021년 6월을 목표로 아주 활발히 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호주인들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지도, 그리고 재활용에 대한 높아져가는 인식에 착안해 호주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호주 대표 슈퍼마켓 체인인 울월스와의 협업을 통해서 매스마켓(mass market)에 진출해 먼저 인지도를 높이고, 차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테일 샵까지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재사용 용기, 가격과 청결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다


Q2. 루프의 정확한 사용방법은?

A2.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필요한 제품을 주문하면, 루프가 직접 디자인, 제작한 용기에 담긴 제품을 토트백에 담아 집까지 배달합니다.


루프의 토트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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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루프


사용 완료된 용기를 별도의 세척없이 그대로 토트백에 담아 회수를 요청하면, 루프에서 방문 회수해 빈 용기들 뿐만 아니라 토트백까지 세척합니다. 현재까지는 온라인으로만 판매 중이지만, 점차 오프라인(매장) 판매로도 확장할 예정입니다. 호주도 테스트용으로 일정기간 온라인으로만 판매할 예정입니다. 회수 방법에 대해서는 방문 회수 외에도, 곳곳에 회수통을 설치해 다 쓴 용기를 소비자가 직접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별개로, 제품 구매 시 재사용 용기의 파손이나 분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소정의 보증금(deposit)을 받습니다. 다만 보증금은 용기의 사이즈, 형태에 따라 1~10미국달러 수준이고 용기 반납 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Q3. 소비자 입장에서는 청결이 이슈가 될 수 있겠다. 세척 방법은 무엇인지?

A3. 청결이 루프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특히 코로나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세척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루프는 전문 업체와 협력해 ‘병원 의료기구 세척(Hospital-grade sanitisation)’강도의 세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에서 요구하는 위생관련 인증에 부합하는 시설에서, 그에 걸맞는 세척 과정을 거친 용기를 재사용하는 겁니다. 따라서 용기 재사용 횟수는 평균 약 100회가 되는데, 이 횟수를 넘긴 용기는 그냥 버리지 않고 다시 재활용해 새로운 용기를 제작합니다. 한마디로 이 프로젝트에는 다운사이클(downcycle)되어 버려지는 쓰레기가 없습니다. 또한 사용 횟수를 더할수록 용기에 흠집이 많아져 구매욕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쓰면 쓸수록 흠집으로 인해 그 멋을 더하는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한 용기도 개발했습니다. 하이네켄(Heineken)의 용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Q4. 루프 도입 후에도 기존의 일회용 용기에 담긴 제품들 또한 구매 가능하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루프와 기존 제품의 차별점은?

A4. 일단 ‘프리미엄’ 품질의 용기 제작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디자인과 기능성에 중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루프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인 하겐다스는 용기 자체의 귀여운 디자인뿐만 아니라 가장 윗부분의 아이스크림부터 빠르게 녹도록 하는 기능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제외하면 제품 자체의 구매 가격도 기존 용기와 차이가 없습니다. 연회비나 가입비도 없습니다. 제품 판매 자체로 루프가 이득을 얻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의 모토는 ‘용기 재사용을 통한 진정한 친환경 쇼핑 플랫폼 구축’이고 이를 위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얹기보다, 제조 과정에서 일회용 용기를 원천제거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환경’이라는 모토 자체가 강력한 셀링 포인트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급등하는 세정제, 일회용 살균 물티슈와 같은 관련 물품에도 루프 용기를 도입해 판매 중입니다. 플라스틱 배출량 절감에 장기적으로 크게 일조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루프의 하겐다스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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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하겐다스


루프와 비전을 함께할 기업 찾아

Q5. 한국시장 진출 계획이 있나?

A5. 한국의 꼼꼼하고 철저한 재활용 문화에 대해 익히 들었습니다.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 또한 타진 중이며, 실제로 최근 테라사이클 사무실을 한국에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아시아 시장 중 가장 적극적인 일본 진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캐나다도 루프 도입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온라인 판매 중인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매일같이 긍정적인 피드백이 쏟아져 나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절반 정도의 재사용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루프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과는 별개로, 한국은 물론이고 다른 해외 제조사들 중 루프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소개해 주세요. 친환경에 뜻이 있고 수출 준비가 된 기업이라면 함께 일해보고 싶습니다.



울월스, 루프와 함께 더욱 진보된 친환경 기업으로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재활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말 그대로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환경 문제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뉴노멀 트렌드로 그간 공들여 쌓아 온 친환경 소비 습관이 무너지고, 개인 위생문제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재가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나라 간 ‘폐기물 로드’가 막히면서 애써 분류된 쓰레기들이 갈 곳을 잃은 탓도 있다.

소비자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재활용을 제조사의 책임으로 돌리고, 원천적으로 버려지는 쓰레기를 없앤다는 울월스의 루프 프로젝트 도입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더욱 시의적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많은 유통망이 루프 프로젝트를 도입·시행 중이지만 대부분 상용화 전 단계로, 아직은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Walgreens Boots Alliance는 작년 루프 론칭 직후 바로 루프를 도입해 뷰티 및 위생제품군의 온라인 판매 중이나 아직 오프라인 매장 진입은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재활용은 부지런한 사람만 한다는 편견을 없애고 거기에 가격과 청결 문제까지 해결한 루프 프로젝트는 도전가치가 충분하다. 우리 기업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되는 친환경 트렌드를 파악해 루프와 같은 친환경 기업들을 타석으로 삼아 호주 대형 유통망 진출 기회를 발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울월스, 루프 홈페이지, 호주 통계청, 호주 현지 언론 및 KOTRA 시드니 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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