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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국민 뿔나게 만드는 ‘추경’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9-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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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정나라 때 이름 높았던 재상 자산(子産)이 어딘가를 가다가 ‘관용 수레’를 멈췄다. 어떤 백성이 개울을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


백성은 신발을 벗고 찬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자산은 그를 자기 ‘자가용 수레’에 태워서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줬다. 백성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재상이 아닐 수 없었다. 백성은 ‘높으신’ 재상의 ‘자가용 수레’에 올라보는 ‘영광’을 누리고 아마도 머리를 한참 조아렸을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그런 자산을 비판했다. 인정은 넘쳤지만, 정치를 할 줄 모르는(惠而不知爲政) 재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맹자의 지적은 정확했다. 자산이 ‘자가용 수레’로 개울을 건너게 해줄 수 있는 백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백성을 수레에 태워서 건너게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었다.

모든 백성이 개울을 편하게 건너려면 개울에 ‘다리’를 설치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백성이 찬물에 빠지지 않고 건널 수 있을 것이었다.


‘매인열지(每人悅之)’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얘기다.

지금, ‘매인열지’를 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되레 불평을 사고 있다.

우선, 만 13세 이상 국민에게 통신비 2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한 ‘매인열지’가 불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할 일이 아니다”고 비판하고 있다. “1조 원 가까운 돈을 통신사에 주겠다는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그러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려운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방어하고 있다. “물론 부족하지만, 안 받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KBS 뉴스9에 출연, “3∼4인 가구에는 6만∼8만 원을 지급하는 셈”이라고도 했다. “어려운 가정에는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구에만 2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모든 학부모가 다 어렵다”는 반발이다. “중·고등학생 키우는 데 돈이 더 많이 든다”는 학부모의 항의 글이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들도 불만이다. 실질적인 매출 감소에 따른 손실 보전이 아니라 단순히 업종별로 차등을 두면서 주먹구구가 되었다는 불만이다. 코로나19 직전에 점포를 연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며 하소연이다. 피켓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한다고 해도 불협화음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살아가는 형편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랏빚 늘려 생색을 내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매인열지’가 ‘중인노지(衆人怒之)’로 변할 판이다. 기뻐하는 ‘열지(悅之)’가 아니라 ‘뿔났다’는 ‘노지(怒之)’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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