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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홍길동전’ 허균이 입맛 다시며 쓴 글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9-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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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許筠․1569∼1618)이 귀양살이를 하고 있었다. 바닷가로 유배되었는데도 생선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 어쩌다 맛볼 기회가 있어도 ‘상한 생선’이 고작이었다.


쌀겨마저 없어서 감자, 들미나리 따위나 먹을 수 있었다. 그 형편없는 음식을 끼니때마다 먹을 수도 없었다. 그 바람에 배가 고파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허균은 고픈 배를 움켜쥐며 ‘과거사’를 떠올렸다. 어렸을 때는 먹을 것만큼은 풍족했었다. 높은 벼슬을 지낸 선친에게 ‘별미’를 바치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 이것저것 좋은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근무지를 옮겨 다니며 그럴 듯한 음식을 제법 맛보곤 했었다. 그 ‘추억의 음식’을 생각했더니, 입에서 군침이 저절로 돌았다.

허균은 그 음식을 차례차례 기록했다. 다 적고 났더니 두툼한 책이 되었다.


허균은 그 기록에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고깃간 문 앞에서 입맛을 다신다’는 소리다. 허균은 입맛을 다셔가며 먹고 싶은 음식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던 것이다. 허균의 작품은 ‘홍길동전’ 말고도 더 있었다. 많았다.

추석 때가 되면 나오는 말이 있다. ‘가야물감야물(加也勿減也勿)’이다. 더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한가위만큼 모든 것이 풍성했으면 좋겠다고 바랄 때 쓰는 말이다.

그렇지만, 서민들은 올해 추석도 넉넉하기는 틀렸다. 가뜩이나 나라 경제가 어려운 판에, 코로나19와 폭풍, 수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추석 물가’가 간단치 않다는 소식이다.

며칠 전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4인 가족의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 기준, 27만5000원으로 작년보다 16.5% 오를 것으로 추산되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에는 40만4730원으로 24.7%가 더 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0%대’인데, 차례상 비용은 ‘두 자릿수’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채소값, 과일값, 고기값 등등이 모두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물가협회는 23만9900원으로 9.5%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조금 낮았다. 그래도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상승률이다. 서민들은 맥이 풀릴 노릇이다.


그런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간소화 차례상’ 비용을 소개하고 있다. 품목 수를 18개로 ‘간소화’했다는 차례상이다.

간소하게 차릴 경우, 전통시장은 4.4% 오른 9만7788원, 대형유통업체는 7.9% 오른 13만4581원이 들 것이라고 했다. ‘한 자릿수’였다. 어떻게 계산을 한 것인지, ‘1원 단위’ 끝자리까지 알뜰하게 따지고 있었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허균의 ‘도문대작’이다. 대충 ‘간소화’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은 입맛 다시며 상상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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