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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위조지폐보다 짭짤한 영수증 장사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9-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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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중국에서 있었던 ‘과거사’다.


어떤 사람들이 물건을 거래하면서 영수증을 끊었다. 그 영수증 원본에는 ‘60000위안’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영수증의 뒷장인 사본의 금액은 달랑 ‘4위안’에 불과했다. 차액인 59996위안을 횡령한 것이다. 자그마치 15000갑절이나 ‘뻥튀기’한 영수증이었다.

중국 사람들은 이런 영수증을 ‘음양 영수증’이라고 불렀다. 영수증의 앞, 뒷장 사이에 종이 한 장을 더 받쳐놓고 앞장에 큰 금액을 써넣은 뒤에 뒷장에는 작은 금액을 적어서 매출액을 속이는 영수증이다.

그래서 ‘큰 머리에 작은 꼬리’라고 했다. 물건을 팔 때 ‘큰 머리’는 고객에게 줘서 결산자료로 쓰도록 하고, ‘작은 꼬리’는 상인이 납세 근거로 삼는 것이다. 그 차액은 적당히 나눠서 챙겼다고 했다.

이 음양 영수증은 위조지폐보다 훨씬 짭짤하면서도 ‘안전한 장사’였다.


① 위조지폐를 발행하려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인쇄시설을 갖추고 위조 기술도 필요하다. 음양 영수증은 그런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아도 된다.

② 위조지폐는 은밀한 장소에 숨어서 찍어야 한다. 그러고도 체포될지 몰라서 가슴을 졸여야 한다. 음양 영수증은 그럴 필요가 없다.

③ 위조지폐가 많아지면 식별 기술도 발전할 수 있다. 그러면 ‘업그레이드’된 기술과 제조방법을 또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④ 무엇보다 위조지폐는 진짜 돈의 액면가를 초과해서 발행할 수 없다. 반면 음양 영수증은 금액 제한 없이 발행할 수 있다. 1장의 음양 영수증으로 수십만 위안을 사취하거나, 탈세할 수 있다.

이랬으니, 음양 영수증이 유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 정부는 골치를 앓아야 했다.

1990년대에 발행된 ‘중국의 지하경제(黃葦町 지음)’라는 책에 나오는 얘기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음양 영수증이 유행한 것은 1990년대 이전이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짜 영수증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것도 공무원들이었다. 며칠 전 보도에 따르면, 경상남도 어떤 기관의 공무원들이 ‘하이패스 영수증’을 위조해서 제출하고 출장비 수천만 원을 ‘꿀꺽’하고 있었다.

이 영수증은 ‘진짜 영수증’처럼 보이지만 고속도로에 들어갔을 때 영업소와 나왔을 때 영업소의 이름이 같았다고 한다. 같은 영업소인데도 전화번호가 달랐고, 영수증마다 서로 달라야 할 고유번호는 똑같았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가짜 영수증 1장을 제출하고 받은 ‘출장비’는 여비와 식비를 포함해서 4만∼6만 원이었다. 2년 9개월 동안 900차례에 걸쳐 모두 4800만 원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를 확인해야 할 회계 담당 공무원은 물론이고 부서장들까지 가담했다고 한다.

이들 덕분에 국민은 세금내기 싫은 이유 하나가 더 생겼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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