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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부조화는 행동·태도 불일치 때 나타나는 불균형 상태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94)] 자유로운 선택과 인지부조화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20-09-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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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옛 국기를 흔들면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하야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대인관계와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 사람의 행동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에서 '태도(態度)'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태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태도는 사회 활동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대부분의 태도에 관한 연구들은 한 가지 기본 가정 위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은 '인지적 일관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인지적 일관성 가설은 사람들은 인지들에서 일관성과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만약 서로 불일치되는 신념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들을 서로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만약 그들의 인지가 이미 일치되어 있는데 그것과 불일치를 야기시키는 새로운 인지에 직면하면 그 불일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증명하려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거의 대부분 경험과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불일치를 감소시키는 주된 방법은, 만약 이미 한 행동을 무효화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변경시킬 수 없다면, 태도를 행동과 일치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이런 인지적 일관성을 기초로 한 이론들 중 가장 핵심적인 이론이 인지부조화이론이다. 당연히 인지부조화이론도 인지들 상호간에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에 기반을 둔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그 중에서도 특히 태도와 행동 간의 불일치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부조화(不調和, dissonance)는 우리가 하는 행동이 태도와 불일치할 때 나타나는 불편한 동기적 상태를 일컫는다. 부조화는 심리적인 긴장을 야기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줄이거나 없애려고 노력한다. 긴장을 줄인다는 것은 일관성, 즉 조화(consonance)를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태도의 사전적 의미는 상황 등을 대하는
마음가짐 입장…사회활동 이해하는 핵심

인지부조화 이론은 다양한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지만 두 가지 특수한 상황에서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더욱 유용하다. 첫째는 결정한 후에 오는 인지부조화이다. 둘째는 태도와 불일치하는 행동을 한 경우다. 이 중에서 태도와 불일치하는 행동을 한 경우에 발생하는 인지부조화에 대해서는 많이 회자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진영논리에 빠진 사람들이 자신의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저지른 악행(惡行)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당연히 그 사람을 비난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진영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인지부조화 상황). 그럴 경우 그 악행을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거나 다른 좋은 면을 과장해 마음속의 갈등을 회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해괴한 궤변(詭辯)을 늘어놓게 된다(부조화 감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비이단 단체에 빠진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도 동일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결정한 후에 오는 인지부조화 현상도 우리의 행동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결정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결정이 최선이었다고 확신할 때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반대로 결정을 한 후 후회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자책한다면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 것이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선택한 후에는 부조화가 일어난다. 왜냐하면 두 서너 대안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 최종 선택은 사실상 항상 우리의 신념이나 바램과는 100%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여러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항상 선택하지 않은 대안들의 좋은 점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선택은 포기(抛棄)와 동의어일 수 있다. 동시에 선택한 것의 여러 측면 중에서 신념에 맞지 않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보자. 영희는 두 남자 철수와 창수에게 모두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해 결혼해야 한다. 두 사람에게 비슷한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월등히 좋은 점이 많다면 선택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개 선택의 어려움은 대안들의 매력도가 비슷할 때 발생한다. 철수와 창수의 매력도가 모두 6점으로 동일하다면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만약 영희가 심사숙고 끝에 철수를 선택했다고 하자. 그러면 철수의 좋은 점 6점을 포기하고 동시에 철수의 나쁜 점 4도 가져와야 된다. 결국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 후에는 항상 부조화를 느끼게 된다.

이럴 경우 계속 부조화를 느끼며 선택한 대안(철수)에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고, 동시에 선택하지 않은 대안(창수)에 대해 계속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높을 수 없다.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부조화를 줄이고 조화의 크기를 크게 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선택한 대안의 매력도를 높이거나, 혹은 선택하지 않은 것의 매력도를 낮추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비슷한 매력도 때문에 매우 망설였지만, 선택한 후에는 철수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창수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실험에서도 증명되었다. 여대생들에게 토스터, 스톱워치, 라디오 등의 물건 8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각각의 물건을 얼마나 가지고 싶은지를 평점을 매겨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는 8개의 물건 중 두 개를 보여주면서 하나를 골라 가지게 될 거라고 알려주었다. 두 개 중 하나를 고른 후 다시 한 번 전체 8개 물건에 대해 매력도를 평점하게 하였다. 그 결과 두 번째의 매력도 평점에서 거의 대부분의 여대생들에게서 그들이 선택한 물건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거부한 물건의 매력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즉 인지부조화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도에 관한 연구 기본 가정위에서 출발
우리의 마음은 '인지적 일관성'을 추구

예를 들면, 처음의 매력도 평점순위에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물건 중 하나를 고르게 하면 대부분 네 번째를 택한다. 그 후 다시 한 번 전체 물건들의 매력도를 평점하도록 하면, 자신이 고른 물건의 매력도는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올라가는 반면, 자신들이 거부한 다섯 번째 물건의 매력도는 여덟 번째나 아홉 번째로 떨어뜨렸다. 이 결과 선택 후의 인지부조화가 크게 감소하였다.

이 결과에 대해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즉, 인지부조화를 감소시키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물건의 매력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유하게 된 물건이기 때문에 매력도가 높아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자신의 물건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소지 여부 때문에 물건의 매력도가 올라간 것인지 아니면 인지부조화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 때문에 매력도가 높아진 것인지 실험을 통해 증명해보아야 한다.

그래서 두 번째 실험이 실행되었다. 이번에는 여대생이 선택한 물건 두 개 중에서 실험자가 임의로 하나를 실험에 참가한 대가라고 말하면서 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8개의 물건들의 매력도를 평점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이번에는 자신이 소유하게 된 물건의 매력도가 올라가지 않고 처음 매력도 평점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매력도가 올라간 것이 단순히 물건을 소유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왜냐하면 소유 유무가 매력도를 변화시킨다면 당연히 두 번째 평점에서는 매력도가 올라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지부조화로 설명하기에도 부족하다. 왜냐하면 부조화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면 두 번째 평점에서 자신이 소유한 물건의 매력도가 올라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력도는 올라가지 않았다. 여기서 선택 후 인지부조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한 여대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선택하였다. 반면에 두 번째 실험에서는 비록 동일한 물건이지만 실험자가 주었다. 즉 첫 번째와 두 번째 실험의 중요한 차이는 물건을 누가 선택했는지의 여부이다. 첫 번째에서는 여대생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였고, 두 번째에서는 단지 실험자가 주는 것을 받았을 뿐이다.

선택한 후의 인지부조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유로운 선택이 중요하다. 즉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의 유무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느낀다. 자녀에게 선물로 준 장난감을 좋아하고 오래 가지고 놀게 하려면 부모가 골라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 장난감을 고르게 해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가 사준 비싼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값은 싸더라도 자신이 고른 장난감에 애착을 느낀다. 더 큰 애착을 느끼게 하려면 많은 장난감들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하는 것보다, 가지고 싶은 장난감 두 개를 먼저 고르게 한 다음 그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하면 더욱 큰 애착을 느끼게 된다.

영희의 경우 결혼할 대상이 하나뿐이면(철수), 결혼 후 인지부조화가 일어나지 않고 결과적으로 철수의 매력은 높아지지 않는다. 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위의 강요나 위협에 의해 결혼 대상을 선택했다면, 결혼 후 남편에 대한 매력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선택할 대안이 없거나, 강요나 위협에 의한 선택에는 인지부조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한 선택이나 행동을 정당화(正當化)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강요나 위협이 없는 자유로운 선택의 보장과 다양한 대안의 존재이다. 그래야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책임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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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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