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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삼국지 노장 황충과 가수 나훈아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10-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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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삼국지’ 이야기다.

조조(曹操)가 오환(烏桓)을 원정하고 개선하면서 시 한 수를 읊었다. 조조는 문과 무를 겸비, 많은 글을 남긴 당대의 영웅이었다.

“노기복력 지재천리 열사모년 장심불이(老驥伏櫪 志在千里 烈士暮年 壯心不已).”

“늙은 말은 마구간에 누워 있지만/ 여전히 1000리를 달리고 싶을 뿐/ 팔팔하던 용사가 나이 들어 말년이 되었지만/ 굳센 마음은 아직 그치지 않았네.”

조조가 이렇게 ‘노익장’을 과시한 것은 53세 때였다. ‘삼국지 시대’에 53세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조조는 50대에 ‘늙은 티’를 냈지만, 60세 넘어서도 ‘천하의 관우(關羽)’와 겨룬 장수가 있다. 황충(黃忠)이다.


노장(老將) 황충은 ‘천하장사’였다. 쌀 2섬을 들어 올릴 힘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당길 수 없는 활을 사용할 정도였다. 또한 백발백중의 명사수이기도 했다.

그 황충이 관우와 자웅을 겨루게 되었다. 황충과 관우는 100합을 겨뤘어도 승부를 낼 수 없었다. ‘무예의 달인’ 관우도 늙은 황충을 제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두 장수는 다음날 다시 만났다. 혈전을 벌이던 도중 황충의 말이 다리를 다쳐 쓰러지고 말았다. 관우로서는 황충의 목을 벨 수 있는 ‘찬스’였다.

그렇지만 관우였다. 관우는 말을 갈아타고 나오라며 황충을 보내줬다. 관우는 노장 황충에게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그 다음날 두 장수는 또 맞섰다. 황충은 관우와 싸우다가 일부러 말머리를 돌리며 도망쳤다. 관우가 추격하자 황충은 활을 겨눴다.

관우는 황충의 활 솜씨를 벌써부터 듣고 있었다. 재빨리 머리를 숙였다. 그런 관우에게 황충이 시위를 당겼다.

하지만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빈 시위였던 것이다. 더 이상 추격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관우가 추격하자 황충은 화살을 날려 관우의 투구 끈을 맞췄다. 전날 목숨을 구해준 데 대한 보답이었다. 관우는 화살을 꽂은 채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수 나훈아의 공연을 시청하면서 난데없이 떠오른 게 황충이었다. 나훈아는 ‘흘러간 가수’가 아니었다. ‘국민 가수’였다. 나훈아는 공연 내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었다.


나훈아의 한마디는 공연 후에도 ‘실검’ 상위에 오르고 있었다. ‘위정자’다. 어떤 정치인은 “이십 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쓰곤 있지만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다”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이른바 ‘100세 시대’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늙은이들에게 ‘100세 리스크’라는 말도 생겼다.

▲돈 없이 늙는 ‘무전장수(無錢長壽)’ ▲직업 없이 늙는 ‘무업장수(無業長壽)’ ▲병들어 골골하면서 늙는 ‘유병장수(有病長壽)’ ▲배우자나 자식과 함께 살지 못하고 혼자 늙는 ‘독거장수(獨居長壽)’다. 늙으면 이래저래 서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훈아에게 이런 ‘리스크’ 따위는 해당되지 않는 말인 듯싶었다. 많은 팬이 나훈아의 공연을 또 바라고 있어서다.

2일은 ‘노인의 날’이라고 했다. 노인들은 나훈아처럼 ‘젊은 노익장’ 좀 되찾아볼 일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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