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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정치판의 ‘삼국지 예형’ 설전(舌戰)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10-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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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삼국지’의 수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예형’이 있다. 능력이 탁월했지만 ‘험담’을 잘하는 ‘주특기’가 있는 젊은 청년이다. 안하무인이고, 오만불손이었다.


당시는 ‘실력자’를 찾아가서 자신을 소개해야 발탁될 수 있는 시대였다. 예형도 ‘자기소개서’를 뛰어난 문장으로 작성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의 글씨가 닳아서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누구도 찾아가지 못했다. 남에게 머리를 숙이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다.

주위에서 그런 예형에게 귀띔을 했다. “조조나 순욱, 조융 같은 높은 사람을 찾아가 봐라.”

그러나 예형은 그 높은 사람마저 무시했다.

“조조는 별로 대단한 인물이 못된다. 순욱은 풍채가 좋지만 쓸 만한 것은 얼굴뿐이다. 조문(弔問)용으로나 어울리는 얼굴이다. 조융은 기껏해야 손님 접대할 때 필요한 요리사 수준이다.”


이랬을 정도였다. 예형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있었다.

그래도 실력은 뛰어났다는 소문이 조조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조조는 사람 욕심이 많았다. 실력만 있다면 ‘코드’ 따지지 않고 뽑았다. 오늘날의 권력자들과는 달랐다.

그렇지만 예형은 조조의 면담마저 거부하고 비판했다. 낡은 옷을 걸치고 조조의 대장군 영문 앞에서 지팡이로 땅바닥을 때리면서 조조를 비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당장 목을 치고 싶지만 조조는 참아야 했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힐 수는 없었다. 자신의 도량이 좁다는 것을 세상에 노출시키는 게 되기 때문이다. 권력자도 이렇게 난처해질 때가 있었다.

조조는 예형을 형주에 있는 유표에게 보내버리라고 지시했다. 유표 역시 예형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어서 받아들였다.

어느 날, 유표가 휘하의 글쟁이들에게 천자에게 올리는 글을 지으라고 지시했다. 그랬는데 예형은 다른 사람이 써놓은 글을 땅바닥에 동댕이쳤다. 그리고 멋진 문장을 달필로 만들어냈다. 유표는 “기뻐하여 예형을 중하게 여겼다.”

이렇게 일자리를 주고 중용했는데도 예형은 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유표의 결점을 꼬집어냈다.

유표도 결국 화가 나서 예형을 황조에게 보냈다. 황조는 예형의 훌륭한 문장을 높이 평가, 융숭하게 대접했지만 오래 갈 수 없었다. 예형의 말실수가 잦아진 것이다.

예형은 황조가 꾸짖자 되레 대들며 욕을 퍼부었다. 밖으로 끌어내서 매를 때리려 하자 더욱 대들었다. 성미 급한 황조는 예형의 목을 베고 말았다. 26세의 한창 나이였다.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향해 예형을 언급하며 꼬집었다고 해서 뒤져보는 ‘예형 이야기’다.

박 부대변인은 진 전 교수에게 “작가 조정래 선생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춰줄 것을 정중히 권한다”며 “예형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비난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조정래의 ‘친일파 발언’을 비판한 바 있었다.

진 전 교수는 “공당에서 일개 네티즌의 페북질에까지 논평을 하는 것은 해괴한 일”이라고 받고 있었다. 말 많고 시끄러운 정치판이 ‘삼국지’를 닮고 있는 듯싶어지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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