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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개미군단’과 ‘동학개미’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10-20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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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증권시장과 그 주변에서 ‘개미’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 무렵이었다.


당시, 이른바 ‘3저 현상’의 덕분으로 나라 경제가 잘 굴러가고 주식값도 따라서 치솟고 있었다.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투자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이때 생긴 ‘신조어’가 ‘개미군단’이었다. 증권시장으로 몰려드는 투자자들이 마치 개미떼 같다며 붙인 이름이었다. 전두환 군사정권 때라 ‘군단’이었다.

‘개미군단’은 거액투자자나, 상주투자자에 비해서는 자금력이 ‘별로’였다. 그래도 숫자가 워낙 많았다. 증권회사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고객이었다. 약정수수료 수입을 짭짤하게 올려줬기 때문이다.

이 ‘개미’라는 말은 진화하기도 했다. ‘슈퍼개미’, ‘황제개미’, ‘스마트개미’ 등이다.


그런데, 이 ‘개미’가 올해 들어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동학개미’가 생기더니, ‘서학개미’가 등장하고 있다. ‘도박개미’에, ‘대출개미’, ‘빚투개미’라는 말도 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병정개미’도 추가되고 있다. 군에서도 주식 투자를 많이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개미군단’에서 ‘군단’이라는 말이 빠졌는데, 다시 ‘병정개미’로 군대용어도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다양한 개미’가 증권시장 주변에 한꺼번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다양한 개미’와 함께 ‘새내기 투자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5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67.2%가 “올해 주식을 투자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42.3%는 주식 투자를 시작한지 6개월 이내라고 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면서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도 4.2%나 되었다.

그렇지만, 과거의 ‘개미군단’과 오늘날의 ‘동학개미’ 등은 ‘투자 여건’ 면에서 대단한 차이가 있다. 개미군단 당시에는 경제성장률이 연 10%에 달할 정도로 투자 여건이 ‘짱’이었다. 경상수지도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를 나타내고 있었다.

요컨대, 주식값이 오를 만한 상황이었다. 1989년 봄에는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처음 10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금은 정반대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상장기업들이 죽을 쑤고 있는 현실이다. 영업이익은 물론이고 매출액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장사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나빠지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주가의 폭락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몇몇 부분의 주식을 포함, 많은 자산가치가 왜곡되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와중에 주식값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과거의 ‘개미군단’도 ‘비극’으로 끝난 ‘과거사’가 있다. 1000포인트를 넘었던 주가지수가 바닥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폭락하고 만 것이다. 결국, 한국은행이 부랴부랴 투자신탁회사에 대한 ‘특융(特融)’에 나서고 있었다. 그해 연말의 ‘12․12 조치’였다. 한국은행이 투자신탁회사에 돈을 대주고, 그 돈으로 주식을 ‘무제한’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으로 주가를 떠받치기 위한 조치였다.

그 조치의 결과마저 참담했다. 주식값은 잠깐 ‘반짝’하는 듯 했다가 여전히 추락했고, ‘개미군단’은 ‘쪽박’을 차야 했다. 한국∙대한∙국민 등 3개 투자신탁회사는 파산하고 말았다.

가장 조심해야 할 투자자는 어쩌면 ‘빚투개미’다. 만약의 경우,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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