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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싸움닭 트럼프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10-2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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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주(周)나라 임금 선왕(宣王)은 닭싸움(투계·鬪鷄) 구경을 ‘엄청’ 좋아했다. 어느 날, 임금은 싸움닭으로 키울 만한 닭 한 마리를 구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조련사를 불러 훈련시키라고 지시했다.

열흘이 지나서 조련사에게 물었다.

“이제 닭이 싸울 수 있겠는가.”

조련사가 대답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은 실력도 없으면서 사나울 뿐입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물었다.

“이제는 닭이 싸울 만한가.”


조련사가 다시 대답했다.

“여전합니다. 다른 닭이 소리를 내면 따라서 울고, 상대 닭의 그림자만 보여도 싸우겠다고 달려들려고 합니다.”

임금은 성격이 급했다. 또 열흘이 지나 물었다.

“아직도 닭이 싸우기 어려운가.”

신하가 또 대답했다.

“더 가르쳐야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닭을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가득합니다.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기세만 올리고 있습니다.”

또 열흘이 지났다. 훈련 시작 40일이었다. 임금이 독촉했다.

“그만큼 가르쳤으면 되지 않았을까.”

그제야 기다렸던 대답이 나왔다.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른 닭이 무섭게 덤벼들어도 마치 나무로 만든 닭(목계·木鷄)처럼 흔들리지 않고 태연합니다. 싸움의 도를 터득한 셈입니다. 이 닭에게 감히 덤벼들 닭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미국 대선이 코앞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자신의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졸린(Sleepy) 조’, ‘부패한(Corrupt) 조’라고 깎아내리더니 CNN방송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좌충우돌’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자신과 사이가 껄끄러운 CNN방송에 대해서는 ‘화풀이하듯’ 공격하고 있다. “여러분이 CNN을 틀면 그들이 보도하는 것은 온통 코로나19, 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19, 코로나19, 코로나19 뿐”이라고 비난했다는 소식이다.

또, CNN의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를 ‘프레도’라며 조롱하고 있다. ‘프레도’는 이탈리아계 미국 마피아를 다룬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무능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인물이라고 한다.

파우치 소장은 ‘재앙’, ‘멍청이’라고 부르며 비난하고 있다. “내가 그의 말을 들었다면 50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는 독설을 대놓고 하고 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CBS 시사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 녹화를 하다가 갑자기 중단하고 나가버리기도 했다. 자신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진행자의 태도와 질문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워크 앤 토크’ 장면도 촬영하기로 약속되어 있었지만 ‘취소’라고 했다.

트럼프는 스스로도 자신의 언행이 지나쳤다싶은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더 친절하고 점잖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웃킥이라는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다 부드러운 면모도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선에 실패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보도되지 않고 있었다. 패할 경우 “미국을 떠날 수도 있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인지.

이른바 ‘네거티브 난타전’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판의 ‘주특기’인가 했는데, 미국에서는 더욱 요란해지는 모양새다. ‘싸움의 도’를 터득한 ‘목계’는커녕, 목청만 높아지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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