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스페셜 리포트] 한국의 검찰권과 세계의 검찰권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0-11-02 13:00

대검찰청 청사.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대검찰청 청사. 사진=뉴시스
국회는 지난 1월 13일 검찰개혁과제 중 하나였던 검·경수사권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조정안의 핵심 내용은 검·경협력관계 설정 및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수사범위 제한 등이다. 또한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특혜를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로써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동안 절대적인 수사주재자의 지위를 누려온 검찰이 그 자리를 내려놓게 되었다.
반면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수사종결권까지 가짐으로써 1차적 수사주체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선진외국의 형사사법제도에서 작동하고 있는 민주적 삼권분립체계(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와 비교하면 미흡하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검찰과 경찰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룸으로써 민주적인 형사사법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을 놓게 되었다. 그동안은 수사권과 기소권, 수사지휘권을 한 손에 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검찰이 공수처 및 경찰에 의해 견제를 받게 됨으로써 검찰권 남용과 부패의 위험이 크게 줄어 들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식민통지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검찰에 모든 권한을 몰아준 이래(1912년 조선형사령) 110년 만에 형사사법제도에서 일제잔재의 하나를 떨어버리는 개혁을 하게 된 것이다.

둘째, 경찰의 책임수사 체제가 정착됨으로써 국민들의 편익증대가 기대된다. 앞으로 웬만한 사건은 경찰의 1차 수사로 종결됨으로써 검찰에서 이중조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고 빠른 사건처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경찰수사에 대해서는 사건관계인들의 이의제기권, 검찰의 보완수사·재수사·징계요구권 및 기소권 등으로 얼마든지 견제가 가능해졌다. 선진외국의 예에서 보듯이 향후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역할분담이 정착되면 수사와 기소가 보다 투명·공정해 질 것이며 이는 결국 국민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검찰은 여전히 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비리 및 대형 참사 사건 등 중요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보유할 뿐만 아니라 기소권, 영장청구권, 보완수사요구권, 징계요구권 등으로 경찰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 개정안은 총론적 관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검·경 관계를 기존의 수직적 상명하복 관계에서 대등협력 및 상호견제 관계로 개선하기 위해 양 기관에 권한을 분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기소 분리의 관점, 그리고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분산시켜 검찰을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많이 미흡하다.
수사권 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검찰에 특수수사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직접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제도는 유럽에서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형사소추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기관과 소추기관을 분리하는 탄핵주의의 도입과 함께 탄생했다. 본래 검찰은 기소기관(The prosecutor’s office)이다. 그런데 기소기관이 수사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력기관화 되어 권한의 남용과 인권침해를 낳게 된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한 손에 쥐어져 있을 때 서로 견제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인권침해 수사, 강압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선택적 수사가 이루어져도 기소권에 의해 견제되지 않고 대부분 기소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대해서는 어느 검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검사의 책임을 물을 자도 같은 검사들이기 때문.

그런데 우리나라 검찰역사에서 검찰권 남용이 특히 심했던 분야가 바로 특수수사 영역이었다. 수사의 착수 여부, 수사의 대상과 범위 설정, 영장 청구, 증거수집 및 평가, 수사 종결 및 기소 대상 결정 등 모든 것이 오로지 검찰의 손안에서만 이루어지는 특수수사는 매우 자의적이고 밀행적이며 일체의 외부 통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사건의 실체와 관계없이 고양이를 호랑이로 그려낼 수도, 호랑이를 고양이로 그려낼 수도 있는 것이 검찰의 특수수사다. 특수수사권의 독점은 그동안 검찰이 정치·경제·관료·언론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이미지 확대보기

공수처가 출범하더라도 일부 권력형 부패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제한된 기소권만 가질 뿐 검찰은 여전히 광범위한 특수수사권을 유지하게 된다. 검찰이 특수수사 영역에서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한 개인, 기업, 집단 어느 누구도 검찰권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를 불러온 보복수사도 종래 특수수사의 대명사였던 대검중수부의 칼끝에서 시작되었다. 이번 조정안은 검찰의 힘인 특수수사권한을 거의 원형대로 존치시킴으로써 향후 검찰권이 남용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남겨 두었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명분은 경찰이 갖고 실리는 검찰이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검찰의 수사로 인한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검찰의 수사는 외부기관의 통제가 전무하여 인권침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실제 지난 2005년-2014년 10년간 검찰조사를 받은 108명의 시민이 자살할 정도로 검찰의 수사관행은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검찰의 수사관행은 고쳐지지 않았다. 기소권·수사권이 한 몸에 속해 서로 견제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인권침해적 수사, 위법한 수사도 기소권에 의해 견제되지 않고 대부분 기소로 이어지게 된다.

협박·압박이 동원되는 강압수사, 먼지털이식 무리한 수사, 편파적인 불공정 수사가 저질러져도 통제되지 않고 기소로 이어진다. 그동안 검사들은 인권보호자임을 자처해 왔고 인권보호를 수사권 조정의 반대논리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는 수사현실을 호도하는 억지 주장일 뿐이다. 스스로 수사의 칼날을 휘두르며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검사가 인권보호자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수사는 경찰로 일원화하고 검사는 기소기관으로서 경찰의 수사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검사는 수사에서 손을 뗄 때 비로소 인권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외국에서 법률가인 검사에게 공소제기 및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주된 역할로 맡겨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출범 초기부터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 선진국은 수사와 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전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형별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미국·영국형 △검찰이 제한적으로 수사하는 일본형 △법률상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지만 실제 수사는 경찰이 맡는 독일형으로 나뉜다.

미국 연방검사는 기소 업무를 맡고 수사는 연방수사국(FBI)이 전담한다. 다만 연방검사는 대배심(grand jury)의 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수사할 수 있다. 연방법 위반 혐의가 있는 사건의 수사를 수사당국에 요구할 수도 있다. 각 주 산하의 지방검사는 수사와 기소권을 함께 갖지만 경찰을 통한 간접수사만 허용되고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하는 방식으로 직접 수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국 검찰은 매우 정치적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연방 법무부 장관 겸 검찰총장, 연방검사는 대통령이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거쳐 임명한다. 유능한 변호사 출신이 대부분인 이들은 집권당과 운명을 함께 한 뒤 상원의원이나 주지사로 출마하는 경우가 많다. 특이한 것은 각 주의 검찰총장과 지방검찰청장을 지역주민의 선거로 뽑는 점. 곳에 따라 정당 공천을 받기도 하는데,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해 지방자치단체장과 반대되는 당 출신이 주로 당선된다. 이들은 지방검찰청의 보조검사(우리나라의 검사에 해당)를 임명하고 지휘한다.

검사 선출제는 선거를 통해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인물이 검찰권을 쥘 수 있고 유권자의 뜻에 배치되는 검찰권 행사를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주권이 사법과정에도 미쳐야 한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치적 사건이나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에서 검사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할 여지는 더 크다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특별검사제다.

1829년 근대 경찰이 출범한 영국은 당초 수사와 기소를 경찰이 모두 독점했음. 하지만 독점의 폐해가 심해지자 1986년 국립기소청(CPS)을 설립하고 수사는 경찰이, 기소와 기소 유지는 검사가 담당하도록 분리했다.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은 수사지휘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검찰의 포괄적인 수사지휘권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법원이 검찰청을 부속기관으로 두고 있다. 또 법원은 법무부에 속해 있고 법무부 장관이 재판 이외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등 매우 독특한 형태의 사법제도를 형성했다. 검사들 사이의 관계는 우리나라처럼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두 가지 예외가 있다. 첫째는 각급 검찰청의 수장은 상급자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짐. 둘째는 모든 검사가 법정에서는 발언권의 자유를 가진다는 점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인지, 프랑스에서도 막강한 권한을 가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진행 중이다.

일본도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기소는 검찰이 하고 있다. 다만 검사는 보충적인 수사권을 갖고 수사를 지휘할 수 있음. 이 경우에도 검사는 경찰이 개시, 진행한 개별 사건은 구체적으로 지휘를 못하게 막아 놓았다. 검사의 독자적 수사가 가능한 지청도 특별수사부나 특별형사부를 둔 일부 지청에 한정돼 있으며, 일본 경찰은 체포와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수도 있게 되어있다.

한편 일본은 검찰심사회라는 고유의 제도 이외에 우리나라와는 다른 검사임용 제도를 갖췄다. 검사와 함께 부검사라는 직책이 있는데,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2급 관리나 기타 공무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하면 임용자격이 주어진다. 이들은 지방검찰청의 하급기관인 구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한다. 또 법과대학 교수나 부교수로 3년 이상 재직하면 정식 검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부검사로 3년 이상 일한 뒤 별도의 시험에 합격한 경우도 검사로 임명될 수 있다. 부검사 제도는 우리나라의 검찰 인력난과 관련해 시사점을 주고 있다.

독일은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어 한국과 외형상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 수사는 경찰이 주로 맡으며, 독일 검찰엔 수사관도 없다. 아울러 독일은 우리나라의 ‘기소편의주의’와 반대되는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검사는 범죄 혐의를 포착한 이상 무조건 기소해야 한다. 직무상 범죄 정보를 입수한 경우는 물론, 중대한 범죄에 대한 정보를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경우에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 심지어 자신의 관할지역과도 무관하다. 이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다른 요소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평등과 정의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

또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완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 검찰도 우리나라와 같이 상명하복 체계지만, 기소에 관한 한 예외다. 이는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방패막도 되고 있다.

이 같이 대부분의 선진외국에서 작동하고 있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이라는 민주적 삼권분립체계와 비교하면 미흡하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과 경찰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선진 형사사법체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초석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수사권조정이 안착되고 검찰개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가 후속과제를 마무리하거나 논의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전기차 고민이라면? 그냥 아이오닉 5 사~! 2024년형 아이오닉 5
혼다 신형 CR-V와 파일럿, 캠핑에 어울리는 차는?
운전 베터랑 아나운서들의 리뷰 대결 골프 GTI vs. TDI 승자는?
아우디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RS e-트론 GT
아우디 e-tron GT vs. 아이오닉 5 N 비교할 수 있을까?
이번엔 더 무서운 차 끌고 나왔다! 벤츠 E 300 4MATIC AMG Line
국내 1, 2위 다투는 수입차, 벤츠 E와 BMW 5 전격 비교
숨은 진주 같은 차, 링컨 노틸러스 ... "여긴 자동차 극장인가?"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