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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끝 나온 전세대책…재탕·국민눈높이 무시 ‘미봉책’ 비판

정부, 공공전세·공실활용 등 2022년까지 전세형주택 11만4천가구 공급 발표
전문가 “선호하는 아파트 아닌 다가구‧다세대 공급에 초점 효과 미미할 것”
5.6대책 내용과 차별성 없어…임대차법 개정 등 근본처방 없으면 ‘장기화’

김하수 기자

기사입력 : 2020-11-19 16:20

매물 게시판이 비어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매물 게시판이 비어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뉴시스
장고(長考) 끝에 나온 전세 대책이 상반기에 나온 대책의‘재탕’인데다 물량 맞추기에 급급했고, 국민들의 ‘전세 눈높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 4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안정 대책을 포함한 모두 2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이번 전세 대책은 올해 들어 상승폭이 커지고 있는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단기간에 공급 가능한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단기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4만 9000가구, 수도권 2만 4000가구를 집중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공급 방식은 ▲공공임대 공실활용 ▲공공전세주택 ▲신축 매입약정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등이다.

즉, 정부가 민간건설사와 매입약정을 통해 다세대, 오피스텔 등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비어있는 집이나 상가, 호텔까지 활용해 단기간 전세 공급물량을 늘려 전세난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구상이다.

전세대책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임대 공실 활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 중 3개월 이상 공실인 3만 9000가구(수도권 1만6000가구)를 전세 형태로 전환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오는 12월 입주자를 모집하고, 입주 가능 시기를 내년 2월로 잡고 있다. 정부는 해당 주택이 공실인 점을 고려해 입주자격에 소득‧자산 기준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공공전세는 내년 상반기 3000가구 등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총 1만 8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공공전세는 주변 시세의 90% 이하 수준의 임대료로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공공전세와 별개로 민간건설사와 매입약정을 통해 2022년까지 신축 공공임대 4만 4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식은 민간건설사가 약정된 물량을 신축하면 LH가 매입해 활용하는 형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공실 상가·오피스·호텔 등 숙박시설 등을 리모델링해 서울 5400가구 등 전국에 1만 3000가구를 공급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5.6대책에서 공공임대 매입 대상을 주택·준주택 외에 상가·오피스·숙박시설로 확대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중장기 방안도 내놓았다. 중산층도 거주하고 싶은 임대차 시장의 만들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평형을 넓히고, 입주자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내년부터 선도사업으로 펼친다. 이를 통해 중산층 공공임대주택은 2022년부터 본격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전세대책 총괄 공급표. 자료=국토교통부이미지 확대보기
전세대책 총괄 공급표. 자료=국토교통부


그러나, 부동산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고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집값 상승과 전세난을 야기한 근본 원인이 ‘내집 마련의 불안감’인데, 이를 해소할 대출 지원이나 규제 완화 없이 단순 저소득층 임대주택 확충에만 대책이 집중됐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한마디로 ‘맥을 잘못 짚었다’는 평가이다.

먼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현재의 전세난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전세난이 심각한 곳은 아파트 시장인데, 이번 대책에 포함된 전세물량 대부분이 다세대, 다가구에 집중돼 있어 아파트를 선호하는 전·월세 거주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견이 대다수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장에서 보는 현재 전세난은 기본적으로 아파트가 대상이기 때문에 다세대를 전세 물량으로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이상 주택 총량은 동일하니 전세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이번 대책에 포함된 매입임대, 전세임대의 상당수가 연립‧다세대‧다가구 등 저소득층 주거안정용 물량으로 중산층이 겪는 전세난의 근본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빈 상가나 숙박시설을 리모델링하는 것에도 부정 의견을 뒤따랐다. 용도 변경에 따른 인허가 기간이 만만치 않아 단기간 내 양적 확보가 쉽지 않고, 숙박시설의 경우 대부분 좁은 1인실에 불과해 가족 단위의 임차인들에겐 무용지물이라는 진단이다.

권대중 교수는 “호텔이나 상업용 시설을 활용해 임대를 늘린다는데 이런 곳들은 대부분 1인가구가 살기에 적당한 곳”이라며 “최근 전세난의 중심에 있는 곳이 4인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방 2~3칸 이상의 집인데 호텔이나 빌딩은 4인 가족이 거주할 환경을 제공해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세대책 상당 부분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과거 실패한 대책이라는 점도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도 빈집을 임대하거나 매입하거나 상가·오피스텔·호텔을 리모델링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성과는 좋지 않다.

실제로 호텔을 개조해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는 정책은 이미 시도된 바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베네키아 동대문 호텔’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개조해 공급했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와 침구 세탁과 청소비 등의 문제점 때문에 당첨자의 87%가 입주를 포기했다. 서울시는 이후 민간사업자와 논의 끝에 필수 옵션 비용을 없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개정, 공급물량 확대 등 근본해법 없이는 정부가 현재의 전세난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매시장이 정상화 되면 전세시장도 안정되기 마련”이라면서 “주택공급 부족이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번 전세대책도 응급대응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권대중 교수 역시 “임대차법 개정 등 근본 처방 없이는 전세난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전세난 해법으로 정부는 보유세 인하와 양도세 감면 등으로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임대주택의 일반 매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1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1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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