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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가까이서 본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뉴욕증시 다우지수의 비둘기파 착각

김대호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기사입력 : 2020-11-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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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재무장관 내정 사실이 알려진 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크게 올랐다. 내년 1월20일 장관 취임이후에도 뉴욕증시 웃을 수 있을까? 사진=뉴시스 제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재무장관으로 점 찍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등이 요동을 쳤다.미국 뉴욕증시뿐 아니라 한국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도 환호했다. 국제유가와 비트코인 시세도 들석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재닛 옐런의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 낙점 소식에 뉴욕증시가 이처럼 출렁인것에는 그가 취임하면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옐런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준을 이끌 때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글로벌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풀려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펴야한다는 통화주의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옐런은 재임기간 동안 기준금리를 5번밖에 인상하지 않았다. 그것도 사전에 충분한 시그널을 주어가면서 매우 점진적으로 추진했다. 양적완화(QE)로 불어난 4조 달러 규모의 매입자산도 3년 이상의 예고기간을 준 다음에 임기 말에 조금씩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옐런 시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는 무려 60%가량 상승했다.

바이든이 대선에서 우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증권업계가 가장 우려한 것은 엘리자베스 워런 재무장관 카드였다. 바이든이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신세를 진 워런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하면 뉴욕증시에 큰 개혁의 회오리 바람이 불 수 있다며 잔뜩 진장해왔다. 워런 상원 의원은 그동안 틈 있을 때마다 대대적인 월가 개혁과 함께 규제 강화를 시사해왔다. 그런 만큼 워런이 아닌 재닛 옐런이 재무장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나온 만큼 뉴욕증시로서는 환호할 만했다. 옐런 전 의장은 최근 공적인 자리에서 “만약 의회가 높은 실업률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지출을 더 하지 않는다면 불평등하고 지지부진한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지지한 것이다.

월가는 이러한 점을 들어 옐런 전 의장이 재무장관에 오르면 경기 둔화 극복을 위한 확장 재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말 중단하기로 한 코로나 대출 프로그램도 재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옐런의 한 면 만을 본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필자는 워싱턴 특파원 시절 재닛 옐런을 가까이서 보았다. 옐런은 공직을 여러 차례 역임했다. 연준의 이사와 의장은 물론이고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는 백악관 경제 자문위원장을 맡아 정책을 폈다. 학자로서 또는 경제 관료로서 한평생 보여온 그의 정책기조상 가장 큰 이념은 큰 정부와 큰 정부를 통한 소득 분배 확대에 있다. 옐런은 기본적으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소득분배론자이다.

옐런의 이념 지향에 비춰볼 때 재무장관으로서 가장 야심차게 추진할 정책은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다. 트럼프 시절 크게 내려간 미국의 법인세를 다시 올리는 것이다. 법인세 인상으로 거둔 돈으로 소득분배 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인상은 증시 악재일 수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옐런이 워런 보다 온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법인세 인상에 관한한 옐런이 훨씬 과격할 수 있다. 워런의 개혁적 성향을 견제 하는데 너무 치중해온 탓인지 월가는 옐런의 증세 카드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옐런 전 의장은 또 재무장관 취임 이후 탄소세 도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후와 환경 의무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의 탄소 집약적 상품에 탄소세 또는 쿼터를 적용하겠다고 밝혀왔다. 바이든 말대로라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자동차와 석유화학·철강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옐런 전 의장 역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탄소세를 지지해왔다. 옐런 재무장관 시대에 탄소세 폭탄이 터질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최대 역점 과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 정책에 옐런이 재무장관으로 앞장 설 것이 확실시된다.

옐런 전 의장은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브라운대를 거쳐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에서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박사 아래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76년 하버드대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가르치기도 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가 남편이다.. 재무장관, 연준 의장, 그리고 경제자문위원장을 모두 거친 인사는 미국 역사상 그가 유일하다. 연준 의장에서 재무장관으로 직행하는 사례 역시 1970년대 말 윌리엄 밀러 전 연준 의장 이후 이번이 두 번째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닛 옐런을 여성이라는 측면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옐런은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4년 역대 첫 여성 연준 의장에 올랐다. 이번에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231년 재무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이 된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재무부 수장에 여성이 진출하게 된 것이다. 그는 또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의 유리천장도 재닛 옐런이 맨 먼저 깼다.

여성이라는 사실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아주 잘 준비된 경제전문가이자 이념에서 진보 색채가 매우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사실이다. 옐런이 몰고올 법인세 인상과 탄소세 도입 그리고 금융 규제 강화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옐런은 아무때나 돈을 푸는 단순한 비둘기 파가 아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

김대호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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