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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감원의 내로남불…증권사는 운다

최성해 기자

기사입력 : 2020-12-0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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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해 금융증권부 팀장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앞 글자만 따 붙인 말이다. 과거 15대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 의원의 의원 빼가기에 대해 야당이 공격하자 당시 여당 수장이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한방에 정리하며 유명해졌다.

요즘 금융감독원의 모습을 보면 이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바로 금감원의 라임사태 관련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제재에 관련된 결정 때문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지난달 10일 라임사태와 관련된 증권사 CEO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박정림 KB증권 각자 대표는 문책경고를,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등은 '직무정지' 제재를 받았다.

가장 난감한 쪽은 현직CEO인 박정림 KB증권 대표다. 임직원 제재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요구 등 순서로 강도가 높다. 임직원은 문책경고만 받아도 3년간의 금융회사 임원 자격이 제한돼 이 기간에 임원 취임이나 연임이 어렵다. 아직 금융위원회의 최종결정이 남았으나 원안 그대로 의결된다면 박 대표의 연임은 어려울 전망이다. 박 대표의 임기는 지난 2018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올해 12월 31일까지다.


문제는 금감원의 제재근거가 법적으로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 ‘금융회사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번에 중징계를 받은 증권사는 내부통제기준이 있다. 단 라임사태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기준을 실효성있게 마련하지 않았고, 이들 CEO가 라임관련 대출, 판매, 영업과정을 점검하지 않은 책임을 중징계로 물은 것이다.

이 가운데 실효성 유무는 금융사고나 사태발생 시 사후책임을 묻는 금감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장치로 실효성이 없다고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는 것은 법 위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법원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비슷한 사유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모두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중징계가 부당하다고 제기한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서 법원은 이들의 손을 모두 들어줬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근거로 중징계를 받으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징계대상일 수 있다. 라임사태와 관련 내부직원을 관리, 점검하지 못한 책임은 증권사보다 훨씬 무겁다.

금감원 전•현직 직원은 라임, 옵티머스사태 등 굵직한 사모펀드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다. 김 모 전 금감원 팀장은 ‘라임 몸통’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뇌물을 받고 라임펀드관련 내부문건을 전달했다. 윤 모 전 금감원 국장은 옵티머스운용 측에 금융계 인사를 소개한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증권사CEO의 중징계에 적용한 논리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 적용하면 그도 내부통제기준 위반으로 처벌대상이다. 단지 이 법규는 금융기관에만 적용돼 윤원장을 처벌할 법적근거가 없을 뿐이다.


당연히 법과 규정에 어긋나면 처벌하는 게 맞다.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처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법이 아니라 주위의 눈치나 여론, 권력다툼 등 보이지 않는 잣대로 처벌하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감원 입장을 증선위에 제출하면 법과 원칙, 절차에 따라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자기는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칼을 휘두르는 금감원의 모습을 보는 증권사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마지막 남은 라임사태 증권사 제재관련 최종의결에서 금융위의 법과 원칙에 따른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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