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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중국 파오차이 (泡菜) ISO 국제표준 인증과 한국 김치

김대호 연구소장/경제학 박사

기사입력 : 2020-11-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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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파오차이 VS 한국 김치, 김대호 박사 칼럼
중국이 김치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표준으로 등록했다. 김치가 한국 민족 고유의 것으로 생각해온 우리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이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중국의 쇼'라며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다. 농림축식품부는 긴급 설명자료에서 "우리 김치(Kimchi)에 관한 식품규격은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회원국들이 이미 국제 표준으로 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그러면서 "이번에 ISO 24220으로 제정되는 내용은 파오차이에 관한 사항이며, 이는 쓰촨의 염장채소"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한국 김치를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국제 표준으로 등록해 놓은 만큼 중국 파오차이의 ISO 등록에 개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도 중요하지만 국제표준화기구(ISO)도 표준 인증도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ISO는 국제적 활동이나 과학ㆍ기술ㆍ경제활동 분야에서 세계 상호간의 협력을 위해 1946년에 설립한 국제기구이다. 그 뿌리는 1926년 ISA(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National Standardizing Associations)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기구는 1926년부터 기계공학 분야에서부터 표준화를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잠시 활동을 중단했으나 1946년 런던에서 25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모임을 재개했다. 1947년 2월 23일 ISO라는 이름으로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나라마다 다른 공업규격을 조정ㆍ통일함으로써 물자와 서비스의 국제적 교류를 더 원할히 하자는 취지이다. 이 표준화 업무에는 2850개의 기술 위원회와 하부 위원회와 업무수행 그룹이 작동하고 있다. 산업 각 분야 전문가와 조사 학회 회원, 정부 관계자, 사용자 단체, 그리고 국제 기구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에 참가하는 전문가의 수가 무려 5만명에 이른다.

표준화 작업을 할 때에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ISO에 제안자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면밀히 검토한다. 그 결과는 총회 정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정식표준으로 통과된다. ISO의 규격은 전 세계의 표준으로 통용된다. 우리나라도 1963년 부터 가입해 있다. 그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구이다. 그 런만큼 이번 중국 파오차이의 김치 제조법 국제 표준 등록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의 ISO 인가 획득으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면서 한국 매체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ISO의 상임 이사국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표준등록 작업을 해왔다. '김치 국제 표준 제정' 안건은 지난해 6월 8일 ISO 식품제품기술위원회 과일과 채소 및 파생 제품 분과위원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추진되직 시작했다. 이후 1년 5개월여 검토와 국제토의를 거쳐 'ISO 24220 김치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 표준'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번 ISO 김치 국제 표준 제정에는 중국과 터키, 세르비아, 인도, 이란 등 여러 ISO 회원국이 참여했다. 환구시보는 파오차이의 ISO 표준 등록에 대해 "중국의 김치산업이 이번 인가로 국제 김치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중국김치가 국제 표준으로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평소 국수주의적 태도를 취해온 환구시보의 눈조를 그대로 믿고 싶지 않다. 우리 농식품부의 말대로 이번 ISO 국제 표준 제정이 중국의 김치가 국제 표준이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제정된 김치 표준이 얼마나 공신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ISO 인증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국제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가 2001년 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로부터 김치의 표준을 받아냄으로써 농식품분야에서의 최초 기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ISO인증은 기술과 국제무역차원에서 또하나의 국제표준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의 ISO 인증 작업에 앞서 우리가 먼저 ISO 인증작업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의 파오차이(泡菜) 역사도 간단치 않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시경(時經)에 중국인들이 김치를 담가 먹었다는 싯구가 나온다. 중국 사천이나 충칭(重庆) 지역에서는 우리나라 김치나 장아찌 밑반찬처럼 집집마다 파오차이가 늘 준비되어 있다.

파오차이(泡菜)의 옛 이름은 ‘저(葅)’이다. 소금에 염장한 후 오랫동안 보관하여 발효를 거친 야채를 가리켰다.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은 모두 파오차이의 재료가 됐다. 한(汉) 나라 시대 만들어진 설문해자(说文解字) 에는 저채는 곧 쑤안차 라는 뜻의 "菹菜者, 酸菜也” 표현이 나온다. 당시 중국 사람들이 파오차이를 조상에게 바치는 음식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파오차이가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우리 김치에 비할 바는 물론 아닐 것이다. 우리 김치의 찬란한 역사와 소중한 가치는 우리 스스로 지켜가야 한다. 중국 파오차이의 ISO 인증이 별 것 아니라고 깎아내리기에 앞서 중국 파오차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도록 김치를 고급화하고 국제화하는 노력이 선행됐으면 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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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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