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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역효과 부르는 ‘환율 보고서’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12-0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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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주 ‘최근 수출기업의 환율 인식과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수출기업 80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손익분기점’ 환율이 중소기업은 달러당 1133원, 중견기업은 1135원, 대기업은 1126원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여 환율이 그 아래로 떨어지면 ‘손해’가 나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이었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308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마지노선’을 달러당 1118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환율은 이미 그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27일 현재 서울 외환시장의 환율은 1103.2원이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지금 죄다 ‘적자수출’을 하고 있는 셈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기업은 손해일 수 있다. 1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을 때 환율이 1200원이라면 기업은 12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1100원으로 떨어질 경우 같은 상품을 수출하고도 매출은 11억 원밖에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환율이 떨어지면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상황은 2012년 연말에도 있었다. 당시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손익분기점’ 환율을 중소기업이 1102원, 대기업은 1059원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환율이 그 밑으로 떨어지면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자료였다.

이보다 조금 앞서 대한상의는 환율의 ‘마지노선’을 1086.2원이라고 했다. 대기업은 1076.1원, 중소기업은 1090.4원이었다. 대한상의는 업종별로도 마지노선을 분석하고 있었다. ▲가전 1106.5원 ▲석유화학 1104.3원 ▲반도체 디스플레이 1099원 ▲음식료품 1090.4원 ▲자동차 1084.9원 ▲철강 금속 1084.2원 ▲조선 플랜트 기자재 업종 1083.3원 등이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자료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들이고 말았다. 은행들이 이른바 ‘환율 민감 업종’에 속하는 기업을 ‘특별 점검대상’으로 분류, 돈줄을 조였기 때문이다.

단돈 1원이라도 떼이지 않으려는 게 은행의 속성이다. 그런 은행이 수출 때문에 적자가 나게 생겼다는 기업에게 돈을 대줄 리가 없었던 것이다.

1980년대 말에도 ‘닮은꼴’ 현상이 있었다. 원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환율이 뚝뚝 떨어지자, 관련 단체가 환율이 얼마까지 하락하면 섬유업종 기업 가운데 ○○%가, 더 떨어지면 고무업종 기업 가운데 ○○%가 수출에 타격을 받는다는 식의 자료는 낸 것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촉구하는 자료였다.

그러나 은행들은 해당 업종에 속하는 기업을 ‘대출 요주의 기업’으로 묶어버렸다.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만기가 되는 대출금은 회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바람에 기업들은 되레 타격을 받아야 했다.


지금이라고 많이 다를 수 없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일부 대형학원이 은행에 손을 내밀고 있었다. 수업료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원들은 은행으로부터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은행들은 어렵다는 학원에 대한 대출이 아마도 껄끄러웠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펼 경우 환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105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환율이 이처럼 낮아지면 은행들의 대출도 따라서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은행들을 미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은행도 장사를 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단체는 환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환율 자료’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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