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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글라데시 진출 팁

기사입력 : 2021-01-13 00:00

포스코 인터내셔날 이종범 지사장

2016년 12월 26일에 인천에서 출발, 다카에 도착했고 2020년 12월 24일 다카를 떠나 25일 다시 인천에 도착하니 정확히 4년을 방글라데시에서 근무하게 된 셈이다.

부임하기 전 방글라데시에 대한 나의 정보는 아주 단편적이고 초보적이었다.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 게으른 사람이 많은 가난한 후진국 정도로 생각했다. 물론 15년, 16년 2차례 출장을 왔었지만 일정한 지역만 방문하고 특정사람만 만나고 돌아갔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부임을 해서 4년간 생활하고 일하면서 방글라데시에 대한 생각이 아주 많이 변하게 되었다.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이 산산이 조각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똑똑하고 근면했고 삶과 일에 대해서도 치열했다. 기업인이던 공무원이던 밤 10시 넘어서도 업무전화를 걸어왔고, 금/토요일 주말에도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 사무실 직원 역시 요일, 시간 제한 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전에 근무했던 터키, 미얀마, 출장을 가본 수십여 개 다른 국가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는 열심히 호객행위을 하는 젊은이들도 보이고. 우리와 많이 닮은 생활 모습이었다.

산업의 근간이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이 아닌 의류, 건설, 서비스 등 2차, 3차 산업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봉제는 중국 다음의 2위 수출국이라고 하니 우리 60,70년대를 보는 것 같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여기 저기 공사가 이루어지는 모습은 우리의 70~80년대를 연상시킨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비스 산업도 발전한 것도 비슷하다.
젊은 청년들의 중동, 인근 동남아 국가에서의 외화벌이가 외환 보유의 밑받침에 되고 있으니 영화 국제시장에서 본 파독 광부, 간호사, 중동현장의 한국기업 건설 진출이 연상되는 것도 무리한 일은 아닌 듯 싶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방글라데시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다시 뒤돌아 보면서 보다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섬유를 시작으로 산업인프라를 깔고 중화학 공업을 바탕으로 IT산업으로 발전했듯이 방글라데시 역시 섬유를 시작으로 도로, 항만, 교량, 통신 등 각종 인프라 사업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는 우리가 그 당시 처해있었던 상황과 많이 달라 이 나라의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반제품 빌렛을 수입해서 철근을 생산하던 AK, BSRM, KSRM 등 대표 철근 제조사들이 이제는 철 스크랩을 구매, 직접 빌렛 및 철근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시키고 냉연 철강 제품을 수입해서 아연코팅을 한 지붕재를 생산하던 AK, PHP 등 기업들이 이제는 열연 철강을 수입해서 직접 냉연으로 만들어서 아연코팅 지붕재 생산으로 전환하고, 이제는 일관제철소 건설도 계획하며 직접 쇳물을 만들어서 열연 철강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부단히 도전해서 업스트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이동하려는 DNA가 있어 산업방향에 대한 쉽지 않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우리 역시 전통적인 봉제 위주의 투자에서 때로는 방글라데시 요구에 부합하고 때로는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사업 가이드를 해주면서 봉제를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방글라데시를 위해, 방글라데시와 같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방글라데시와 우리나라의 유사한 부분을 찾으면서 지난 4년간 신규 사업을 개발하고 현안을 해결하다 보니 유사성을 찾는 생각의 유희에 재미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정부 발주 사업이 중단, 지연되고 민간 기업과 클레임이 발생하면서 저 친구들은 왜 저럴까라는 분석이 필요했고 우리와 상이하거나 방글라데시만의 특별한 부분을 찾게 되었다.

첫째, 문서에 상당히 민감하고 중요시 한다. 공무원들은 책임 소재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문서 작성, 검토, 결재 등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한다. 당연히 그만큼 절차도 복잡하고, 수도 없이 많은 문서 수정, 보완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부서간, 상하간 서류가 몇 차례 오고 가다 보면 수개월이 속절없이 소요된다. 상부에서 지시를 해도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실무선에서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암묵적으로 진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부 고위직을 관리할 로컬 파트너도 필요하지만 실무에서의 서류작업 등을 신속히 처리케 하는 로컬 파트너의 역무도 필요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입찰 서류 작성은 정말 유의해야 한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Disqualification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계약서 작성은 정부사업이던, 민간기업과의 거래에서든 정말 중요하다. 개도국, 무슬림 국가에서는 계약서를 중시하지 않고 대충 인맥, 친분 등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방글라데시는 계약서를 중시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계약서부터 확인한다. 대충 계약서 만들고 입찰 서류 준비하면 큰 코 다치게 된다. 방글라데시에서 계약서, 입찰 서류 작성은 정말 중요하다. 계약서 독소 조항 여부, 입찰서류 작성 시 입찰 지시서 대로 작성했는지 몇번이고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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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Topper)

둘째는 서류를 중요시 하면서도 그 서류가 본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된다면 어떻게든 불이익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어서 본인들의 과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도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전개하고자 한다. 가장 많이 들은 사유는 한국은 잘 사는 나라고, 너희 회사는 큰 기업이니 너희가 우리를 좀 봐주고,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다. 계약서에 있는 대로 인정은 하더라도 본인들에게 불이익이 있으면 이러한 정에 의존하고 강조하는 읍소 전략을 핀다.

이럴때 지나치게 계약준수를 강조하거나 법적 조치를 강조함은 좋지 않은 것 같다.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동일하게 대응하거나 다른 거래건을 이용해 해결하는 등 적당한 선에서 상대방의 면을 세워 주거나 공감을 이끌어 낸다면 의외의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가 있다. 계약서 등 문서 내용은 있는대로 인정하다 보니 우리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매몰차게 몰아 붙이니 문서가 제대로 작성되어 있어야 함을 물론이다.

셋째 뭐든지 쉽게 해 주는 법이 없다. 그러나 급하게 몰아 부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부탁, 요청을 하면서 절실함을 보여준다면 최대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를 살펴보면 서류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고, 체면을 중요시하며 무슨 일을 할 때든 화끈하게 처리해 주는 성격이다. 우리와 방글라데시간 나름 차이가 있기는 한 것 같다. 그래도 결론은 두 나라는 상이함보다는 유사함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러한 유사함으로 인해 더 많은 애정을 느끼고 떠나게 되는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3~4%대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하고 있고 이미 GDP 규모가 베트남을 넘어서 30위권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와 많이 닮은 방글라데시의 10년, 20년 후 장미빛 미래를 상상하고 지켜보는 것이 한국에서 즐거운 소일거리가 될 것 같다. 방글라데시의 분투를 기대해본다.

* 본 내용은 외부 전문가 기고문으로 KOTRA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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