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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해로운 물질'이 얼마나 함유돼 있느냐가 중요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1-01-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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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미국 CBS 방송은 32년 전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알라' 사과에 해골 그림을 붙여 소개했다. 이 사과에 발암물질이 살포됐다고 지적하면서 근자에 이 사과나 사과주스를 먹은 사람 5300여 명은 암에 걸릴 것이라고 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을 접한 학부모들은 9·11에 전화를 걸어 학교를 향하던 스쿨버스를 멈추어 세우고 자녀들의 도시락에 들어간 사과를 버리고 사과주스는 독극물 센타에 보내야 한다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미국 농무성이나 FDA가 직접 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4억 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해당 발암물질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사용양은 매우 적었다. 동물실험 결과 그 사과 주스를 하루에 19t씩 80년 평생을 먹어야 암이 발생하는 양이었다. 누가 사과 주스를 이렇게 많이 먹을까! 평생을 먹어도 19t이 될까 말까하는데 365일 매일같이 80년을 먹어야 하는 양이라면 극미량인데 말이다.

포름알데히드는 새집증후군에서 발견되는 유해물질이다. 이 또한 자연환경에서도 발견된다. 오래 전 번데기 통조림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발견돼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고 오랜 기간 재판 끝에 공기 중에 존재하는 양 정도의 포름알데히드는 통조림 제품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인위적으로 첨가한 포름알데히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 이 회사는 문을 닫고 난 뒤의 결정이었다.

최근 분석기술의 발전은 놀라워 10억분의 1g의 초미세량까지도 분석할 수가 있다. 이런 분석기술로 유해물질의 양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요한 문제는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양이 아니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00년 동안 평생을 먹어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양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가 살면서 먹는 가공하지 않은 자연식품 중에도 유해물질의 종류가 많이 함유되어 있지만 그 양이 적어서 우리가 안심하고 먹는다.

또 식품에는 발암 가능성의 성분도 있을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식품성분 중에 항암효과를 가져오는 성분도 함께, 훨씬 많은 양이 포함되어 발암가능성을 더 낮추어 주기도 한다. 극미량의 유해물질이 없는 식품을 선택하기는 매우 어렵다. 설사 과학기술로 그러한 식품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그 가격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만 가능하다.

월성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난리를 핀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카이스트의 정용훈 교수에 의해 그 정도의 양으로 피폭되는 방사능의 양은 매우 적은 양으로 인간이 가만히 있을 때 피폭되는 양의 500분의 1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로 문제가 없다고 명쾌히 설명해 소란을 잠재울 수가 있었다.


이런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은 유해물질이 있다, 없다에 관심이 있을 뿐 그 양이 얼마 만큼이며 과연 인체에 해로운가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미지의 불안감을 풀어주는 열쇠는 과학자들이다. 과학자들의 전문적인 견해를 청취해본 후 문제를 삼아도 늦지 않다. 무지한 상태로 공포와 불안을 야기시키는 일은 그 파급 효과가 무척이나 크다.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이해시키고 설득을 하려해도 그것은 단번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이 만든 기업은 사라지고 만다. 국민을 지키고 보호한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안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길 바라며 공포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줄 수 있는 열쇠는 결국 과학임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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