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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조상님 입’을 속이자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1-01-24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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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가르쳤다. 설마 그럴 리 있을까 싶지만 사실이다.


정약용은 귀양살이를 하면서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훈(示二子家誡)’이다.

“…조금도 속임이 없어야 한다. 하늘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쁘고, 임금을 속이고, 어버이를 속이는 데서부터 농부가 농부를 속이고, 상인이 상인을 속이는 데 이르기까지 모두 죄악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하나 속일 게 있다. 바로 자기의 입이다(唯有一物可欺 卽自己口吻). 아무리 보잘것없는 식물(食物)로 속이더라도 잠깐 그때를 지나면 되니… 음식을 먹을 때마다 모름지기 이런 생각을 가져라.…”

정약용은 이렇게 두 아들에게 자신의 입을 속이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그랬으니 거짓말을 하라고 시킨 셈이다. 물론 사치스러운 음식을 멀리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오늘날 설을 앞두고 우리는 정약용의 가르침을 실천할 필요가 생겼다. 만만치 않아진 ‘설 물가’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작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5%라고 했다. 물가가 2년 연속 ‘0%대의 안정세’를 보인 것이다.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설 차례상 물가는 그 0.5%의 20배 넘는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주 조사한 차례용품 29개 품목으로 4인 가족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은 23만3750원으로 작년 설 때보다 11%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는 이보다 더 비쌌다. 전통시장은 14%, 대형유통업체의 가격은 14.1% 올랐다고 했다. 차례상을 줄여서 대폭 간소하게 차리자니, ‘조상의 입’까지 속이게 생긴 것이다.

속여야 할 것은 더 있다. ‘달걀’ 먹는 입이다.

달걀값이 치솟으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이 달걀 판매를 ‘일시 중지’하거나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1인 1판’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산 달걀도 판매한다고 했다. 덕분에 서민들은 설을 앞두고 달걀 먹기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몇 해 전 ‘달걀 파동’의 ‘재탕’을 닮고 있다. 당시 네티즌은 ‘달걀 절벽’이라며 농정을 비판하고 있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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