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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기업의 ‘벤처투자’…삼성과 현대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1-01-28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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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만약에 일이 잘못되면 삼성그룹은 반쪽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사업에 손을 대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이 회장은 벌써 은퇴했을 70대의 노인이었다. 그런데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밝혔다.

“수많은 미·일 전문가를 비롯하여 국내 전문가의 의견을 거의 다 들었다. 관계 자료는 손닿는 대로 섭렵했고 반도체와 컴퓨터에 관한 최고의 자료를 얻고자 무한히 애를 썼다. 그 결과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투자 결정으로부터 1년이 되는 1984년 3월 말까지 64KD램의 양산 라인을 완성키로 하고, 거기에서 역산하여 진행 계획을 세우고 진척 상황을 매일 확인했다. 설계·생산 공정·기계 장비·기술 인력·자금·판매·부지·용수와 전력·건설 등을 일일 회의에서 확인하고 독려했다.”

그런 결과, 알다시피 삼성그룹은 ‘반쪽’이 되지 않았다. 이 회장의 ‘벤처정신’은 오히려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세웠다.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세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벤처정신’도 빠질 수 없다. 정 명예회장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 나오는 얘기다.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아무 구조물도 없는, 황량한 바닷가에 소나무 몇 그루와 초가집 몇 채가 선 초라한 백사장을 찍은 사진이 전부였다. 당시는 조선소 땅을 확보해 놓았을 때도 아니었다. …그 사진만 들고 다니면서 ‘당신이 배를 사주면 영국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이 사진 속 백사장에 뚱땅뚱땅 조선소를 지어 당신 배를 만들어 주겠다’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하면서 미친 듯이 배를 팔러 쫓아다녔다.”

정 명예회장이 영국 애플도어의 롱바톰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이 돈을 보시오. 이것이 거북선”이라고 했던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벤처정신’은 ‘무(無)’에서 ‘유(有)’를 이룩하고 있었다.

작년 벤처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인 4조3045억 원을 기록했다고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투자 건수와 투자기업 숫자 모두 역대 최고였다고 했다.

기업이 성장하면 조직이 확대되기 마련이다. 조직이 비대해지면 의사 결정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순발력’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분야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실패가 껄끄럽다고 새로운 분야를 기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대기업을 이끌면서도 안주하기를 거부했다. ‘벤처정신’으로 그룹을 도약시켰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벤처투자다.

몇 해 전에는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삼성’을 선포하기도 했다. 스타트업답게 불필요한 회의를 통합하거나 축소하는 한편 ‘스피드 보고 3대 원칙’으로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겠다고 했다. ‘동시 보고, 실무 보고, 심플 보고’다. 창업자 이 회장이 반도체 투자를 한 것처럼 임직원의 ‘승부근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스타트업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부재중’이다. 갇혀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의사결정도 전과 같지 않아지고 있다고 한다. 외국의 경쟁업체들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기회로 삼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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