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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매도세 속 신흥국, 2013년식 자본 이탈 조짐

김미혜 해외통신원

기사입력 : 2021-02-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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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국채 매도세가 확산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본이탈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사진 = 로이터
전세계 국채 매도세가 신흥국에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으로 촉발된 대규모 자본 이탈 악몽을 다시 불러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는 26일(현지시간) 올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이던 신흥국 자산 가치가 지난 이틀 급락세를 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1.4%를 돌파하며 1년 여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것이 신흥국에서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르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 속에 시중 금리 기준이 되는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뛰면서 시중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란 우려가 위험자산인 신흥국 자산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신흥국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MSCI 신흥시장지수는 26일 최대 3% 폭락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도 추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멕시코 페소화 모두 지난 이틀간 24일 종가에 비해 3% 가까이 급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강하게 부정하는 가운데에도 시장에서는 대규모 통화·재정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결국 조기 금리인상, 양적완화(QE) 축소를 부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중의 돈줄이 약화하면 이는 곧바로 신흥국 자산 등 위험자산에 직격탄이 된다.

특히 이번주 미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말 한 마디가 부른 긴축발작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버냉키 의장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대응해 시작한 QE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할 것임을 예고하자 시장은 급랭했다. 전세계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이른바 긴축발작이었다.

홍콩 RBC 캐피털 마켓츠의 아시아 외환전략 책임자 탄 앨빈은 "연준이 뭐라고 말을 하든 마치 시장이 긴축발작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탄은 "2013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같은 분위기는) 신흥국 통화가치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라면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남아공 랜드화,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화 등이 특히 가장 취약하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탄이 지적한 가장 취약한 신흥국 통화 외에도 대부분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루피화는 26일 한국 원화와 함께 1.4% 가치가 하락했다. 이날 루피화와 원화는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또 멕시코 페소는 25일 2.3% 급락해 5개월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26일에도 약세를 이어갔다.

주식시장에서도 한국, 홍콩, 대만 주가 지수가 3% 폭락했다.

국채 매도세와 이에따른 신흥국 자본 이탈 흐름은 연초 분위기와 상반되는 것이다.

1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가 펀드 매니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신흥국 주식이 올해 가장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이같은 흐름이 '티핑 포인트'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은행(BoS) 외환전략가 심 모 시옹은 "치솟는 수익률이 전반적인 시장에 더 큰 문제가 되는 티핑 포인트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특히 경상수지가 적자인 나라에는 이보다 더 나쁜 소식이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익률 상승은 이들 국가의 대외 채무 금융비용이 더 높아지게 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 상승은 자본이 필요한 상당수 신흥국들이 채권 발행을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차례 국채 경매가 저조한 응찰률을 보이자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고, 지출 규모도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인도는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행을 줄이는 것을 고려 중이다.

한편 신흥국들은 치솟는 국채 수익률을 잡기 위해 채권 매입을 확대해야 할 지 모른다는 예상도 나온다.

TD 증권 싱가포르의 아시아·유럽 신흥국 담당 수석 전략가 미툴 코테차는 신흥국 상당수의 성장세가 아직 취약한 가운데 국채 수익률, 시중 금리가 먼저 오르는 것은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채권 매입을 확대해야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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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해외통신원

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