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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오징어와 음식윤리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1-03-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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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최근 TV와 신문에서 '총알 오징어'를 보도하면서 '음식윤리'가 중요함을 언급했다. 필자는 음식윤리 강의를 시작한 지 십여 년 만에, 공영방송 뉴스와 주요일간지 보도에서 처음으로(?) 음식윤리라는 말을 들었다. 오랜 '광야의 외침'이었기에 감개무량할 수밖에….


줄어드는 국내 오징어 자원의 보호와 회복을 위해,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오징어의 총허용 어획량을 8만5930t으로, 오징어 금어기를 4~5월로, 어획 금지 길이를 12㎝에서 15㎝로, 소비자와 유통업계 등과 함께 총알 오징어 유통근절방안을 수립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총알 오징어를 검색해보면, '총알 오징어 먹지 마세요'도 있지만, '총알 오징어 맛있게 먹는 법'도 있고, '총알 오징어 싸게 팔아요' 같은 쇼핑몰 광고도 엄청나게 많다. 정부, 소비자단체와 유통업계 등의 노력만으로는 총알 오징어 유통을 근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법을 준수하려는 '음식윤리적 마인드'가 없는데, 정의로운 법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음식윤리는 무엇인가? 음식윤리는 음식을 만들 때, 팔 때, 먹을 때, 지켜야 할 도리이다. 그런데 음식은, 만드는 사람이건, 파는 사람이건, 먹어야 산다. 모든 사람이 먹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먹는) 사람이 음식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총알 오징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르지 않겠는가? 이런 면에서 먹는 사람의 책임감이 가장 무거워야 한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데도 총알 오징어가 유통되겠는가?

왜 우리는 음식윤리를 지켜야 할까? 인류의 '지속적 생존'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정언명령이다. 이를 위해 음식이 꼭 필요한데, 음식을 얻기 위해 인류는 '자연과 공존'해야 하고, '인간과 공존'해야 한다. 음식윤리는 (인류만의) '생존의 윤리'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함께 공생하는) '공존의 윤리'이고, (나 또는 우리만의) '생존의 윤리'가 아니라, (그 사람들과 함께 공생하는) '공존의 윤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윤리의 다음 두 가지 원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첫째, 우리는 오징어의 생태‧환경을 보전해야 한다. 오징어는 수명이 1년 정도의 회유 어종이다. 오징어는 산란 후 4~5일이면 부화하고, 1개월이면 4~5㎝ 길이로 자라며, 3~6개월이면 9~19㎝가 되고, 7~8개월이면 길이 20㎝ 정도의 성숙한 개체가 된다. 오징어 자원은 수온, 먹이, 포식자, 산란량 등에 좌우된다. 오징어 자원의 보존을 위해 포식자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수온이나 먹이가 아니라, 다 자란 오징어만 먹고, 총알 오징어처럼 어린 오징어는 먹지 않는 것뿐이다. 그러면 산란 양이 늘고 개체 수도 증가할 것이다. 어부나 유통업자도 그래야 하겠지만, 특히 먹는 소비자가 성숙한 포식자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인간 세상의 진위 차원의 정의를 지켜야 한다. 여기서 진위는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즉 아직 미성숙한 오징어를 '총알·한입·미니 오징어'라고 불러, 마치 원래 크기가 작은, 다른 종인 것처럼, 기만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새끼' 오징어 또는 '어린' 오징어라고 바르게 부름으로써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

음식윤리는 우리에게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여준다. 우리가 오징어와 인류의 생존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징어와 인류는 앞으로도 계속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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