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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귀 없는 토끼, 귀 막는 일본 정부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1-04-1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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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세계에서 가장 큰 토끼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다. 몸길이가 129cm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영국 토끼 ‘다리우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영국 경찰은 토끼가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고, 토끼 주인은 신고포상금 1000파운드, 우리 돈으로 154만 원을 걸고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0년에는 영국에서 ‘귀 없는 토끼’가 태어났다는 보도도 있었다. ‘작은 사자’를 닮아 ‘레오’라는 이름을 붙여줬다는 토끼다. 이 토끼는 어미 토끼에게서 8마리가 함께 태어났는데 유일하게 귀가 없었다고 했다.

귀 없는 토끼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서 발견된 적도 있었다. ‘기형토끼’였다.

일본의 네티즌이 그 토끼를 동영상으로 올렸다고 했다. “다음은 인간 차례”라는 댓글이 붙기도 했었다.

토끼의 귀는 ‘중요한 용도’가 있다. 힘이 약하기 때문에 큰 귀로 미세한 소리도 놓치지 않고 듣기 위한 것이다. 그래야 천적을 피해 재빨리 도망칠 수 있다.

‘중요한 용도’는 더 있다. 큰 귀가 자동차의 ‘냉각장치’처럼 몸을 식혀주는 것이다.

토끼가 천적을 만나 전속력으로 도망치다 보면 몸이 달아오른다. 토끼는 땀을 흘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 몸을 식혀주는 게 귀다. ‘열’을 받아서 뜨거워진 피가 큰 귓속을 통과하면서 토끼의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다. 토끼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귀를 바짝 세우고 도망친다.

그렇지만, 귀를 세우면 ‘공기저항’을 받아 아무래도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천적에게 붙잡힐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귀를 세우고 도망치는 이유는 몸이 ‘과열상태’에 빠져서 아예 뛰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토끼의 귀는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귀 없는 ‘기형토끼’가 발견되었고,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물질 오렴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여론을 의식한 듯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표현을 슬그머니 바꿨다고 한다. 오염수 방류에 생길 수 있는 인체나 환경에 대한 우려도 ‘후효(風評·풍평)’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풍평’은 풍문이나 소문 등을 의미하는 일본어라고 했다.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중국 등의 반발에는 귀를 막아버릴 참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보태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탈핵시민행동은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의 결정을 ‘핵 테러’로 규정,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야도 규탄하고 있다.

‘토각귀모(兎角龜毛)’라는 말이 있다. 토끼에 뿔이 생기고, 거북이에 털이 난다는 얘기다.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일본 정부는 토끼에 귀 대신 뿔을 달아주려는 모양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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