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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국제분업 합리적…美 패권 쉽지않다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1-04-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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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 패권은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패권을 선언했다. 제조의 80%가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지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지금부터 미국에서 제조공장을 확대해서 10% 수준을 20%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진행하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점검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의욕적 목표에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고화된 반도체 제조 공정 및 공급망은 그동안 세계화의 과정에서 구축된 가장 합리적인 국제분업을 통해 탄생한 체제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미국 정부의 강제력과 투자만으로 조기에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반도체 패권 선언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12일 반도체 업계 경영진을 백악관에 소집해 반도체 위기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이는 미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2조 달러 규모 인프라 제안의 일환으로 반도체칩 제조와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500억 달러를 제안하면서 이는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돈의 상당 부분은 인텔, 삼성, TSMC 등이 추진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첨단 공장 건설에 쓰일 것이다.

◇ 반도체 칩 제조와 공급망의 복잡성

단일 컴퓨터 칩을 생산하는데도 1000개 이상의 단계, 70여개의 국경과 기업을 거쳐 공급된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예를 들면 미 반도체기업인 온 반도체가 설계한 자동차용 카메라 이미지 센서(칩)의 생산과 공급과정을 보자.

먼저 설계가 끝나면 생산은 이탈리아의 공장에서 시작된다. 그 다음 이 웨이퍼들은 대만으로 보내져 포장 및 테스트를 거친 후 싱가포르로 보내져 보관을 한 다음 중국에서 카메라 유닛으로 조립을 하고 마지막으로 한국의 현대 부품 공급업체로 보내져 현대 자동차 공장에 도착한다.

그런데 최근 이미지 센서 부족으로 인해 현대차 공장의 조업이 단축되면서 미 GM, 포드, 독일 폭스바겐 등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에도 생산 중단을 초래해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위기가 닥친 것이다. 단 한 가지 부품인 이미지 센서의 길고 긴 여정은 반도체 업계가 현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용량을 늘리고 미국 반도체 제조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준다.

◇ 업계의 기대와 우려,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 경청 필요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임원들은 단지 공장만 증설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반도체 패권은 전 세계에 걸쳐 형성된 넓은 공급망을 촘촘히 점검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행정부가 공장 증설 외 어떤 요소를 보완해야할지 심도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온 반도체의 데이비드 소모 수석 부사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는 반도체 칩 제조와 공급 전체 과정을 미국 안에서 재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면서 “그것은 천문학적 비용 투자와 인력을 충원해야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칩 포장 회사인 프로멕스(Promex)의 CEO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패권에 성공을 거두려면 미국 내 패키지 산업 전반의 재건을 도와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로 “차체는 있지만 차체에 붙일 부품은 없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려면 첨단 공장뿐 아니라 노후 기술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리콘 디자인 회사인 실리콘 랩스 CEO 타이슨은 “반도체 산업에 자본의 불일치가 있다”며 “산업 전반의 전자 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은 첨단에서 노후까지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없는 노후 반도체는 결국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 반도체 업체 CEO는 “수익이 많은 설계분야 외 수익이 낮은 칩 포장 산업은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심각한 가격 압박을 받을 것이므로 재정적‧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손실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면서 “돈만 쏟아 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경고한다.

한편 첨단 칩 생산에 사용되는 정교한 도구는 대부분 미국에서 만들지만 다양한 공정 단계에들어가는 부품 등은 우방국가에 있는 많은 해외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은 일을 미국이 진행할 경우 미국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첨단 칩은 미국에서 차지하고 노후 반도체는 해외 기업에 맡길 경우 국제분업과 미국 지도력에 지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반면, 이번 기회에 미국의 반도체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뚜렷하다. 일련의 반도체칩 회사들은 미국 안에서 더 자주 더 작은 칩 제조 실행을 하게 된다면 혁신을 가속화하고 잠재적으로 수요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칩 주조 공장인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SkyWater Technology)는 플로리다에 있는 공장을 인수해 고급 포장 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스카이워터의 CEO는 “미국 포장 산업의 재건은 칩 회사와 고객들을 안보적 위험으로부터 격리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칩을 만드는 데 수반되는 긴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텔, TSMC, 삼성, 글로벌 파운드리 모두 기존 또는 계획된 시설을 보유한 애리조나, 텍사스, 뉴욕이 패키징 등 클러스터 공급망 요소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안에서 국제분업을 지지하는 목소리와 반도체 패권 회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가운데 현실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첨단에서 노후분야까지 전 부문에서의 수요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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