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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미얀마에서 ‘슬로우 슬로우 퀵 퀵’, 비장한 춤사위

위기의 현장, 업무를 나누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나가다

박희준 기자

기사입력 : 2021-05-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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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
최근의 미얀마 상황이 걱정되어 전화를 하니 되레 "전무님은 그동안 별일 없으셨지요"라며 말문을 꺼냈다. 듣고 보니 한판의 춤사위를 보는 듯했다. 위기라는 파트너를 데리고 '슬로우 슬로우 퀵 퀵!' 강약(强弱)과 완급(緩急)을 조절하며 겪은 성장통이었다. 입사 1년차밖에 안 된 20대 후반의 한국 청년이겪은 엄청난 소용돌이의 종합 메타포(metaphor)이다.


지난 1월 말 외신을 타고 긴급히 날아온 미얀마 군부 쿠데타 소식은 우리 사무실을 최고의 긴장으로 몰아 넣었다. 지금 연수중인 인원의 취업 걱정, 진작에 취업해 일하고 있는 졸업생 100여 명의 안전 걱정, 미얀마 경제활동에서 비중이 크고 취업 일자리가 제일 많은 섬유, 봉제 분야의 산업 동향이 큰 걱정거리가 됐다.

5월이 되면서 졸업생 한명 한명을 짚어가다가 오늘 스토리의 주인공인 서종우 대리(가명)에서 멈췄다.서대리는 미얀마 양곤의 북부 지역인 밍글라돈 지역에 자리잡은 한국의 봉제업체인 'KNS(가명)'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도 어느 기업과 마찬 가지로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조하는 곳이다. 지난 2017년 8월에 연수과정에 들어와 다음 해 6월에 지금 회사에 취업했다. 1년 반이 지난 2020년 벽두부터 끝모를 위기에 맞딱뜨렸다. 본인은 많이 호전됐다며 필자를 위로했다.

미얀마 취업 3년, 평생하지 못할 새로운 경험

서 대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 상황의 확산, 군사 정변으로 두 번의 곡절을 겪었다. 물류∙통관∙금융 등 국가 시스템 불안정과 이에 따른 수주 절벽, 상사 공백과 업무 공백, 그리고 미얀마 직원들의 동요와 정치 활동 영향 등이 산더미 같은 파도와 같이 휘몰아쳤다. 이는 미얀마 전통 물축제인 '띤잔'의 휴무일을 맞아 직속 상사(上司)인 과장이 한국으로 휴가를 떠난 이후 거짓말같이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항공편이 단절되고, 미얀마로 복귀를 할 수 없어지면서 회사의 많은 업무들이 정 대리의 몫으로 쏟아진 것이었다. 본인도 입사한 지 불과 2년이 안 됐고 과장의 업무는 제대로 설명조차 들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올해 초에는 군사 정변까지 더해지는 위기가 이어진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유연하게 대처해 오늘에 이르렀다.

다 듣고난 뒤의 이야기이지만 모든 위기를 몇 조각, 몇 단계로 분리해 나눠 대응한 지혜에서 나온 것이었다.

첫째, 직속 상사의 업무와 본인의 업무를 나누며 재조정해 나갔다.

그가 근무한 회사에 한국인 직원은 기술직을 제외하고는 사장, 과장 그리고 서 대리 밖에 없었다. 졸지에 업무를 지시하는 직속 상사가 공백이 된 것이다. 본인이 담당한 오더(주문)관리 업무에 과장이 담당한 수출입과 경리회계업무가 더해졌다.

통합해 하나하나 나눠 매일 분석하며 모르는 것은 한국의 과장과 통화로 정리했다. 상당 부분은 현지인 매니저를 교육해 위임했다. 중요 업무는 순서를 정해 하나하나 처리해 나갔다. 해결되지 않는 것은 사장께 보고하며 해결해 나갔다. 이런 방식으로 매일매일 점검을 해 나가니 스스로 업무과중에서 벗어났고 6개월 정도 지나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결국 정 대리가 과장급 업무까지 2인의 업무를 해낸 것이다. 미얀마 직원들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리더십도 생겼다.

둘째, 국경봉쇄에 따른 자재 수급과 완성품 수출의 문제를 태국 국경무역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바이어들의 오더 확인이 부쩍 늘어나면서 오더는 줄고 신규 오더는 취소됐다. 거기다 미얀마 정부의 방역 방침으로 공장 문을 닫는 조치까지 나왔다. 이번엔 공장이 정상 가동으로 회복되니 수출입 사무실이 문들 닫아 물류대란이 시작됐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항공편을 이용하면 적자가 날 게 불을 보듯 훤해 보였다. 다행히 물류업체들과 머리를 맞대며 태국 국경으로 제품을 보내 컨테이너로 실어내는 방법을 찾았다. 바이어들과 이 대안으로 납기연장을 의논하니 모두 조정해주었다. 추가 비용 일부는 벤더와 바이어가 분담하는 고마운 일까지 생겼다. 이런 ㅇ일들이 주위에 알려지고 코로나 위기에도 공장을 정상 가동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비수기의 최대 고민거리인 수주 절벽 문제가 해결됐다. 주변 회사들이 자기 오더를 KNS로 이전하는 행운 아닌 행운도 맞았다.

이런 상황이 올해 2월1일 새벽에 일어난 군사정변에 따른 비정상화로 원 위치가 돼버렸다. 수주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자재 확보를 위한 수입, 만든 제품 수출을 위한 수출 통관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현지인 매니저를 아예 해당 관공서로 출근시켜 상주하게 하면서 수시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바이어에게도 실시간 정보를 보내고 신뢰를 쌓으면서 일정을 조정하는 양해를 받았다. 그 결과 이웃한 한국 업체에 조언도 해주는 수준이 됐다.

셋째, 미얀마 현지 직원에게 과감하게 위임하고 확인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군사정변 직후 현지 직원의 동요 가능성이 크게 걱정됐다. 꾸준한 수주관리로 일감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군사정변 후에 금융시스템 문제가 생겼지만 급여를 제때 지급하는 일에 집중했다. 시위에 참여하려는 인원이 문제였다.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위 참여를 문제삼지는 않았지만 '무노동무임금' 원칙만큼은 철저하게 지켰다. 시위가 시작된 날부터 이틀 정도 참가 인원이 늘다가 그 이후부터는 시위가 격화되더라도 일상 상황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대학생들이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에 일반 시민이나 공무원까지 가담하면서 사회 인프라가 마비돼 가고 있었지만 KNS는 안정되게 가동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와 과감한 스트레스 관리로 돌파해 나갔다

서 대리 개인의 경력과 미래에 대한 회의가 크게 몰아쳐 왔다. 다행히 대우세계경연구회청년사업가과정(GYBM) 동기나 선후배들과 고민을 주고 받으면서 이 문제도 풀어나갔다. 돌이켜보니 혼자하는 고민의 90%는 쓸데없는 것으로 에너지 소모한 것이었다. 골프를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적극 풀었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분들과 네트워크도 만들고 조언도 받으며 새로운 활력소를 찾았다.

걱정만 한 필자에게 준 울림과 성장,한국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

숨가쁘게 들었다. 절벽같은 일과 파트너가 돼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미얀마, 한국 기업, 취업한 직원들의 위기를 말할 때 서 대리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1년 반 동안은 순간마다의 고통은 말도 못했겠지만 아픈만큼 성장이 컸다는 것은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위기에 기회가 있다, 업무에는 골든 타임이 중요하며 때에 맞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동남아 특히 미얀마 사람은 어떻다'는 의례적인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는 그의 소감은 이렇다.

"코로나 팬데믹과 군사 정변과 같은 빅스캔들이 연달아 발생하면 저를 포함한 청년 대부분은 '너무나 큰 문제로 나는 해결할 수 없다'며 지레 겁을 먹습니다. 그러면서 어려운 문제로 한숨만 쉬다가 제풀에 지칩니다. 위기의 연속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결한 것뿐입니다. 어떤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준 것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집중하며 매일 급변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한국의 청년들과 차별화된저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겸손과 자신감이 묻어 나오는 말이었다.

5년 전, 서대리가 대학 4학년 일때 학교 강의실에서 GYBM 과정 소개 설명회에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경제학도로 금융분야 취업을 꿈꾸며 많은 금융 자격증으로 미래를 준비한 모습이다. 필자의 선배인 교수님에게 간청해 설명회를 가졌는데 단 5명만 참가해 안타까웠다. 그날 그 선배 교수님의 배려로 맺은 서대리와의 인연이 미얀마에서 글로벌청년사업가의 꿈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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