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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경제 패러다임이 바뀐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김대호 연구소장

기사입력 : 2021-05-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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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위에서부터 네번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위)도 참석했다. 사잰=연합뉴스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투키디데스는 역사의 변곡점을 포착하는 자가 역사의 승리자가 된다고 갈파한 바 있다. 인류가 기록해온 오랜 역사를 고찰해 보면 시대마다 중대한 변곡점이 있다. 마제석기에서 타제석기로 넘어가는 구석기-신석기 변천기가 바로 그러한 변곡점이다. 석기에서 청동기로, 청동기에서 철기로 그리고 철기에서 산업혁명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도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 변곡점의 시기에 역사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자가 역사의 주역이 된다는 것이 투키디데스의 주장이다. 중국의 한나라가 고조선 등을 멸망시키면서 천하를 통일한 것은 바로 철기의 기술을 먼저 익혔기 때문이다. 유럽의 변방으로 낙후되어 있던 영국은 증기기관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을 물결을 타고 세계의 패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투키디데스가 말한 역사의 변곡점을 현대 과학에서는 패러다임의 변천으로 해석한다. 미국의 과학 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머스 쿤(Thomas Kuhn)은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 패러다임의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파라데이그마(paradeigma)'에서 유래한 것이다. 굳이 해석한다면 으뜸꼴 또는 표준꼴로 이해할수 있다. 토멋흐 쿤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를 '패러다임'으로 정의하였다. 시대 별로 통용되는 모범적인 틀을 패러다임으로 보았다.

코로나가 인간 사회의 패러다임을 또 한 번 바꾸고 있다. 경제 운영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 흑사병은 중세를 마감하고 르네상스와 근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되었다. 코로나는 그 이상의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상되는 패러다임 변화는 글로벌 차원에서 금융시장, 산업, 기업경영, 그리고 정책여건 등 각 부문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금융시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정책지원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자산 가격이 과거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면 경제활동 위주로 구축된 기존의 밸류체인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 펜데믹이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사회적 거리 두기이다. 대면 경제활동에 의존한 소비 및 생산활동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 다소 진정되더라도 한번 확산된 비대면 경제는 새로운 패턴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 경제활동에 의존한 소비 및 생산활동이 급속히 위축되었다. 봉쇄 정책이 해제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코로나 이후에도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행업·호텔업 등 대면 서비스에 의존하는 산업보다는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과 관련된 ICT 산업, 배달업 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원격·비대면(언텍트) 활동 및 거래를 지원하거나 활용하는 산업이 성장분야로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밸류체인도 디지털화, 탈노동 또는 노동절약형으로 재구축되는 추세이다. 원격 활동 및 거래를 지원·활용하는 산업은 디지털화에 기반한 원격의료, 원격수업, 웹을 이용한 이벤트 개최 등의 텔레워크가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및 데이터분석의 중요성과 수요도 증대할 것이다. 비대면 활동 및 거래를 지원·활용하는 산업은 전자상거래, 택배, 디지털소비 즉 전자 서적·게임·영화 등이 주목된다. 디지털 플랫폼이 확대되고, 전자상거래 확대로 물류시스템의 효율화도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사용이 크게 축소되고 AI, IoT, 블록체인 등을 활용한 무점포거래, 무인점포나 무인공장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경제사회시스템에도 변화가 오고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보다는 종업원·협력사·고객 등까지 관련 당사자를 모두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민간 경제활동 위축을 만회하기 위한 재정 역할에 대해 사회적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재정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재정의 역할에 대한 합의도출이 되지않아 주로 중앙은행 양적완화정책위주의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대응하였으나 코로나 상황에서는 전세계가 재정 팽창 정책을 펴고 있다. 한번 늘어난 재정규모와 국가부채는 두고두고 경제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급속한 재정팽창에 소요되는 자금을 정부가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고 중앙은행은 양적완화정책(QE)의 일환으로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함에 따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연계성이 크게 증가했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역 이동제한 등으로 조달-생산-물류 모든 단계의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경제위축이 급속하게 발생함에 따라 재정 역할증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된 것이다.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경제회복기금을 설립하는 등 정치적 합의 도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정동맹을 향한 첫 걸음을 이미 시작했다.

공급망의 변화도 예상된다. 그동안에는 생산비용 절감, 효율성 및 시장접근성 제고 등을 위해 원자재 및 중간재 생산, 완제품 가공·조립 등의 생산단계가 여러 국가에 분산된 공급망이 구축되었으나 코로나 를 거치면서 국 간 이동제한 등으로 주요 소재·부품·장비의 조달이 곤란해지거나 불가능해 지면서 생산거점의 재배치, 리쇼어링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배구조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보다는 종업원·협력사·고객 등까지 관련 당사자를 모두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부각되고 있다. 배당 이나 임원보수를 늘리기보다는 종업원의 해고를 피하고 거래처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기업지배구조연대는 사회적 책임 공유가 오히려 회사의 장기적 재무건전성과 지속가능성 확보에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단축근무제도(short time work scheme) 도입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고 대신 정부가 급여의 차액을 지급하는 방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은 유로지역 회원국에게 단축근무제도 확대·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급속한 재정팽창에 소요되는 자금을 정부가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고 중앙은행은 양적완화정책(QE)의 일환으로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함에 따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연계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GDP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200%를 초과한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늘어난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함에 따라 중앙은행 자산규모가 GDP대비 약 120% 수준까지 증가한 상태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국채매입으로 창출하는 이익(seigniorage)을 주기적으로 연준으로부터 이관 받았다. 부채조달비용 최소화 관점에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을 선호할 유인이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이동성 개선을 위한 경제정책의 재정비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의 새로운 원천으로서 신 성장동력 발굴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은 물리적 접촉(physical presence)이 필요한 직업과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업으로 새롭게 분류되는 등 기존과는 또 다른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경제적 불평등(inequality)을 완화하고 계층간 이동성(mobility)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세형평성 제고,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중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고숙련-저숙련 노동자간 격차, 산업별 승자독식 현상의 전염효과 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코로나 사태와 같은 질병문제에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계층간 이동성(social mobility)을 유도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코로나가 경제 패러다임에 새로운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그 변화의 물결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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